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6 12:20 (목)
미주빌라 36세대의 ‘숯검정’된 가슴
상태바
미주빌라 36세대의 ‘숯검정’된 가슴
  • 구로타임즈
  • 승인 2004.05.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시계획에 대지 200평 잘려... "일방적 선긋기"
"도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지난 7일 금요일 저녁 9시 정동열씨 집 거실에 모여 앉은 개봉1동 미주빌라 주민 대표들은 깊은 한숨과 함께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저녁 주민대표들이 털어놓은 ‘말이 안 되는 사연’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지난 2001년 2월 미주빌라가 위치한 지역이 구로구청이 추진하는 개봉역세권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이면서 동시에 미주빌라 대지 593평 가운데 200여평이 도시계획시설(광장)에 포함됐다.

문제는 덩어리 채 잘려나갈 200여평 가운데 56평이 빌라 아이들의 유일한 뜀박질 공간인 어린이놀이터라는 점. 게다가 이곳이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강제 환수되면 경계에 세워질 담벼락과 빌라와의 이격 거리는 겨우 50㎝정도. 새 농짝 하나 들일 수 없는 비현실적 공간이다.

“상식에 어긋나는 일방적 선 긋기”로 주민들 가슴태우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빌라 옆에는 오래전부터 철가루와 소음 등으로 주민 민원을 야기했던 D공장이 위치해있다. 주민들 주장의 요지는 사주 한 사람이 소유한 D공장대지와 36세대가 공동 소유한 미주빌라 대지를 두고 구청이 경계선을 기점으로 똑같이 폭 2m씩을 신설 도로부지에 포함시켰다는 것. 있는 자와 없는 자에게 동일 기준을 적용해 토지를 환수하는 처사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잘못된 행정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곳 주민들은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되기 전인 지난 99년부터 주민설명회와 주민열람공고 때 수차례 이의를 제기하며 구청에 시정을 촉구해왔다고. 하지만 구당국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관련 시설을 집행 보류시켜 놓을 테니 5년 후 도시계획 재검토 및 보완 시기에 문제 제기 하라"는 식의 의례적 내용 뿐이라는 것.

구당국에게서 시원한 답변 한번 듣지 못하고 지난 5년간 끙끙 앓아온 이곳 주민들의 가슴속은 다 타버린 숯처럼 잿빛이 됐다.

주민 정동열씨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관여한 구청 담당자와 용역업체, 도시전문가 등이 과연 현장을 한번 둘러보기나 하고 선을 그은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라며 "놀이터를 비롯 미주빌라 대지 200여평을 들어내는 처사는 이곳 주민들에게 재개발·재건축도 하지 말고 늘 요 모양 요 꼴로 죽어지내라는 명령밖엔 안 된다"고 토로했다. <송희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