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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문화2]연습실 공연무대 찾아 '떠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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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문화2]연습실 공연무대 찾아 '떠돌이'
  • 구로타임즈
  • 승인 2007.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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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구로구 문화네트워크(2)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의 잠재력과 한계
‘객석에서 무대로’

박일자(47, 구로5동)씨는 지난해 가을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경험했다.
둘째딸 경은이가 재학 중인 영림중학교 교장퇴임식에 초청받아 멋들어진 색소폰 연주를 선보인 것. 구로5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색소폰 교실을 수강한 지 1년이 조금 안된 때였다.

“정말 황홀했어요. 제 연주에 맞춰 학교강당에 모인 교사들과 학생들이 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를 때는 정말 꿈만 같았죠. 남과는 다른 색다른 장기를 갖고 싶어 배우기 시작한 색소폰이 이제는 가족의 삶까지 화목하게 바꿔놓을 만큼 소중한 존재가 됐어요.”

주민자치센터 색소폰 교실 수강생이면서 동시에 구로지역 아마추어 색소폰 동아리인 ‘아모로써’의 단원인 그녀는 올해 가을 또 한 번의 꿈같은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구로구의 한 단체에서 주관한 행사에서 어린 삼남매와 함께 무대에 올라 가족음악회를 선보일 계획이다.
구로구 주민들 중에는 박씨처럼 객석의 문화 소비자에서 무대의 문화 생산자로 변신을 꾀한 이들이 적잖다.

이들에게 문화예술은 몇몇 집단의 전유물도 아니고, 장르의 우열을 논할 수 있는 꺼리도 아니다. 가까운 이웃 혹은 동료들과 어울려서 악기, 춤, 이야기 등을 매개로 놀고, 즐기고, 표현하는 소박한 일상 활동이 그들에게는 곧 문화활동이고, 예술활동이다.

그렇다면 구로지역에는 박씨가 몸담고 있는 색소폰 동아리처럼 자발적으로 모임을 꾸려가는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들이 과연 몇 개나 될까?

안타깝게도 구로관내 활동하고 있는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들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와 통계는 현재로선 전무하다.

지역의 문화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구로구청에서도 이에 대한 뚜렷한 현황파악이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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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이른다.
하지만 이 구호가 실생활에서 피부에 와 닿게 실현되고 있다고 느끼는 주민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여전히 많은 주민은 문화가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인식해 버리는 듯하다. 이들에게 문화란 돈 있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보고 즐기는 대형 뮤지컬, 콘서트 같은 공연산업 등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 이웃들 중에는 피동적 문화 수용자에서 능동적 문화 참여자로 변신해 그들만의 생활문화 공간에서 스스로의 문화적 표현 욕구를 발산하고 문화감수성을 가꾸어가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일상영역에서 생활예술활동을 꽃피우는 이들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들은 구로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의 건강한 토양이며, 동시에 지역문화의 구심점이 될 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구로타임즈는 8월 한 달 동안 구로관내 문화시설과 주민자치센터, 복지관, 학교,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활동 중인 문화예술동아리들을 추천받아, 그 가운데 섭외가 이뤄진 23개 동아리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기획 연재 보도 그 두 번째인 이번 호에서는 문화 수용자에서 생산자로 활동 반경을 넓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꾸고 표현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구로지역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들의 잠재력과 한계를 짚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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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그 이상의 열정
본지에서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 심층 면접 설문을 위해 자체 조사한 결과, 구로관내 주민자치센터와 복지관, 학교, 시민사회단체 등을 거점으로 모임을 꾸려가고 있는 문화예술동아리들은 100여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 얕은 수준에서 파악된 수치일 뿐 실제 구로지역에서 활동 중인 자생 동아리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00명의 회원을 둔 이들 동아리는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모임을 꾸린 뒤, 연습과 공연 등에 필요한 경비 일체를 회원들의 호주머니를 통해 자체 해결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개성 넘치는 문화적 활동들을 펼쳐내고 있다.

이들의 결성 계기는 다채롭다.
주민자치센터에서 문화 교실을 수강한 몇몇 주민들이 친목을 목적으로 동아리를 조직한 곳이 있는가하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목표로 아마추어 문화예술주민들이 의기투합한 곳도 있다.

자질 면에서는 아직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스스로의 활동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만큼은 ‘프로’ 그 이상이다.

구로6동 주민자치센터의 한국무용 강사인 김정희(여, 57)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취미활동을 위해 시작했던 이들도 거듭된 연습과 공연을 통해 자신감이 붙고 나면 전문 공연인 못잖은 열의와 긍지를 갖게 된다”며 “춤을 잘 추고 못 추고, 관객이 많고 적고 상관없이 외부 공연에 임하는 태도는 프로 못지않게 열정적이다”고 말했다.

지역문화의 다양성· 구심점 역할
주민 삶의 질 향상에 관심 있는 학자나 전문가들은 지역문화를 살찌우기 위해서는 완성도 높은 순수문화예술의 질적 향상 못지않게 일상을 살아가는 주민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표현하는 생활문화예술을 활성화시켜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역 단위의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들의 활성화를 통해 오늘날 퇴색해져 가는 지역공동체문화를 확산시키고, 소비 위주로 흘러가는 지역문화를 주민의 참여와 창의가 어우러진 건강한 지역문화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

성남문화재단 박승현 문화기획부장은 “지역문화는 돈을 내고 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의 양적 측면이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발현하는 창조역량을 중심으로 개념 지워져야 한다”며 “생활 속 문화예술동아리들의 활성화는 지역의 문화다양성 실현의 거점이자, 상상력과 창의성의 원천이며, 지역문화의 구심점이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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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

구로지역에는 오랜 배움의 과정을 통해 실력을 쌓고 자신들의 문화역량을 무대 위에서 펼쳐내는 적잖은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은 그리 녹녹치가 않다.

한 달에 적게는 5천원에서 많게는 5만원까지, 회원들이 사비를 털어 강사비와 연습실 대여료 등 동아리 운영 경비를 대는 곳이 대부분이기에 그들이 펼치고픈 문화예술에의 열망은 현실의 장벽 앞에서 움츠려들기 일쑤다.

구로지역의 문화예술동아리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활동기반은 바로 연습실과 무대다.
사물놀이와 색소폰 동아리처럼 소리와 리듬을 다뤄야하는 모임의 경우 주민 민원을 피해 안양천변 다리 밑이나 공장이전 터, 심지어 노래방 등을 떠돌며 게릴라식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에게 방음시설이 갖춰진 연습실에서 사계절 내내 안정된 연주활동을 이어가는 일은 말 그대로 ‘꿈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개봉2동 주민자치센터의 사물놀이교실을 모태로 결성된 개봉울림패의 정연순씨는 “연습실이 따로 없어 고척교 다리 밑 등 안양천 주변에서 연습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도 잦은 민원 신고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계절 내내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방음시설 갖춘 연습실을 두는 건 우리 동아리 회원 모두의 간절한 소망”이라고 토로했다.


실력 있어도 무대는 ‘그림의 떡’
무대에 주인공으로 서고 픈 이들의 바람 역시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마다 전국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우신고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의 경우 얼마 안 되는 공연비를 착실히 모아서 악기를 마련했을 만큼 어려운 여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구로지역에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공연행사에서는 배제되기 일쑤다.

우신고의 한 교사는 “타 구에서는 이 정도로 실력을 갖춘 동아리가 있으면 악기 지원에서부터 무대 초청공연까지 많이 추진되는데 우리 구는 참여하고픈 뜻을 보여도 거절당하기 일쑤”라며 “시립교향악단 등 이름난 문화예술인들을 불러서 공연하는 게 문화행사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일정 수준의 실력을 인정받은 동아리들이 이 정도인데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순수 아마추어 동아리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구로삶터의 풍물동아리 ‘한걸음’의 안강숙 회원은 “매달 걷는 회비 1만원으로는 맘 편히 연습실을 사용할 만한 사용료를 내기 힘들어 늘 연습 공간과 시간의 부족을 느낀다”며 “외부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무대 대관료뿐만 아니라 옷과 악기, 차량 등의 부대장비도 따라줘야 하는데 이는 회비만 갖고는 실상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구로관내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들이 처한 현실의 장벽은 이뿐만이 아니다.

동아리 회원들이 자비를 탈탈 털어 어렵사리 무대장비와 소품들을 마련했더라도 지역의 각종 문화행사가 몰려있는 봄, 가을 성수기에는 공연무대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공연무대를 잡았더라도 이웃한 주택가에서 소음 민원이 한 번 제기되면 다음번 무대 대여는 바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다. 때문에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들의 자체 외부공연은 재정마련에서부터 실행까지 ‘산 넘고 물 건너는’ 험난한 과정들의 연속이다.

주민 눈높이의 문화공간 잇따라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로지역의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들이 지역 문화정책의 담당기관인 구로구청에 바라는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들은 구로구 문화발전의 본질이 고급 문화예술영역이 아닌 주민자치활동의 활성화에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로2동 신명풍물단의 황혜숙씨는 “구로구 주민이 원하는 문화정책은 주민 수준에 맞는, 주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주민이 문화 활동을 통해 자기표현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구 문화행정의 문턱을 낮춰 높은 사람들의 문화가 아니라 서민들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펼쳐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문화예술동아리 지원에는 미온적이면서 대규모 문화예술회관 건립 등 낯내는 사업과 과시형 문화공연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구 문화정책에 대한 따가운 질타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문화공간의 정상훈씨는 “구청이 최근 구로문화재단을 출범시켰지만 주민의 바람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 주도로 진행되는 등 이미 본질의 의미는 퇴색되어 버렸다”며 “적어도 내년 개관 예정인 문화예술회관만큼은 지역의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들에게 접근 불가능한 또 하나의 문화공간이 아닌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기획취재팀 송희정 김경숙 송지현 윤용훈 신진수 오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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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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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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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_ 그린실버밴드 ]


실버문화 새바람 선도한다
‘인기그룹’된 60,70대 어르신 6인조밴드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경, 300여명의 남녀 어르신들로 꽉 찬 시립 구로노인종합복지관 3층 강당. 60∼70대 노인 6명으로 짜여 진 악대가 최신 가요에서부터 흘러간 옛 가요까지 연주하면, 이에 맞춘 노래 소리와 흥에 겨운 박수소리들이 가득 채워진다.
지난 12일에도 구로노인종합복지관(구로5동 소재) 강당에는 "만약에 당신이 그 누구와 빠지면~♬~” 가수 조항조의 노래 ‘만약에’로 시작된 연주곡이 ‘사랑이 최고’, ‘대전 블루스’ 등으로 이어지며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었다.
이 악대의 주인공은 ‘그린실버밴드’. 지난 97년 11월 서울 시립구로노인종합복지관 소속으로 창단돼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양로원 고아원 노인복지 시설 등으로 무려100여회에 걸친 봉사활동을 벌여온 `그린실버밴드'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이수철 단장(73세)을 비롯해 베이스 기타, 기타, 색소폰, 트럼펫, 드럼 연주자로 구성돼 있으며 단원의 평균 연령은 70세에 가깝다.

마음만큼은 30대 열정
마음만큼은 30대 못지 않은 열정으로 매주 수요일 구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노래교실을 여는 것을 비롯해 경로당 등을 찾아다니며 무료 위문 공연을 해오고 있는 이들은 흘러간 옛 노래에서부터 최신 가요 등 못 하는 음악이 없으며 특별 행사시에는 행사에 적합한 테마로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어버이날이 있는 5월과 축제가 많은 10월이 가장 바쁘다. 특히 창단 10주년을 맞아 특별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야외공연이나 이동 공연 시 장비가 많아 이동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한다.
이 단장은 "바쁘게 돌아다녀 아플 틈도 없다. 더 건강해지고 활력이 넘친다"며 " 어려운 이웃들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져 주고 기회가 되면 해외 기념공연을 준비해 일본이나 중국 등에 진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용훈 기자



[현장_ 구로청년회 풍물패 ‘한걸음’]

‘풍물 묘미속으로 한걸음씩’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마음은 풍요로워


일주일에 한번 구로4동에 있는 구로청년회 건물을 지나다 보면 신명나는 풍물장단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바로 ‘한걸음’ 풍물패의 연습시간.
청년회에서는 구로 ‘삶터’에 다니는 중· 장년층 여성의 정서적 지원을 위해 2006년 9월 ‘한걸음’이라는 풍물패를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회원들 모두가 자신의 경제적 활동으로 바쁘게 살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번 풍물패 연습이 있는 날은 빠지지 않는다고.
한걸음 풍물패를 지원하고 있는 구로삶터의 안강숙(43)씨는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자는 의미에서 ‘한걸음’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처음엔 실력이 많이 부족 했지만 지금은 지역내 각종 행사에 참여 할 정도에요”라고 전했다.
어린이날 행사, 구로구 관내 걷기대회, 대보름 지신밟기 등 실질적으로 활발한 외부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걸음 회원들은 한 달에 만원을 회비로 내 알뜰살뜰 동아리를 꾸려나가고 있다.
안 씨는 “‘구로구 동아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외부공연을 한다는건 구의 입장에서 또 하나의 홍보효과 일 수 있는데 별다른 지원이 없어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걸음 회원들은 “물론 구내의 동아리들이 많아서 일일이 지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저희 같은 풀뿌리 문화 활동 동아리들이 살아나야 구로구 문화가 더 발전 하지 않을까요”라며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지만 “그래도 풍물 모임 자체가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할거에요”라며 큰 웃음을 짓는다.
신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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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 · 고등학교 동아리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학교와 자치단체 지원 필요
전문강사 공간 운영활동비 애로


본지가 이번 기획취재를 위해 지난 8월부터 각 학교별로 중고등학교 동아리 현황을 알아본 결과 학교별로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7~8개의 동아리들이 활동 중이었다. 구로의 청소년들은 이 곳에서 만화를 그리고, 사진을 찍고, 방송을 만들고, 풍물을 배우고, 연극 무대를 경험하고, 인형을 만들고, 마술을 연습한다.
이보석(오남중 ? 년)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을 많이 사귄 것은 물론, 평소 배우고 싶었던 장구를 배우고, 공부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고 있다”며 동아리 활동이 학교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동아리들은 통상 학기 초에 포스터와 반별 홍보 등을 통해 신입회원들을 모집한다. 모집하는 방식은 비슷해도 활동 여건과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동아리방이 있기도 하나, 대부분은 지도 교사의 담임교실을 이용하거나 동아리 성격에 따라서 미술실, 음악실, 과학실 등을 이용한다.
때문에 활동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도구, 악기 등이 안전하게 보관되기는커녕 무겁더라도 일일이 모임 때마다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과 어려움을 감수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실에서 밴드, 풍물처럼 방음장치가 필요한 동아리가 제대로 된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학교에서 동아리에 지원하는 연간 예산은 대략 20만원~50만원 선이다. 그러나 이 예산도 대부분 학교 축제 비용으로 사용되는데, 오남중학교처럼 축제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안하는 동아리는 지원금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교사와 학생들이 스스로 자비를 털어 운영비와 활동비를 마련한다.
좀 더 깊이 있는 배움을 위한 전문 강사가 없는 동아리도 많다. 조사한 10개 동아리 가운데 4개만이 전문 강사를 두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는 대부분 선배들의 지도와 또래끼리의 평가와 연습으로 동아리 활동을 유지하고 있었다.

전문 강사 도입, 청소년 자유활동 공간 절실
연극반 지도를 맡고 있는 유성희(오남중) 강사는 “학생들은 자주 경험하고 교류하면서 활동력과 실력이 늘게 마련인데, 구로에서 강사를 구하려 해도 강사풀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보가 없다 ”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 인력 활용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동아리 활동이 현재 CA활동과 연동되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시간 때우기 식으로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와 자치단체에서 전문 강사와 현실적인 운영·활동비를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동아리 활동에 관심이 있는 교사나 문화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의 집에 앞서, 구로문화원이나 구로문화예술회관에라도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동아리 연습실, 모임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청소년 동아리는 구로 풀뿌리 문화의 토대이다. 때문에 전문 강사 지원, 필요한 만큼의 운영비, 특성에 맞는 동아리 모임방 등 기본적인 활동 여건이 지금이라도 이루어지도록 학교와 자치단체의 계획과 지원이 적극적으로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송지현 주민기자


[현장_ 우신고등학교의 우신 윈드오케스트라]


전국적인 명성 학생 오케스트라
점심시간 활용 연습... 장애인문화제등 공연


올해로 34기를 맞은 우신고등학교 내 우신윈드오케스트라 (지도교사 김학로)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고등학생 동아리이다. 매년 1~2개 전국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우신윈드오케스트라는 100명이 넘는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매년 11월이면 정기연주회를 통해 지역주민들을 만나고 있고, 장애인 문화제 무료공연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꾸준히 교감하고 있는 모범 동아리중 하나.
동아리 일원인 박상준(3학년) 학생은 “부모님은 공부에 전념하라고도 하시지만, 재미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고, 남들이 잘 다루지 않는 악기인 색소폰을 다룬다는 점에서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말한다.
유명세만큼 초청공연도 많은 편이지만, 인문계고등학교 학생들이기에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 동아리원들은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연습을 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은 에어컨 달린 동아리방에서 50명이 동시에 연습할 수 있는 공간과 악기를 갖추고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학교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현재 갖추고 있는 악기는 외부 공연 때 받은 후원금으로 수년에 걸쳐 하나 둘씩 사 모은 것이다.

학생들의 땀과 노력으로 ‘모두 주인공’
지도를 맡고 있는 김학로 교사는 “오케스트라 성격상 많은 학생들과 악기가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도 외부공연이 있을 때는 학부모들의 도움으로 차량 지원을 받고 있다. 그나마 몇 년에 걸친 설득 끝에 정기연주회의 대관료는 학교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학교와 구청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원이 아쉽다고 말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신윈드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는 구로가 아닌 외부에서 열렸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인정받은 구로의 학교 동아리가 악기 지원, 구청 초청 공연은 고사하고 왜 구로 밖에서 정기 연주회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고민 끝에 김 교사는 구로구청 문화체육과를 찾았다. 흔쾌히 뿌듯한 마음으로 지원을 기대했던 선생님은 당시 구청담당자의 반응에 구로 문화행정의 현주소를 확인했다고 한다. 지원은 커녕 안전사고 운운하며 난색을 표하는 담당자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구로윈드오케스트라는 결국 2005년에 구로구민회관에서 구로에서의 첫 연주회를 성사시켰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구로의 동아리인 만큼 구로 주민들을 만나는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다.
“그때는 서운한 점이 많았지요.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구청의 마인드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발적으로 모인 동아리들의 활동공간을 만드는데 너무 인색하다 싶어요. 이름난 밴드나 시립교향악단을 부르는 행사가 문화예술 행사의 전부가 아니잖아요.”
문화예술 활동과 무대는 뛰어난 재능이 있는 소수만의 것이 아닌,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우신윈드오케스트라 학생들이 다양한 무대경험을 통해 실력도 쌓고 인생의 자신감을 기를 수 있었으면 한다는 기대는 비단 지도교사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윈드오케스트라 : 타악기와 관악기로만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의 이름
<송지현 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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