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09:53 (금)
[공공디자인 8]구로 도시기능 아름다움 ‘빨간 불’
상태바
[공공디자인 8]구로 도시기능 아름다움 ‘빨간 불’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10.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연재_구로의 미래가치, 공공디자인으로⑧ 마치며
지금까지 모두 7회에 걸쳐 구로의 공공디자인 실태를 살펴보았다. 해당분야에 선도적인 사례가 있으면 직접 현장을 찾아가 살펴봄으로써 구로가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공공디자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를 제시했다.

사람을 위한 소통의 디자인(1회)을 원칙으로 보행자 행복권부터 생각하는 도로(2회), 비울수록 아름다워진다, 간판과 표지판(3회), 동주민센터 최고의 디자인은 친절·대화·휴식의 공간(4회),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마을마당(5회), 노약자 눈높이 디자인이 최상의 공공디자인(6회) 내용으로 도로, 간판, 주민센터, 마을마당, 이동약자 편으로 나눠 연재를 시도하였다.

7회에서는 주민과 구의원, 전문가등이 참가한 좌담회를 통해 ‘주민이 원하는 공간으로의 변모가 핵심’인 공공디자인의 방향등에 대해 지혜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기획연재 마지막인 이번호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구로의 현황 개요와 원인, 지역 역량 파악을 통해 구로 공공디자인 발전을 위한 출발선을 제언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 구로 현실에 대한 진단

△ 기능, 아름다움…‘빨간불’

이번 기획연재를 통해 확인한 구로 공공디자인의 실태는 한마디로 ‘빨간불’이었다. 공공건물과 시설들이 본래 발휘해야하는 기능은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가, 주민 삶의 편리성과 쾌적함을 보장하면서 심미적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운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사진 도로로 인한 절름발이식 보행, 각종 난립한 시설물로 소통을 막는 보도, 들쑥날쑥 원색 간판들로 인한 미관 저해, 제대로 된 주민 공간 없는 주민센터, 폐쇄적이고 접근 어려운 마을마당, 편의시설이 그리운 공공시설들.

공공공간과 공공시설들이 이렇게 공공디자인의 관점에서 한참 벗어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비단 구로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부 계획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도시가 구로구와 같은 모습을 갖고 있을 것이다.


■ 어디서 시작됐을까

△ 개발에 대한 편견과 오해

그렇다면 왜 구로를 포함한 도시는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을까, 또 지금 다시 공공디자인을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디자인서울을 외쳤기 때문은 아니다.

한국사회는 1960년대부터 10~20년 사이에 급격히 성장하면서 양적 팽창을 거듭해왔다. 전쟁으로 인한 폐허속에서 개발도상국, 선진국을 향한 불도저식 성장주의는 양적 팽창을 더욱 가속화해야 했고, 그 핵심 가치관은 바로 ‘속도’였다.

속도전속에‘개발’은‘부수고 헐고 덮는 방식’으로 고착화됐고, 그렇게 많은 도시들이 만들어졌다.


△ 밀집된 공단 환경이 현재 기반 돼

구로의 변화도 이 과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구로공단 주변으로 지방의 인력과 도시 주변인들이 몰리기 시작하고 노동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밀집된 주거구조는 당연한 결과였다.

청계천에서 밀려 내려온 철거민들의 정착도 궤를 같이 해 구로지역의 도시환경은 자연스럽게 형성돼갔다. 더 이상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집약된 도시환경은 고착화하면서 도로 등에서 현재 구로 기반시설의 토대가 되었다.

구로공단 시절 고착화한 기반시설을 기준으로 전체 도시의 성장과 맥을 같이하면서 높고 넓게 그리고 가장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사각형 건물들로 공간들을 채워나갔다.

이런 속도와 경제성의 논리에 따라 형성된 도시에 디자인, 사람, 배려, 소통이라는 가치가 개입하기엔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 국가 경제성장과 함께 달려온 구로가 어쩌면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이 전혀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균형과 조화, 규제와 절제, 약자는 성장의 걸림돌이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허용되기 어려운 가치관이었던 것. 공공디자인적 관점에서 바라본 구로가 빨간불이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 구성원들의 정주의식 미약도 한 원인

이렇게 형성된 구로의 역사적 태동은 구로구의 세수등 재정 구조를 넉넉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낙후된 건물, 개선이 필요한 시설들이 산적해 있으면서도 그동안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측면도 없지 않다.

또한 구로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정주의식도 이용자들의 쾌적성과 편리함이 살아있어야 할 공공디자인에 무심한 결과를 가져온 요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언젠가 떠날 수도 있다는 의식은 공동 공간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약화시켰고, 주민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더 이상의 개선을 어렵게 한 점도 적지 않다.


■ 구로 공공디자인의 역량 진단

△ 첫걸음 뗀 구로의 공공디자인

올해 들어 구로구도 공공디자인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 행정개편과 예산확보, 각종 디자인심의 규정 제정, 심의위원회 구성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1월 1일 구청 도시디자인과를 탄생시켰고, 올 5월엔 도시디자인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구로도시디자인심의계획 수립 시행을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했다. 8월에는 다세대 다가구 건축심의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디자인 규제 심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 부족한 예산과 지역사회 역량

이에 비해 주무부서라 할 수 있는 도시디자인과의 2008년도 예산은 총 13억원에 불과하며, 그나마 사업비는 지난 9월 추경예산 2억을 포함, 11억8천만원이다. 이 가운데 시비가 지원되는 디자인거리 조성사업인 창조길 사업비로 9억4천7백만원이 책정됐다. 구로 도시디자인 기본계획 수립용역비로 1억 5천만원, 거리공원 종합정비사업 아이디어 현상공모비로 5천만원이 추경에서 결정됐다. 걸음마 단계에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구로는 공공디자인과 관련한 시민사회단체나 전문단체도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장애인 관련 단체나 협회가 이전부터 관심을 가져오고 있기는 하나 실질적 개선을 위한 실천력이나 주민들과의 연계성을 많이 확보하고 있지 못해 인적 네트워크도 매우 빈약한 상태이다.


■ 구로 공공디자인 발전을 위한 출발

오랜세월 낙후된 기반시설의 구로지역이 공공디자인의 첫걸음마를 떼고 있으나, 지역사회 역량의 부재가 현재로서는 구로 공공디자인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듯 보인다.

그러나 변화와 발전의 출발선에 서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구로가 올바른 공공디자인의 방향을 정립하고 나갈 때 주민들의 삶에 밀착된 구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 주민 참여가 핵심

그간 기획연재를 통해 그 기조를 관통했던 ‘주민 참여와 소통’이 그 첫 번째다. 많은 전문가들이 관의 주도로만 이뤄지는 공공디자인의 위험성과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실제 학문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입증이 되고 있다. 구로 공공디자인의 첫걸음에 놓치지 않아야 할 제1원칙이 될 때 지역사회 공공디자인은 성공할수 있을 것이다.

△ 지역공론화 우선

두 번째는 이를 위해 먼저 공공디자인에 대한 지역사회에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구로 발전을 위한 공공디자인 공청회, 전문가 포럼, 동별 마을가꾸기 사업 토론회 등이 그것이다.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지 않는 공론화를 통해 의견 수렴과 합의를 이끌어 내고, 이 속에서 공공디자인의 원칙을 마련토록 해야 할 것이다.

△ 민관 교육 강화

세 번째는 주민과 공무원들의 열린 사고를 위한 교육 강화이다. 참여와 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구로지역 실태에 대한 이해, 공공디자인과 주민 삶과의 관계, 공공디자인의 가치와 의의 등을 공유해야 한다. 일방통행식의 행정명령이 더 이상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이해하고 판단하지 못하는 모습도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이는 주민과 공무원들 사이의 열린 사고와 소통이 있을 때 깨질 수 있는 것이다.

△ 장기적으로 계획 수립

네 번째로 이런 일련의 과정은 10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 다는 점이다. 당장의 성과로 내보이고 싶은 조급한 마음으로, 이번 정권에서, 이번 자치단체장 임기 내에 해결하겠다는 식의 공공디자인이 돼서는 안된다는 점은 공공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기도 하다. 수백년에 걸쳐 철저한 원칙과 가치관으로 만들어진 외국의 공공디자인이나 구성원 하나하나를 배려하고 이해하며 소통하고 합의하는 과정의 사고가 어우러질때 그 끝은 구로의 미래가치 발견이라는 선물로 돌아올 것이다.

한 전문가는 공공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간판 가꾸고 색깔 칠하는게 공공디자인이 아닙니다.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과 공간구조등이 뭔지를 찾아내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공공디자인입니다”.

미관적인 부분이 아니라 도시의 모든 시설과 공간이 이용주민층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는지를 보고 변화시키는 것이 공공디자인이라는 얘기다. 구로지역부터 제대로 된 공공디자인의 관점을 갖고 시작되길 바란다.


■ 기획취재팀 송지현, 김경숙 황희준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