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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33] 구로구의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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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33] 구로구의 겨울나기
  • 성태숙 시민기자( (구로파랑새나눔터 지역아동센터장) )
  • 승인 2024.02.16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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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다른 아이들은 다 방학했는데, 저는 아직도 학교 다니고 있으니까 친구들이 이제는 친구 아니고 형이고 누나래요."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일까? 그래도 하소연을 하는 1학년 아이 얼굴은 제법 진지하다.

이야기를 들어본즉슨 1월이 되어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모두 방학을 하고 2학년으로 올라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자기만 아직 1학년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친구들이 "넌 이제 우리 동생이야"라고 한마디씩 했던 모양이다.

나름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쪼르르 하소연을 하러 달려왔다.

그러게 머리털 나고 1월에도 방학을 하지 않고 한참 학교를 다니는 아이는 나도 처음 보았다.

아이들의 말에 그저 웃고 넘길 순 없는 게, 그런 세상의 변화가 한편으로는 무겁게 다가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걱정스럽게 다가오는 변화는 기후 위기다.

세상을 염려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마디씩 보태는 주제라 실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모두가 이런저런 모양으로 경험을 하고 있을 터인데, 파랑새도 올겨울 기후 변화를 체감한 일이 있다. 

파랑새는 본래 사무실용으로 나온 건물을 임대해 주방을 비롯한 공간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주방에서 건물 밖으로 노출된 긴 수도관을 두게 되었다.

수도관이 내부에 있어도 겨울이면 동파 염려가 있을 법한데 외부에 노출된 관이니 더욱 겨울 추위는 쥐약인 셈이다.

그래서 매년 1월이면 며칠씩 얼어붙은 수도관을 두고 씨름을 해야 했는데 올겨울은 그런 연례행사가 없었던 것이다. 

'가진 거 없는 사람은 날씨 따뜻한 것도 복으로 친다'. 춥지 않은 겨울을 보내며 문득 생각 난 말이다.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도관이 얼지 않은 것만 치다 문득 떠올린 말이다. 

하지만 이런 옛말이 지금도 유효한 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다 못해 북극에서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관 동파 따위는 앞으로도 영원히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사실 더 걱정해야 할 문제임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저 따뜻한 정도에서 끝나야 없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날이 되는 것이다.

따뜻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지글지글 끓어오를 일이 곧 닥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태평하게 수도관 얼지 않은 것만 좋다고 희희낙락하는 꼴은 마치 끓어오르는 솥 안에 들어앉아 한순간 한순간을 '버틸 수 있어, 괜찮을 거야'라고만 염불 외는 개구리와 다름없다.

구로에도 살벌하게 추운 바람이 불어오던 겨울이 있었는데 말이다.

그때는 모두가 12월 중순이면 방학을 하고, 수도관도 몇 겹씩 칭칭 동여 싸매며 살았던 시절이다.

그때는 없는 사람들을 위해 추운 겨울이 얼른 지나길 바랬지만, 지금은 더위지는 지구 환경의 책임이 먼저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집어삼키지 않기를 바래야 할 때이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이익을 남기려고 아등바등하는 사이 지구가 정말 '열 받았다.'

그런 화기를 우리 구로라도 조금 더 식혀줄 수 있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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