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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칼럼] 독선과 경청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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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칼럼] 독선과 경청 사이
  • 하승수 변호사
  • 승인 2023.10.10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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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많은 업적을 남긴 왕이라고 할 수 있는 세종대왕은 토론을 좋아했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즉위한 직후 '의논하자'라는 말로 국정을 시작했다고 하고, 신하들에게 늘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세종대왕은 '경청'에도 능했다고 한다.

세종대왕은 신하들의 말을 끝까지 들음으로써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는 한편, 경청하는 그 자체만으로 반대자들의 마음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세종대왕이 우유부단했던 것도 아니다.

우유부단했다면, 한글창제같은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 점에서 세종대왕의 리더십은 지금의 고위공직자들이 본받을 만한 것이다. 

세종대왕의 경우에는 주로 신하들과의 소통과 토론이 중요했다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고위공직자들이 주권자인 국민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의견이 존재하면, 충분히 토론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대통령처럼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경청할 줄 모르고 토론할 줄 모르면,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에도 지역에서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리이다.

예산편성권, 인사권, 각종 인ㆍ허가권 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왕적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표현도 사용되고 있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3분의 1 정도 지나면서, 여러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필자도 가끔 지역주민들로부터 '우리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했던 주민들로부터 실망을 넘어서서 배신이나 분노의 감정이 엿보이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주로 독선적인 행태가 나타난 경우이다. 

독선( 獨善)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일"이다.

독선은 흔히 결단과 헷갈릴 수 있다.

현실을 보면, 권한을 가진 사람은 '결단'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독선'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독선'과 '결단'을 나누는 기준점은 무엇일까?

'독선'이 되지 않으려면, 세종대왕처럼 '경청'과 토론의 과정을 충분히 거쳤는지가 중요하다.

흔히 자기 의견을 말하기 좋아하는 고위공직자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권한이 있는 사람은 자기 말을 최대한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들을 줄 모르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많다.

다른 의견을 가진 주민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지방자치단체장이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 의견만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하면 갈등이 심화되기 마련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결단'이라고 주장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독선'인 경우는 '경청'의 과정이 생략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의견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충분한 토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토론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론화를 주관하는 기구를 구성하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에는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가 제정되어 있는데, 주민 500명 이상이 서명해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를 하면, 원탁회의, 공론조사, 시민배심원제 등을 통해서 공론의 장을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조례에서는 '숙의민주주의'를 "정책결정과정에 주민들의 참여와 토론을 통한 공감과 합의를 실현함으로써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높이는 민주주의 형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과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판단의 기준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결단'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의사결정에 누군가의 사적(私的)인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다면, 그것은 '독선'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런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지방자치단체장 본인이 '결단'할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의 토론을 거쳐서 결정하는 것이 옳다. 

물론 이미 '독선'에 빠진 고위공직자들 귀에는 이런 얘기가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주권자들이 권한을 위임했다고 해도, 언제든지 주권자들은 그 위임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을 탓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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