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천왕산 책쉼터를 다녀왔다. 우연한 기회에 책쉼터 1주년 기념식에서 여학생 네 명이 노래를 부르기로 한 까닭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그냥 구경도 하고, 놀기도 하자면서 책쉼터를 다녀오기로 했다. 파랑새는 어차피 토요일 운영을 해야 해서 토요일에 그런 일이 있는 것은 어쩌면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책쉼터는 지난해 딱 한 번 다녀왔다. 우연한 기회에 함께 책쉼터에서 그림전시회를 하자고 해서 모였던 까닭이다. 그때는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타고 책쉼터까지 올라갔다. 차로도 한참 산길을 올라갔던 것 같은데,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이끌고 잘 다녀올 수 있을지 벌써 진땀이 났었다.
선생님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아랑곳없는 눈치다. 구청 옆 김밥집에 죄 몰려서 한참을 김밥을 싸는데 시간을 들인 후 버스에 올랐다.
아이들 각자 김밥을 담아갈 수 있는 통과 젓가락, 물병을 가져왔으면 참 좋았으련만, 아쉽게 준비를 못 한 아이들이 많았다. 김밥집 아주머니께 미리 주문을 안 했다고 한 번, 아이들마다 비닐봉투를 찾는다고 또 한 번 작은 꾸지람을 들었다. 미리미리 챙기지 못했으니 들어도 싼 꾸지람이다.
핸드폰으로 안내문을 꼼꼼히 살펴 가며 버스에서 내렸다. 하지만 당장 초행길인데 핸드폰에서 알려주는 길이 조금 이상하다. 이리 가면 저리 가라 하고, 저리 가면 이리 가라 한다. 아이들과 실습생 두 분, 어머님 두 분을 이끌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니 뒤에선 난리가 났다.
이조차 낯선 일은 아니다. 토요일은 사전답사 없이 무턱대고 나가는 일이 많아 오늘처럼 길을 헤매는 경우는 다반사다. 아무튼 실습생들의 도움을 받아 산자락에 잘 접어들었다. 생각보다는 길이 멀지 않아서 아파트를 벗어나니 금방 스마트팜이 나온다.
길이 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까워서 깜짝 놀랐다. 공연하는 아이들은 한복까지 싸 들고 와서 짐이 제법 무겁다. 무거운 짐을 대신 받아들고 얼마나 올라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한시름을 놓았다.
스마트팜부터는 어느 노랫가락에 나오는 것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가 시작된다. 구로동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광경이라 반갑기 그지없다. 스마트팜 주변에는 정자도 있고, 작은 흔들 그네도 있어 쉬었다 가기로 하였다. 두 모둠은 정자에 자리를 잡고 김밥과 주먹밥을 펼쳐 들었고, 몇몇 아이들은 센터에서 가지고 온 신문을 깔고 아예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밥은 금방 해치웠다. 그리곤 모두들 우~ 몰려나가서 그네를 타고 놀았다. 스마트팜에는 화장실도 개방되어 있어 급한 아이들은 편히 일도 보았다. 그렇게 잠시 쉼을 하고 이번에는 산길을 따라 책쉼터로 올랐다. 그런데 스마트팜에서 오르막을 오르자마자 저쪽으로 벌써 책쉼터가 보였다. 몇 가족들이 막 연날리기를 마친 모양이다. 다시 한 번 멀지 않은 길이 또 반갑다.
가방을 내려놓고 공연을 할 아이들은 한복으로 갈아입었다. 다른 아이들은 우루루 놀러 가버렸다. 잠시 연습할 시간이 주어져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미 몇 달 전 배운 노래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크다. 하지만 아이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군밤타령이나 사랑가 한 대목을 부른다는 것만으로 이미 한 수 먹고 가는 길이라 생각하고, 걱정을 붙들어 매기로 한다.
행사는 폼 나는 초등학생 풍물패 공연으로 시작되었다. 그동안 얼마나 연습을 했던 것인지 관객들의 흥을 제대로 돋운다. 그리곤 파랑새 공연이 시작되었다. 장단은 약간 느리고, 중간에 괜히 끼어든 바람에 가사가 약간 꼬이기도 하였지만 어쨌든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남은 시간엔 우는 아이들을 달래고, 싸우는 아이들을 말리고, 노는 아이들을 상대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5학년 남자아이는 한참을 뛰어놀았는지 곤히 잠을 잔다. 아이들과 함께 책쉼터를 올랐던 어머님들도 오늘이 좋았다고 한 말씀씩 하신다. 시간이 나면 쑥이라도 뜯고 싶었는데.... 저 멀리서 천왕산이 다시 또 오라 손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