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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4시부터 밤11시까지 폐지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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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4시부터 밤11시까지 폐지수집
  • 구로타임즈
  • 승인 2001.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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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수집원 유지화씨

누구에게든 웃음꽃 핀 얼굴로 인사

나이든 노숙자엔 '빵'... 젊은 노숙자엔 '한심'

지난 5월8일 어버이 날 저녁 10시. 구로5동 애경백화점 뒤편 주택가에는 60대로 보이는 노인 한분이 리어카에 무언가 잔뜩 싣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허름한 상의 뒤쪽은 땀에 젖어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고 리어커에 실린 물건은 라면박스, 신문지 등이었다. 그가 바로 구로본동에 사는 폐지수집원 유지화(65)씨다. 그는 어버이날이 무색할 정도로 어버이날에 아랑곳하지 않고 생존권 해결을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가난해 이런 일을 하지. 나이가 들어 너무 힘들긴 해. 그러나 이일도 못한 사람들이 많아. 건강이 아직 나를 지탱해 주니 생존권을 영위할 수 있지."

새벽 4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을 하며 수집한 폐지는 곧바로 인근 고물상으로 향한다. 고물상에서 받은 돈은 폐지 1kg 50원. 하루 1만5000원을 번다. 구청 취로사업이 있는 날은 주간 취로사업을 통해 일당을 번다. 취로사업이 끝난 후 저녁시간은 역시 폐지 수집에 나선다.

"주택가를 주로 돌지. 돌아다니다 보면 옷에 냄새난다고 면박을 주는 사람도 있는 반면 막걸리 한잔 건넨 가게 주인도 있지. 이런 맛에 용기가 나는 거야."

유씨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게 본받을 점이 많다는 것. 부지런한 것은 말할 것 없고 누구를 만나든 먼저 안부 인사를 한단다. 또 지저분하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얼굴은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는 것.

"고개 먼저 숙이는 것이 뭐가 힘들어. 나이에 관계없이 먼저 안부를 물으면 되는 거지. 세상 살아가는 도리야." 그는 자신이 하고있는 폐지수집원에 대해 대단히 만족하고 있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어. 도둑질만 빼고 말이야. 도둑질 한사람들 이해를 못하겠어. 아무런 일이나 하면 돈이 생기는데. 돈을 적게 벌면 절약해 쓰면 되는 거지 뭐. 왜 도둑질을 하는 거야.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죄악 중에 죄악이야."

그의 영업구간은 애경백화점 주변부터 구로구청 주변까지. 더 이상 돌면 힘이 벅차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노숙자 문제에 대해 한마디 건넸다. "이렇게 다니다 보면 노숙자들을 많이 만납니다. 노동일을 못할 정도로 나이가 든 노숙자들에게는 애정이 갑니다. 그들에게는 가끔 얘기도하고 과자나 빵 같은 걸 사주곤 하지요. 그러나 멀쩡한 젊은 노숙자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같이 늙은 사람도 노동을 하는데, 이런 일을 하지 않으니. 대포 한잔 건네고 싶어도 괘씸해 주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3356605@hanmail.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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