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07-30 16:37 (금)
[포커스] 경서농협 개봉1동부녀회 - 농촌과 도심 잇는 '수호천사'로 20년
상태바
[포커스] 경서농협 개봉1동부녀회 - 농촌과 도심 잇는 '수호천사'로 20년
  • 윤용훈 기자
  • 승인 2021.07.09 1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7일(수) 오전. 비가 바로 올 듯 잔뜩 흐린 날씨에 경서농협 직원 2명이 1톤 차량에서 감자 10kg 50박스와 마늘 반접 자루 60개를 길가 팔레트에 쌓고 있어 오가는 주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날 경서농협 개봉1동부녀회원들은 총무 집 대문 앞에 놓인 감자와 마늘 그리고 찰보리, 미역 등을 동네주민들에게 원가에 판매했다.

비가 올까봐 조바심이 난 부녀회원들은 빗방울이 뿌려지기 전 빨리 이들 농산물을 팔아야 한다며 여기 저기 아는 지인이나 예약한 주민들에게 전화를 돌린다.

경서농협 개봉1동 부녀회(이하 부녀회)는 지방농협 농작물을 가져다 동네주민들에게 파는 봉사를 겨울철을 제외하고 연중 진행하고 있다.

홍월선 부녀회장(74)은 "농촌 살리기와 좋은 농산물을 동네주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매년 지방농협의 계절별 농작물을 1원도 남기지 않고 (원가)그대로 전해주고 있다"며 "오늘은 당진 감자와 의성 마늘 등을 팔려고 내놓았고, 이러한 일을 20년 이상 해오고 있다"고 했다. 

감자와 마늘 등의 품질이 최상품이고, 값도 일반 슈퍼마켓에 비해 저렴해 동네 단골들이 주로 사갈 것 같다고. 특히 당진감자가 맛이 좋기로 알려졌다며 오가는 주민들에게 사 가지고 가서 먹어보라고 권했다.

지난 2000년, 동네 주민 25여명으로 시작한 부녀회는 현재 18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이 초창기 회원인데 20여년이 흐르면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만 둔 회원들이 늘어서 그렇다고 한다.

40∼50대이던 중년회원들이 어느덧 60∼70대 할머니로 변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하는 활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단지 나이 들어 기력이 크게 떨어졌을 뿐이라고.

부녀회는 계절에 따라 경서농협과 연계된 지방농협 농작물을 동네에 하차해 주면 이 농산물을 길가에 쌓아놓고 회원들이 나와 교대해가며 판매하고 있다.

가까운 가정에는 배달도 해주고 있다.

이날도 늦게까지 배달을 했다고 한다.

감자와 마늘은 물론 고추, 양파, 옥수수, 단호박, 땅콩, 쌀, 절임배추 등 지방산지 농협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판매하는 봉사를 하면서 농부들이 땀 흘려 수확한 농산물을 한 개라고 더 팔아주려고 나서고 있는 것.

김영일 총무(74)는 "회원 대부분이 농촌 출신이라 농사가 힘이 들고, 남는 것이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아무 대가 없이 팔고 있다"며 그런 재미가 있으니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총무는 그러면서 "비가 오면 물건이 젖지 않게 옮겨 놓아야 하는데... 비가 오지 말아야 하는데"라며 걱정을 했다. 

그는 또 농산물을 다 팔고 정산을 하다보면 계산이 다 맞지 않을 때도 있고, 이럴 땐 부녀회장 등이 개인 돈으로 채워 현지농협에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회원 중 최고령인 안창순 회원(80)은 "나이 들어 크게 하는 일은 없지만 나와서 농산물이 없어지지 않나 지켜 서보기도 하고, 아는 사람 만나면 사가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런 봉사도 의미가 있어 계속해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홍 회장은 "지방 농협의 가장 믿을 만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만 취급하고 있다"며 "물건 사간 주민이 품질 좋은 농산물을 맛있게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들을 때 보람이 있지만 간혹 농산물이 좋지 않다는 불만을 낼 때는 속이 상하다"고 했다. 

부녀회는 이러한 농산물 판매대행 뿐 아니라 직접 농촌에 내려가 일손을 돕기도 하고, 체험하기도 한다. 최근엔 경서농협 전체 부녀회 일부 회원들과 철원의 블루베리 농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부녀회는 또한 동네 노인정 등에 먹거리를 나누는 봉사 등도 하고 있다.

"전에는 노인정이 어렵고, 먹을 것이 부족해 수시로 음식을 만들어 들여보냈고, 어려운 이웃에게도 김치를 담가주었지만 지금은 노인정이 크게 개선되고 먹을 것도 많아져 이런 봉사를 줄이는 대신 최근에는 10kg쌀 50포와 열무김치 50통을 담가 동 주민센터에 전달했어요. 매년 이러한 물품봉사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홍 회장은 이러한 비용은 회원 회비와 찬조금 그리고 경서농협에서 제공한 상품권 등을 가지고 장만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지방농협에는 직원 월급도 못줄 정도로 어려운 농협도 있고, 농산물 판로가 마땅치 못해 어려움을 겪는 농부들도 많습니다. 이런 곳의 품질 좋은 농산물을 도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 도·농간 서로 좋은 일"이라며 홍 회장과 회원들은 쌓인 농산물 팔기에 분주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