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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_14]“돈주고 살수 없는 인생공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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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같은 이웃_14]“돈주고 살수 없는 인생공부 해요”
  • 공지애
  • 승인 2008.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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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길자씨(64, 신도림동)
소길자씨(64, 신도림동)는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뒤 영양사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 관리, 복지, 개발 업무를 아우르다 만 58세가 되던 해에는 대기업 간부사원으로 퇴직하였다. 그것도 여성 오피니언리더가 그리 흔치 않던 90년대 초에 간부직을 맡았으니 그의 능력과 신용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퇴직 후 상담분야에 관심이 많던 그는 구로노인종합사회복지관(이하 복지관)에서 심리상담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이왕 봉사하는 거, 좀 더 깊이 공부하자’ 싶어 숙대 평생교육원에서 심리상담 과정을 수료하고 시험을 통과해 2급심리상담사 자격증까지 받았다. 2004년 어르신 상담 자원봉사를 시작한 소길자씨는 매주 수, 금요일 정확한 시간에 복지관 상담실에서 어르신들을 맞는다.

“고부관계, 자식과 함께 살면서 겪는 불편함으로 고민하는 분, 우울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처음에 오셨을 때는 속이 터질 것 같았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나니까 나갈 땐 편안하다며 밝게 웃어 주시니 저도 기분이 좋아요.”

살면서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남에게 다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 때로는 그 이야기가 짐이 되거나, 한으로 맺히거나 가슴에 응어리로 남기도 한다. 이런 막히고 눌린 마음의 짐을 소길자씨는 선뜻 받아준다. 내려놓고 나면 얼마나 가볍고 편안한지를 알기 때문에 이제까지 25번이나 찾아온 어르신도 있다.

“상담 전에 간단한 설문조사를 하는데 어르신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편하게 살다 가는 것’이었어요. 그만큼 어르신에게 자식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해줍니다.”

상담실을 찾는 어르신 중에는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이야기 상대가 그리워 오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으로 만사가 힘들고 부인과 관계가 좋지 않은 분이 계셨어요. 그 분께 오실 때마다 ‘오늘 댁에 가면 이렇게 해보세요’라고 권해드렸더니 매 번 그대로 실행해 주셔서 이제는 상담실에 오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긍정적으로 변한 분이 계세요. 1~2년 지난 지금도 즐겁게 생활하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노래를 좋아하는 어르신께는 노래 한 두 곡 신나게 부르게도 한다. 그러면 열이면 열, 시원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선입견이나 쑥스러움 때문에 아직 스스로 상담실을 찾지 못하는 어르신도 있어 안타깝기도 하다.

“젊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더 발전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지요. 그러나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제 미래를 발견합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공부를 하게 되지요.”

소길자씨는 그렇게 내담자를 밝은 웃음으로 맞이하며 어르신들의 마음의 묵은 때를 벗어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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