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9 09:55 (월)
'삶의 혹한까지 녹이는 친절'
상태바
'삶의 혹한까지 녹이는 친절'
  • 김철관
  • 승인 2003.12.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구로역 직원들// 요즘 영하 날씨 속의 추운 새벽, 남구로역 출구는 하루 생계를 영위하기 위해 모여드는 일용노동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일명 인력시장. 추운 새벽 인력시장에 모인 사람들의 따뜻한 안식처가 남구로역이다.

새벽5시 첫 지하철 운행이 시작되면 인력시장에 모인 일용노동자들은 하나 둘 짝을 지어 남구로역 안으로 몰려든다. 대부분 인력시장에서 선택되지 않는 사람이다. 이들은 내일을 기약하며 어디론가 발길을 재촉하기도 하고, 남구로역 안에서 뭔가 생각에 잠긴 사람도 있다.

이런 하루 막노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 일당 취업의 안방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 남구로역이다. 매일 펼쳐진 인력시장에서 좋든 나쁘든 이들을 상대해야한 사람들은 남구로역 직원들이다.

남구로역 직원들은 새벽 인력시장과 함께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새벽 4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인력시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조선족과 취업을 못한 일용 근로자들. 장작불을 피워 새벽 추위를 달래기도 하고 추위를 달래려고 새벽부터 약주를 내리 마시는 만취한 일용노동자도 더러 있다.

이런 만취 일용노동자를 상대해야할 책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남구로역 직원들이다. 그들은 '취객 상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취객들은 막무가내 직원들에게 승차권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기 일쑤고 심한 욕설과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욕설과 행패를 부린 취객들에게 직원들은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만성이 돼 웬만한 취객의 행동에도 화를 내지 않는다. 더욱이 취객의 어려움을 헤아리면서 친절하게 상담도 해주고 있다.

송병윤(44) 남구로 역장은 인력시장 취객 때문에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중국조선족 동포들이 정부의 불법취업단속 때문에 요즘 많이 사라졌습니다. 요즘 인력시장에 모인 사람들이 몇 달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지요. 2번 3번 4번 5번 출구에서 새벽에 열린 인력시장 취객들의 막무가내적인 행동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일치 단결해 그들의 선도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다. 남구로역 직원들은 주민들의 바람에 따라 사진전시회, 그림전시회 등을 개최해 역사내 공간을 지역문화공간으로 제공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구로지역 어린이들을 초청해 문화열차 견학을 실시했고 남구로역을 이용한 고객들에게 지하철이용 질서 캠페인도 틈틈이 벌이고 있다.

남구로역 직원들은 승객에 대한 친절을 베푸는 것이 제일 중요한 덕목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승객들에게 친절을 베풀 때마다 좋은 일이 생긴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장창선(37) 부역장은 "노인들에게 무임권을 줄 때 고맙다고 합니다. 특히 잃어버린 유실물을 찾아 준 승객이 음료수를 사 가지고 올 때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김근혜(36) 대리는 "아줌마가 잃어버린 보따리를 종착역에 연락해 찾아줬는데 보따리 안에 들어있던 식용유를 주고 갔어요. 너무 감탄했습니다."

임경(33) 주임 "저는 장가를 갔습니다만 유실물을 찾아준 처녀 한 분이 찾아와 총각인 줄 알고 사귀자고 했을 때 난감했습니다."

공익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고은(22)씨는 "장애인들에게 휠체어 리프트를 도와주면 너무 고마워합니다. 당연한 일을 고마워하니 기분이 나쁠 리 없지요."

직원들의 승객 친절에 대한 이유를 묻자 송병윤 역장은 "한 달에 한번 정도 탁구 시합을 통해 직원들의 단합에 힘씁니다. 그리고 직원 면담을 통해 직원들간의 화합에 노력하고있습니다. 특히 직원들의 어려운 사안을 청취해 그때그때 해결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것이 승객에게 친절로 나타난 것이겠지요."

3356605@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