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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까지 도배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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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까지 도배해드립니다 ”
  • 최대현
  • 승인 2003.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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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던 지난 달 27일 개봉본동 남현교회 인근에 위치한 가출청소녀들의 보호시설 '유프라시아의 집'은 이른 아침부터 15명 가량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큰 붓과 '풀', 벽지들로 '점령'당한 10여평 크기의 거실 한켠의 주방쪽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던 한 수녀의 얼굴엔 흐뭇한 웃음이 가득했다.

(사)열린사회 구로시민회가 지난6월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하는 사랑의 무료 집수리 봉사 '해뜨는 집'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지난 번 단칸방의 독거노인집을 할 때보다 집규모가 크고 해야 할 곳 많아 걱정이 앞서는 눈치다. 1, 2층 아이들 방 3곳을 도배하고 장판을 까는 것이 이번 봉사에서 해야 할 일. 구로시민회 이병창 사무국장은 " 도배 초보자가 많아 단칸방도 힘들었다"며 "하지만 오늘은 처음 나오신 분이 기술자이고 집수리 봉사 5년의 경력을 쌓은 북부시민회에서 5명이 지원 나와 든든하다"고 말했다.

각 방의 천장과 벽의 길이와 폭을 재고 벽지에 '풀'을 바르는 일부터 봉사는 본격화된다. 초보자는 조금이라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벽지에 풀을 바르는 방법부터 천장과 벽에 도배하는 법 등을 땀방울을 훔쳐가며 열심히 하나씩 배워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자체적으로 거실을 도배한다고 하다가 한 수녀가 떨어져 치료비가 더 들어서 고생했다며 웃는 조미애 이냐시오 수녀는 "아이들방이 누수가 되고 곰팡이가 슬어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쉬는 날에도 이렇게 나와 고생하는 게 너무도 고맙고 흐뭇하다"고 말했다.

수녀들의 고마운 마음의 한 표현이었을까. 점심에는 한 사람 당 한 마리의 삼계탕이 나와 자원봉사자들을 흐뭇(?) 하게 했다.

천장과 벽에 도배지를 한 장씩 정성스레 바르지만, 벽지의 무늬를 거꾸로 부치는 등 초보자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하면서 봉사는 진행되었다. '삼계탕의 힘' 때문이었는지 생각보다 일은 빨리 진행되었다. 자원봉사자들의 손이 스쳐간 방들은 예전의 퀴퀴한 곰팡이 모습대신 환한 얼굴로 바뀌어졌다.

예정에 없던 주방도 '수리'가 이루어졌다. 이를 주도한 한 자원봉사자(광명시 거주)는 벽지를 옮기며 "작년에 도배자격증을 따고 종종 독거노인들의 집을 도배해 주었는데, 시민회에서 봉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여했다"며 "그냥 내가 사회에 할 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한 도배와 장판을 깔고 난 후 방 청소, 커튼 달기, 낡은 전등 갈아 끼우등의 마무리 작업도 착착 진행됐다.

구로에 10여년 동안 살아오다 결혼 후 안양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김응로(41)씨는 "시민단체라고 하면 정부에 대한 싸움이나 거시적인 것만 생각하게 되는 데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를 할 수 있다"며 "혼자 살고 있는 어르신 집을 찾아 집도 수리하고 말벗이 되어 드리는 것은 너무 흐뭇한 기억"이라며 더욱 많은 사람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밖에는 하루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유프라시아의 집에는 '사랑과 희망을 머금은 화사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사)열린 사회 구로시민회(cafe.daum.net/openguro)는 매월 한 차례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주민을 찾아 도배와 장판을 깔아주는 등의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문의 869-6164.



구로타임즈/ 최대현 기자 ku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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