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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농심 헤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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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 농심 헤아리는
  • 공지애
  • 승인 200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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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農)·도(都)를 잇는 교량역할을 해오고 있는 서울경서농협협동조합(신정동, 이하 경서농협)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경서농협의 조합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조합장실에 들어선 기자는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한가지는 89년 4월에 취임한 이기홍(64)조합장은 4년에 한 번 있는 조합원 선거를 통해 4선째 조합장으로 선출이 되었다는 것. 또 한가지는 여느 기관의 장(長) 사무실과는 달리 근사한 서양화나 동양화 그림대신 추수하는 농민들의 수확사진이 벽면을 장식했고, 그 앞에는 선조들의 생활도구들을 가지런히 전시돼 있는 것이다. 형광등도 손님이 오기 전까지는 다 켜지 않는단다. 이 몇 가지만으로 조합장과 조합원과의 끈끈한 신뢰관계와, 조합농민을 얼마나 생각하는지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신정동과 궁동, 항동, 천항동 등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습니다. 구로, 양천지역의 농민들이 조합원인 만큼 이분들에게 농업자금을 저리로 제공하고 있으며, 농자재를 무상 혹은 값싸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폭설피해 때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등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에게 복구비를 지원했고, 농자재 구입비 등 봄농사를 짓는데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조속히 보조했습니다." 이는 농민경제에 활력을 주고, 소비자인 지역주민들에게는 질 좋은 농산물을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이기홍 조합장은 말했다. 복지사업과 환원사업을 중시하는 이 조합장은 10년 전부터 비료 농약을 조합원에게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우수 농산물의 생산지원과 환경농업육성에도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조합의 경영도 알차게 하여 99년, 2000년 연속 경영평가 1등급 조합으로 랭크되었다.

전통문화 보존사업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경서농협 오류지소 2층에 농업문화유산 몇백점을 전시해 놓고 있으며, "곧 정식 박물관 허가를 받아 선조 유물을 자라나는 세대들이 보고 접하면서 클 수 있도록 해주고싶다"고 이 조합장은 말했다. 또한 '도시 어린이 꿈나무 벼사랑 체험농장'을 운영, 구로 정진학교와 오류초교에 벼 재배 논을 만들어서 모내기에서부터 수확기까지의 과정을 지도하기도 한다. 그 뿐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해서 주부대학을 마련하여 주부들의 여가선용은 물론 빠르게 변천하는 사회에 뒤쳐지지 않도록 여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구로, 양천지역의 농민 뿐 아니라 강원도 정선 등 산지 농협 농민들의 어려운 소식을 듣고 직원들과 함께 급여에서 조금씩 떼어 매년 1트럭이 넘는 비료를 지원하기도 했고, 추석 등 명절이면 해마다 잊지 않고 경로당이나 고아원을 찾을 정도로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다. 선조들과 또한 자신이 농사를 지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농민의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아는 그는 1남3녀 모두 출가시키고 부인 김성숙(61)씨와 노부모를 모시고, 4대째 구로구 궁동에서 살고 있다. 이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조합이 될 것과, 지역사회에서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농협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공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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