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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_존경받는 즐거운 여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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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_존경받는 즐거운 여생으로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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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민 자 (68) 구로본동 뉴홍현 아파트 경로당 총무
 샤르륵 샤르륵!
 희뿌옇게 여명이 밝아올 즈음, 자전거를 타고 학교운동장을 달리노라면 샤르륵 거리는 모래소리가 어찌 그리 기분이 좋은지.
 요즘이 운동하기 특히 자전거 타기 제일 좋을 계절인 것 같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만발하고 달릴 때 볼을 스치는 상쾌한 봄바람 또한 여간 감미로운 것이 아니다.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보건소 모퉁이를 돌아서려는 순간 신호가 바뀌어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왔다. 차도를 달리던 나는 멈춰서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그만 페달을 밟고 말았다.
 순간, 이를 어쩌나... 내 옆에 할머니 한분이 쓰러져 계신 것이 아닌가!. 아뿔사, 큰일이 났구나!. 찰나 뇌리를 스치는 불길한 생각들....
 "나이 드신 노인을 슬쩍 건드렸다가는 큰 코 다친다. 병원에 가면 여기도 아프다 저기도 아프다. 온갖 검사를 다하고, 입원해야 한다고 누워 돈도 요구하고 바가지를 씌운다"던 택시기사의 말이 떠 올랐다.
 
 나는 얼른 할머니를 일으키면서 어디 다치신데 없으세요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부스스 옆에 떨어진 빈 라면박스를 들고 일어서시면서 손을 내저으며 "나는 괜찮으니 어서 가시유, 쓸데없는 늙은이 빨리 죽어야 할텐데 그러지도 못하구 괜한 사람 걱정만 끼치는 구려."
 순간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잠시나마 했던 그 못된 생각들이 어찌나 부끄러운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죄송스럽고 송구스럽고, 그 때 그대로 보내 드린 것이 어찌나 가슴이 아픈지 지금도 그 때를 생각 하면 가슴이 찡하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요즘같이 험악한 세상에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분이 과연 몇 분이나 될까? 요즘 뉴스를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고 창피해서 어쩔줄을 모르겠다.

 고령인구가 많아 큰 소리 치지 않아도 나라의 근심거리일텐데, 나이 드신 분들이 성추행에다 살인까지 저지르고 어찌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천방지축인지….
 스스로 어르신네이기를 포기하고 대접받기를 자처하는 요즘 작태를 보면 같은 나이든 사람으로서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어르신네들 제발 부탁입니다.
 좋은 세상 만나서 한 10~20년 덤으로 더 사신다고 생각하시고 좋은 일 좀 하시다 가시면 안될까요? 물론 좋은 일, 훌륭한 일로 봉사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 줄 알고 있습니다만, 이제 5월 가정의 달, 어버이 달이 다가옵니다.
 최소한 자손들에게 존경은 아닐지라도 무시 당하는 부끄러운 어버이는 되지 맙시다. 자손들 나무라기 이전에, 청소년들 욕하기 이전에 나 자신부터 다스리고 어르신네들도 존경받으면서 남은 여생 즐겁게 사신다면 어떨까.





◈ 이 기사는 2009년 3월 23일자 29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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