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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 23]다문화 어린이들의 '오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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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 23]다문화 어린이들의 '오샘'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3.11.05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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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렬씨(지구촌지역아동센터)

교육인류학 박사과정 중인 오덕렬 씨는 대학생 시절, 구로공단 노동자 자녀 야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그 뒤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여명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학교 선배인 (사)지구촌사랑나눔 김해성대표의 권유로 다문화가정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동참하게 됐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판단해 '지구촌 지역아동센터'의 전신에서부터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왔다.

"그러고 보니 군생활을 제외하고는 10년간 봉사를 쉰 적은 없었네요. 수업도 수업이지만 청소나 설거지 등을 함께 하고, 반찬도 연구해 밥을 같이 만들어 먹었어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지역아동센터에서 수학 영어 등을 지도해 온 그는 현재 지구촌학교(오류2동 소재)에서 대안교과를 담당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에 오는 아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다문화가정이라는 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저소득가정이라는 경제적 어려움 등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성은 다르지 않더라고요. 아니 오히려 더 순수하고, 작은 도움에도 고마워할 줄 알아요."

초등학생 때부터 가르치던 학생들은 이제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지만 학생들과도 정이 들고, 학부모와 교사들의 간곡한 부탁에 발목이 잡혔다고 오덕렬 씨는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6년째 아이들의 수학교사인 동시에 함께 공감해주는 친구, 상담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선배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1주일에 1번, 3시간 수업이지만 '오샘'은 떠나지 않을 거라는 두터운 신뢰가 쌓이다보니 센터 학생들은 친구들이나 부모님께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또 그만큼 많이 의지한다.

"다문화가정은 중국·일본·필리핀 등 동남아가 80~90%를 차지하기 때문에 실상 외모로는 한국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50% 이상은 한국말 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니 편견을 갖지 않고 똑같이 대해주는 것부터가 아이들과 친해지는 첫 걸음"이라고 오덕렬 씨는 강조했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친해지면 스스로 공부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같이 듣고, 게임을 하면서, 좋아하는 가수이야기를 하고, 노래방을 같이 가면서 신나게 놀고, 때로 혼낼 땐 따끔히 혼내요." 그렇게 스스로 공부를 시작한 학생이 수학 성적이 올랐다며 달려올 때면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흐뭇함이 몰려온다.

구로의 한 초등학교 교사 대상으로 '다문화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때 교사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다른 연수는 이론 위주인데 오덕렬 씨 강의는 현장 위주로 사례를 들어주니 귀에 쏙쏙 들어오고, 적용하기 쉽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제 교육철학이 현장을 모르는 학자는 되지 말자, 현장에 있는 교사보다 현장을 더 잘 아는 학자가 되는 것이거든요."

대학강사로, 지구촌학교 교사로, 통일교육 강사로, 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도로서도 벅찬 일정에 지역아동센터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이유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자신에게도 힐링타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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