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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여름이 오는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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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여름이 오는 두려움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20.06.30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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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를 산지 7년 만에 센터는 승압 공사를 했다.

매년 에어컨을 두어 대만 돌리면 전압을 감당 못해 정전이 되곤 하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6월이 며칠 남지 않은 이즘 올 여름의 더위가 심상치 않을 것 같아 이리라도 대비를 하려는 셈이다. 

'서프라카'란 말이 들려올 정도로 지난 해 여름도 정말 길고 무더웠다. 9월을 한참 넘어서도 계속 더운 날씨가 이어져 도대체 언제쯤이면 이 더위가 다 가실까 내내 기다렸던 기억뿐이다.

그 더위가 다 가고 나면 짧은 가을이 금방 지나고 추위가 닥치니 이제는 겨울과 여름만 되풀이 되는 세상이 되려나 보다.

아이들은 얼음물을 마시기 시작한지 한참 되었다.

얼음 얼리는 곽을 대여섯 개나 준비해놓고 수시로 얼음을 모아놓고 또 얼리는데 열심이지만 먹는 속도를 따라가기 역부족이다.

큰 얼음덩어리 하나를 받아도 작은 얼음 한 개 정도는 꼭 덤으로 더 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이 드물지 않으니 한 대접 수북했던 그릇도 금세 동나기 일쑤다.

하지만 아이들이 겪고 있고, 또 앞으로 겪어야 할 어려움에 비하면 이런 수고쯤이야 무슨 대수겠는가 싶어 얼음이라도 열심히 얼린다.

하지만 30여명이나 되는 아이들과 이 여름을 어찌 날까 하는 생각을 하면 벌써 숨이 턱 막히는게 사실이다.

더욱이 코로나로 공공시설의 이용도 어렵고, 수영장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이용도 언제든지 제한될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러나 여름이 너무 덥다는 한가로운 탄식만 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봄이 오면 제비가 날아들고 화창한 꽃밭에 한가로이 나비가 날아드는 경치를 앞으로 더 이상 아이들은 꿈꿀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비는 나비축제나 가야 볼 수 있는 희귀한 생물종이 되어버리고, 동네에서는 까마귀나 비둘기를 빼고는 별다른 새조차 구경할 수 없는 그런 날들이 오고 있다.

자연경치가 좋은 곳으로 나들이나 캠프는 가고 싶지만 숲속에서 날아드는 날벌레를 보면 소름끼치게 싫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연은 원래 그런 것이란 여유를 찾아보기 힘들고, 그런 벌레들은 그저 너무 생경하고 싫기만 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감성이 이리 된 것을 아이들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일이다.

아스팔트와 회색 시멘트벽에 둘러싸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의 것을 기대하긴 어려운 일이다.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이후 연일 생명의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하루하루 서로의 안전을 염려하며 보내는 날들이 일상이 되고 보니 다른 것들을 미처 생각할 여유가 없다.

아이들을 만나도 먼저 손을 씻으라 하고, 일회용 종이 수건을 써서 얼른 닦으라고 이른다.

생명의 문제가 우선이기에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더위와 이 바이러스의 공포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우리는 한 번쯤은 깊이 고민해보아야 한다.

더 이상 예전 같은 삶을 살 수 없다는 뜻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대량으로 소비하고, 원하는 만큼 충족하고, 무엇이든 욕망하는 그런 삶을 꿈꾸어서는 안된다.

지구와 우리 생태가 우리에게 이를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다.

당장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시작할 수 있을지 아직은 고민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여름 더위를 위해 승압을 하는 모습을 보면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런 생활 속에서도 위협을 실질적으로 느낀다는 점이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 하는 고민이 심각하게 들고 있다.

무엇이든지 작은 것 하나라도 바뀌야겠다는 절실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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