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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아이를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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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아이를 위한 기도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23.07.21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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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숙 센터장(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성태숙 센터장(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누군가 만약 지금 살고있는 터전을 떠나 다른 먼 곳으로 가서 살겠다고 한다면 그런 마음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는 걸까? 만약 가고자 하는 곳이 말도 다르고 풍습도 다른 나라라면 굳이 그 먼 곳으로 가려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묘하게 슬픈 구석이 남는 생각이다. 그렇게 떠나와 자리를 잡은 곳은 또 어떨까? 살던 곳을 떠나와 다시 자리를 잡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선생님, 근데 OO이 왜 안 와요?" 이런저런 생각에 여념이 없는데 뜬금없는 질문이 다. "OO이? 전학 갔잖아!" 벌써 두어 달이 훌쩍 넘은 일인데, 아이 마음에 갑자기 의문이 일었던 모양이다. "전학 갔어요? 언제요?" 뜬금포처럼 터지는 질문을 받고 있으려니 잠시 머물다 훌쩍 떠나버린 아이 얼굴이 떠오른다. 

아이를 본 것은 한 달이 넘지 않을 듯 싶다. 부탁을 받고 돌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막 함께 지내기 시작하고 바로 캠프를 갔는데, 멀쩡히 잘 놀다가 엄마를 찾아 한참을 서럽게 울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제는 그럴 나이가 훨씬 지났는데도 설핏 공포까지 엿보이는 울음을 보면서 여기까지 와서 살게 된 사연이 예사롭지 않겠구나 싶기도 했다.

아이가 사라지기 직전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일종의 징후를 보이긴 했다. 말도 없이 센터에 나오질 않다가 다음 날 커다란 여행 가방을 든 어머니와 갑작스레 나타나기도 하였다. 무언가 사정을 설명할 것이 있다면서 아이는 제 어머니가 계시는 카페로 나를 이끌었다. 아이 어머니 곁에 보이는 커다란 여행가방을 보면서 가방을 한껏 채우고 있는 짐도, 꽁꽁 얼어있는 아이 마음도 곧 풀어지겠거니 속 편하게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그리곤 거의 곧바로 모자가 사라져버릴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아이의 터전은 우리가 마련한 품이 아니라 제 어머니의 여행 가방 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래서 그 바퀴가 구르는 대로 한없이 함께 굴러야 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이렇게 떠도는 아이들은 누가 챙겨줄 수 있을까? 다문화와 이주민 정책을 이야기 하지만 그것도 우선은 진득하게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이 아이처럼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사는 사람에게는 그런 정책의 혜택도 언감생심일 수 있다. 그리고 물론 부모의 짐더미 위에 실려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살아가야만 하는 아이들의 처지란 이주민이든 원주민이든 가릴 것 없이 안타까운 것이란 점은 말할 나위가 없다. 

어른들이 떠돌 때 아이들도 그 그늘에서 함께 떠돌게 된다. 세상 누구에게도, 세상 어디에도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작은 몸뚱이를 잔뜩 웅크린 채말이다. 그럴 때 그 작은 목구멍에서 나오는 가녀린 소리는 그래도 피울음일지 모른다. 

그게 누구든, 그 사연이 어떻든 그런 아이를 보실 때 제발 당신의 자비로운 손을 내밀어주시길 이 청정한 여름 아침에 기도를 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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