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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라고 봉사못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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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라고 봉사못하나요?
  • 공지애
  • 승인 2005.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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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90] 홈헬퍼 우남희씨
‘하루아침에 날벼락’이라는 말이 따로 없다. 우 남희(50)씨는 9살 때 천둥 번개에 놀라 잠을 자고 나서 세상의 소리가 사라져 버린 줄 알았다.

전혀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것이다.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어른들은 되려 초등학교는 물론 중 고등학교까지 말도 통하지 않는 일반 학교를 다니도록 했다. 수화를 배우기 시작한 것도 불과 15년 전. 결혼과 자녀 출산 뒤였다.

이처럼 청각장애 2급으로 사회생활이라고는 해 볼 기회조차 없었던 그녀가 요즘 뒤늦게 신바람 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재작년 여름, 성프란치스꼬 장애인종합복지관을 통해 장애인가정 독거노인 가정의 도우미인 홈헬퍼로 활동하면서 부터다.

“그 분들은 그저 봉사가 필요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봉사를 받으면서 또 자신이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이동차량에서부터 아주 사소한 것까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돕고 더불어 사는 실천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도 봉사하며 살고 있다는 것에 더욱 겸손해졌어요.”

우 씨는 그들의 원하는 것을 듣지 못해 혹여 상처를 주거나 불편을 줄까봐 노심초사다. 하지만 눈썰미 좋은 우 씨는 부탁 받기 전에 벌써 그 일을 해치울 정도. 도움을 받는 한 장애인에게 “우렁 각시가 다녀간 것처럼 집안이 깨끗해져 너무 기분 좋다”는 칭찬을 받은 우 씨는 더 없이 행복하고 힘이 불끈 솟는다고 말한다.

하루 4시간 정도 봉사하지만 그 이상 도움을 주지 못해 한 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 씨는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빈손으로 가는 법이 없다.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올 때마다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눈여겨보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 홈헬퍼는 매월 정기적으로 자조모임을 갖는다. 봉사를 통해 느낀 점들과 필요한 부분을 서로 나누기 위해서다. 우 씨는 청각장애인에게 있어 홈헬퍼는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선 집밖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몰라요. 또 저를 반가와 하고 기다려주는 이가 있기에 이 일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거예요.”

우 남희 씨는 지금까지 구로구는 물론 관악구 양천구 인천시로까지 지역을 넓혀 활동하고 있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지애 기자>homekong@ku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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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 홈헬퍼 830-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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