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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35] 하천에 뜬 '코레일' 지역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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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35] 하천에 뜬 '코레일' 지역천사들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3.09.02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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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전 발족 … 안양천 등서 쓰레기 줍기 척척

지난 수요일 오전 10시, 녹색 조끼를 입은 30여 명의 회원들이 도림천을 누빈다. 목장갑에 집게, 큰 자루를 들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만큼 뜨거운 햇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책로와 풀숲 등을 샅샅이 뒤지며 쓰레기를 걷어낸다. '설마 그런 곳까지?' 싶은 틈새 사이에서 온갖 쓰레기가 건져진다. 풀숲에 다리를 끄슬리면서, 내에 발이 빠지면서도 회원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코레일네트웍스(주) 봉사활동 단체의 하나인 '네트웍스 안양천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안사모)회원들은 2011년 4월 발족 이후 안양천, 도림천, 목감천을 넘나들며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야간근무를 마치자마자 아침도 거른 채 참석한 회원, 근무복도 채 갈아입지 못한 채 참석한 회원, 아예 작정을 하고 등산화에 모자까지 착용한 회원 등 하루 이틀 해 본 솜씨가 아니다. 비닐봉지부터 플라스틱 호스, 접시, 음식쓰레기 등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다양하지만 구석구석 잘도 숨겨 놓아 수거하기가 더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이제 노하우가 생겨서인지 회원들은 쓰레기를 용하게도 찾아낸다.

홍지호 (60) 도림천 매니저는 작년 5월, 봉사의 취지는 물론 동료들과도 어울릴 기회가 되겠다며 동참하게 되었다. 한 번도 봉사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 그는 "우리 환경, 우리 손으로 지키자"는 다짐으로 주변 동료들도 가입시키는 열의를 보였다.

박면식 (59)고잔역 매니저는 안사모는 물론 독거어르신을 돕는 봉사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다. "그냥 즐겁고 좋아요. 회원들끼리 서로 정이 많이 들어 이제 안 보면 서운해요. 그래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거죠."

불과 5~6년 전만 해도 홍수에 냉장고나 생활용품이 떠내려 오기도 했다고 최희자 (46) 매니저는 이야기한다. 악취와 오물에 얼굴을 찌푸리던 하천이 이제는 잉어나 참게가 번식하는 맑은 물이 되었다며, 안사모는 물론 다양한 기관과 동아리에서 봉사를 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구일역에서 근무를 하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겪는다. 취객이나 승차요금과 관련해서 아무리 설명해도 우기는 승객도 많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얼마 전에는 자살하려던 여성의 생명을 구한 일도 있다.

"20대 후반의 여성이 전철에 뛰어들려는 걸 시민이 신고해 주어 달려갔죠. 그 여성은 생활고에 비관해 유서를 쓰고 자살을 결심했던 거예요. 결국 격분한 그녀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몸이 경직되면서 숨조차 가빠와, 응급차가 올 때까지 진정을 시키며 설득을 했죠. 며칠 뒤 그 여성에게서 고맙다는 연락이 왔어요. 잠깐 생각을 잘 못했다면서요." 그럴 때 보람을 느껴 힘이 난다고.

노미선(55) 안사모 회장은 처음 몇몇 동료와 함께 시작한 봉사가 이제 회원 63명에 이르는 사내 막강 동아리가 되었다며 뿌듯해했다. 노 회장은 안사모 외에도 구로의제21실천단장, 영등포 녹색철도 실천단 총무를 맡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초창기엔 사비를 털어 회원들 식사를 챙길 만큼 열성적인 회장에 감동받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제는 십시일반으로 회비를 모아 식사비를 마련한다. 

낮 12시, 쓰레기처리까지 확실히 마무리 해 정화활동을 마친 회원들은 벤치에 둘러앉아 꿀맛 같은 점심을 나누며 정을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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