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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6] 약자 눈높이 디자인이 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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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6] 약자 눈높이 디자인이 최상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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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구로의 미래가치-공공디자인으로 6 _ 이동약자편
이동약자란, 장애인을 비롯하여 노약자(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자, 어린이 등 생활을 할 때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자를 말한다. 우리 가족이거나 거리에서 흔히 만나고 부딪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 2008년 현재 이동약자는 총 1200만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장애인 450만명, 노약자 및 고령자 400만명, 임산부 70만명, 영유아 300만명 선으로 전국 총 인구의 약 25%내외이다. 10명중 2~3명에 달하는 수치이다.

구로구의 현황은 어떠할까. 장애인(등록 장애인 기준)은 1만4천명, 65세 이상 고령자는 3만2천명, 9세 미만 어린이 및 영유아는 4만4천명, 유모차를 끌고 다니거나 영유아를 동반한 자는 2만명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07 구로통계연보 참조)

구로구 인구를 42만명(2008년 2월말 기준)으로 볼 때 11만명(영유아 동반자와 영유아 중복)이니 구로구 인구의 약 26%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4명중 1명꼴이다. 대부분의 가정에 한명정도는 있다고 볼수 있는 수치인 셈이다.

흔히들 장애인과 여성, 어린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한 도로, 시설은 누구에게나 안전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동약자의 가장 대표적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장애인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을 중심으로 한 이동약자들의 이동권이야말로 사회적 기본권으로 인정돼야 하고, 그에 걸맞은 공공디자인이 이뤄져야 한다.

기획연재 <구로의 미래가치-공공디자인으로> 여섯 번째 꼭지는 구로의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이동약자들의 이동권 보호를 위한 디자인을 살펴보고 앞으로 모든 이들이 편리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언을 덧붙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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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이동약자인 장애인이 혼자서도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이동편리성’이다. 집안에서 생활을 하는 문제부터 외출과 이동, 식사, 화장실 이용까지 장애인들은 항상 ‘장애물’을 만난다. 혼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휠체어 이용자, 목발 이용자, 유모차 사용자도 장애물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이동약자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이 ‘장애물’이 너무 많은 현실에 있다.



■ 이동약자를 위한 도로 디자인

경사지고 울퉁불퉁 보행디자인 ‘엉망’

이동약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요소는 열악한 보행환경이다. 건물 자체나 개별 시설물들이 아무리 편의시설을 잘 갖췄다 다하더라도 시설과 시설 사이의 연계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당장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엄마들부터 도로 보행의 애로사항을 호소한다.

3살된 아들을 유모차에 데리고 나온 박인숙(34, 신도림동) 씨는 가장 큰 불편으로 도로의 경사를 꼽는다. “보기보다 경사진 인도가 많아요. 인도가 좁으면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너무 힘들 땐 차라리 위험을 감수하고 차도로 나가 유모차를 끄는 게 더 편할 때가 있을 정도랍니다.”

유모차 안의 아이도 기우뚱하게 몇십미터를 가는 것보다는 엄마가 이리저리 살피면서 평탄한 길로 가기를 원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왕이면 인도를 만들 때 평탄하게 바닥을 정리하고 할 수는 없을까, 그런 설계가 그렇게 어려운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박씨는 항변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구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동수(40대, 구로5동) 사무국장은 “경사진 도로에서는 전동휠체어가 약간 밀리기도 해 위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며 경험담을 얘기하기도.

도로의 울퉁불퉁함과 턱은 장애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모양새. 전동휠체어는 턱이 5센티미터만 넘어도 쉽게 올라서지 못한다. 하루종일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 울퉁불퉁한 도로는 가시박힌 발바닥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육교와 지하보도가 이동 ‘장애물’

지역내에서 이동약자들의 이동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애물은 육교나 지하보도다. 육교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육교 주변 200미터까지는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육교 앞에서 이동약자들은 최소 400미터를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오정초등학교(오류2동 소재) 앞 육교가 바로 그런 경우. 성공회대 쪽 횡단보도까지 200미터를 가야하고, 동부제강 쪽으로도 200미터 지나서야 횡단보도가 있다.

육교나 지하보도는 장애인들에게만 힘든 시설이 아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많은 고령자들도 도로에서 가장 불편한 시설로 계단을 꼽았다.

황소희(65, 구로3동) 할머니는 “계단 이용할 때가 솔직히 가장 힘들다”며 “에스컬레이터 보일 때 맘이 놓인다”고까지 털어놓는다.

높은 계단으로 인해 일부러 돌아가는 노인들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구로 안에서 이동불편 시설 중 하나로 꼽히는 오류동역 주변에 사는 한 할머니는 오류동 시장을 갈 때도 좀 멀더라도 전철역에서 약 10분 이상 걸리는 곳에 있는 경사진 지하보도를 이용한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김기덕(87, 오류2동) 할아버지도 “허리와 다리가 아파 지팡이 짚고 다니는데 오류동역은 정말 힘들다”면서 “언제쯤 엘리베이터든 에스컬레이터든 생기겠느냐”며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지하보도 진입구가 완만한 경사로가 아닌 계단식으로 이뤄진 경우 장애인은 물론 노인들이나 유모차 동반 부모들의 불법 무단횡단을 초래하기도 해 사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구로역 사거리 지하보도도 올해 횡단보도로 바뀌어 이동약자들은 물론 공구상가를 오가는 비장애인들도 편리하게 보행을 하게 됐다.


맨홀뚜껑 횡단보도 신호등 시간도 공공디자인

이외에도 차량의 인도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볼라드는 도로에서 가장 흔히 보는 시설물 가운데 하나. 이것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치명적 무기가 되고 있다. 대부분 대리석으로 세워져 모르고 무심코 다가섰을 때 정강이를 찧는 일은 허다하다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보도블록은 인도의 바닥시설물로 장악당한 지 오래다. 점자보도블록 중간에서 안내의 기능을 막아버리는 맨홀 뚜껑이 그것이다. 볼라드가 점자보도블록의 경계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횡단보도 신호등도 이동약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중 하나.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23~25초 가량의 신호등 시간을 두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길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모두 4차선 도로인 덕의초 앞 신호등은 23초, 세곡초 앞 도로의 신호등은 23초, 영서초가 있는 베다니교회 앞 신호등은 25초의 파란불 시간으로 확인됐다. 구로노인종합사회복지관 앞 횡단보도 신호등은 26초간 파란불이 켜져 있었다.

모든 이동시설 및 이동수단은 이동약자의 신체적 장애 및 느린 반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설계지침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초등학교 앞이나 노인종합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앞에 설치된 신호등의 시간은 좀더 길게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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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약자를 위한 공공시설 디자인

공공시설물엔 이동약자 없다?

구로지역 공공시설물의 출입과 내부 이동에서도 이동약자를 위한 디자인 배려는 절실히 요구된다.

먼저 출입을 위한 경사로는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마저 확보하고 있지 못한 주민센터로 개봉본동, 개봉3동 주민센터가 대표적이다. 구로본동, 구로2동 주민센터는 주 출입구에서 경사로가 잘 보이지 않아 헤매기 십상이고 수궁동 주민센터는 별도로 장애인용 출입구를 마련해뒀지만 역시 눈에 잘 띄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다.

내부 층간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없는 공공시설도 없는 곳도 눈에 띈다. 누구나 편히 이용해야 하고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들이 더 자주 이용하는 시설인 구로구민체육센터, 구로도서관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이동약자들의 이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새로 지은 건물에 있는 주민센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민센터에도 엘리베이터가 없어 주민자치센터 이용이나 심지어 계단 중간에 위치한 화장실 이용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


없으면 몸으로 때워라?

복도 이동시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핸드레일이 있는 공공시설물은 거의 없다. 노인종합복지관과 에덴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양쪽 복도에 설치된 핸드레일을 겨우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없어 장애인, 유모차, 노약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오류동역 인근 지하보도 처럼 한쪽 핸드레일만 있어 오른손 수족이 불편한 노인등에게는 필요 없는 시설이 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고 있다.

설사 에스컬레이터가 있더라도 안전상 휠체어나 유모차는 이용할 수 없는데,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못한 경우 이동형 리프트를 이용하게 된다. 리프트의 안전성은 차치하고 리프트가 목적지까지 다다르지도 않았는데 중간에 끊긴 곳도 있어, 황당함을 금치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구일역에서 인천행 방면 전철을 타고자 할 때는 상향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중간에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으로 이어져 휠체어나 유모차는 갈 곳을 잃어버리는 황당한 상황을 맞게 된다.


시설 안되면 호출 안내라도

불가피하게 시설이 없다면 이용을 위한 안내시스템이라도 잘 짜여있어야 하는 것은 차선의 공공디자인. 그러나 개봉3동 주민센터는 2층에 있지만,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그 어느 이동시설도 모두 없어 이동약자를 위한 배려가 더욱 안타깝게 요구되고 있다.

장애인이 도움을 요청토록 부착해놓은 호출벨은 너무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고, 개봉2동 주민센터는 상당히 가파른 경사로를 지나야 호출벨이 있는 등 노약자등에 대한 배려가 있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립고척도서관도 계단앞에 호출벨 표시는 있으나, 정작 도움요청을 위해 눌러야 할 정상적인 호출벨은 찾을 수 없었다.


■ 이동약자를 위한 대중교통시설 디자인


안전, 규격 모두 실격

먼거리 이동을 위한 교통시설에서도 이동약자를 위한 디자인 부재는 자주 지적되곤 한다.
이동수 구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은 교통시설 한번 이용하기가 정말 힘들다. 일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도로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대부분 집앞에서 차를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만큼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박상준 브니엘의 집(구로동) 원장도 웬만하면 자동차를 이용하거나 콜택시를 이용한다. “엘리베이터는커녕 리프트도 없던 시절 역무원들과 당시 방위들이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다 놓치는 바람에 굴러 떨어져 머리에 10여 바늘 꿰맨 경험을 한 이후엔 지하철 이용을 안한다”고 씁쓸한 경험담을 털았다.

요즘엔 전동 휠체어와 전동 스쿠터가 점차 많아지는데 구로의 지하철역에 설치된 리프트는 수동 휠체어 규격에 맞는 구형으로 전동 휠체어 규격에 맞지 않아 안전 문제는 물론, 이용하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구형 리프트는 전동휠체어나 전동 스쿠터 바퀴가 굴러가는 것을 막는 장치가 없어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대림역 2호선 2번출구의 리프트는 운행중지 상태였는데, 그 이유에 대해 역무원은 “위험하고 규격도 안맞아 반대편 엘리베이터를 이용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애인만 이용하는 편의시설이 아닌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인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30여분 동안 1명의 장애인밖에 이동시키지 못하는 휠체어리프트는 경제적 효용가치 면에서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하철 리프트 잦은 고장

지하철 이용시 엘리베이터가 반대쪽에 있거나 심지어 없는 경우 계단에서 리프트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운행중지이거나 고장이 잦아 다른 역까지 이동해서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이동수 사무국장은 얼마전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난감했던 경험을 전했다.

“대림역에서 리프트가 고장났다고 해서 신도림역까지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갔죠. 다른 교통편이 없었거든요. 시내에서 일보고 돌아올 때 대림역에 전화했더니 리프트를 수리했다고 해서 대림역에 내렸죠. 그런데 이번에는 플랫폼에서 개찰구까지 내려오는 리프트가 고장이라고 써있더군요. 그래서 다시 구로디지털단지역까지 가서 집에 왔답니다.” 이 사무국장은 나중에 대림역에 엘리베이터가 있더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역무원들이 좀더 신경썼더라면 이렇게까지 고생 안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실제로 본지가 취재중이던 10일,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2호선 대림역 플랫폼 A, H계단은 고장 안내문이 양쪽 모두 부착돼 있었다.

저상버스도 현재 서울에 671대가 도입돼 있지만 평균 대기시간 45분에 달해 휠체어는 물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도 이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를 안고 유모차를 접어 한손에 들고 계단 2개를 올라서 버스를 타는 모습을 버스정류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 기획취재팀 송지현 김경숙 황희준 윤용훈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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