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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466]"내 생애 최고의 행복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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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466]"내 생애 최고의 행복한 순간"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6.09.23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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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구로지사 소속 강사인 유성연(48) 씨는 구로노인종합사회복지관(구로5동 소재) '씽씽에어로빅반'을 맡아온 지 벌써 12년째다. 매주 목요일 10시, 11시 수업에 어르신과 함께 노래하며 춤추며 웃고 이야기하다보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강당 가득 어르신 회원이 모이면 먼저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국민체조로 몸을 푼 뒤에 '시골영감 기차놀이' 노래에 맞춰 율동하며 웃는다. "으흐하하하하하" 활짝 웃음으로 마음까지 연 뒤 성인가요와 댄스음악 등 인기가요까지 섭렵해 운동량을 조금씩 늘린다. 중간 중간 숨이 차지 않도록 호흡조절도 하고, 정수리 백회 자리에 마사지를 하는 등 치매예방을 위한 간단한 운동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안전에 제일 신경을 많이 써요. 어르신 눈높이에 맞춰 신나는 노래와 율동으로 신체기능저하를 방지하고 노인성질환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 유쾌, 상쾌, 통쾌하게 수업하고 있어요." 유성연 강사는 어르신 회원들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점점 18세 소녀가 되어간다고 이야기한다. 한 어르신은 손주를 봐주느라 복지관을 다닐 수 없지만 목요일만큼은 며느리에게 월차를 내라고 할 만큼 씽씽에어로빅 수업은 빠지지 않는단다.

한춘자(79) 반장은 "춤과 율동이라 혼자 하면 쑥스럽겠지만 여럿이 다 같이 하니까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선생님이 항상 칭찬 해주니까 더 용기를 얻어서 주눅 들지 않고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이복희(78) 부반장도 "집에만 있으면 우울한데 이렇게 또래와 웃으며 운동하니까 마음이 즐겁고 좋다. 활력이 생겨서 젊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씽씽에어로빅 수업이 생긴 12년 전부터 꾸준히 배워온 최금춘(80) 할머니는 "잘 추고 못 추고를 떠나서 몸도 정신도 건강해지고 치매 걸릴 확률도 줄어든다고 하니 관절이 아프긴 해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고 강조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처럼 함흥 흥남부두에서 수많은 인파로 인해 아버지를 먼저 남한으로 보내고 어머니와 동생 세 명과 당시 13살이던 변영숙(80) 할머니는 북한에 남아 있다가 아버지를 찾아 도강해 중국을 거쳐 16년 전 마침내 한국으로 건너왔다.

"진짜 영화 그대로였어요. 자식을 잃어버리고, 물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었고 말도 못했죠. 결국 북에 남게 된 나머지 가족은 반동가족이라는 낙인이 찍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생애 최고로 행복하다는 변영숙 씨는 복지관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할 수 있고, 지금처럼 노래하고 춤추면서 함께 어울리며 사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박헌철(82) 할아버지는 "선생님이 늘 웃는 얼굴로 멋지다, 잘했다, 예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고, 열심히 지도해주세요. 그래서 기분 좋게 수업하고 있지요. 전신운동이지만 힘들지 않게 조절해주니까 무리하지 않고 건강해지는 걸 느껴요."

작년 고척근린공원에서 노인의날 행사에 발표 재능부문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도 뛰어난 씽씽에어로빅은 건강한 노후, 행복한 오늘을 위해 씽씽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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