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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 17] 관리소장의 힘, "우리 빌라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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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 17] 관리소장의 힘, "우리 빌라가 달라졌어요"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3.07.22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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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영 서울가든빌라 관리소장

서울가든빌라(오류2동) 관리소장 소연영(62) 씨는 작년 공동주택 커뮤니티공모사업에 대해 구로구 커뮤니티 전문가로부터 전해 들은 이후 빌라 내 작은도서관 설치 및 운영 사업에 공모하게 되었다.

"저희 빌라에는 영유아가 70~80명, 중·고등학생이 30~50여 명이 됩니다. 주말에도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많을 만큼 사교육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뜻이겠죠."

서울과 부천시의 경계선에 위치해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인 만큼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문화적 혜택을 주고 싶었던 소 소장은 빌라 어머니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 결과는 당선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관리소장의 일도 아니고, 의무도 아니지만 젊은 시절, 교사가 되고 싶어 사범대에 두 번이나 시험을 쳤을 만큼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아이들을 좋아했던 것이 작용했을 것이다.

빌라 관리동은 1층은 경로당, 2층은 관리실, 3층은 도서관으로 지정이 되어있었지만 소연영 소장이 부임할 때만해도 3층 도서관 공간은 창고로 임대사업 중이었다. 게다가 1년이면 다섯 번씩 바뀔 만큼 갈등이 많았지만 소연영 소장이 부임한 뒤로 4년 동안 한 번도 교체가 없었고, 오히려 빌라가 더 발전해 가고 있다.

"원래 도서관으로 지정했으면 그렇게 가는 게 맞잖아요. 그래서 동대표 등을 설득해 찬성을 받았죠." 그동안 주민들에게 쌓은 믿음과 성실함이 큰 작용을 한 것이다.  

"그런데 도서관이 3층에 있다보니 난간이 있어 아이들이 위험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안전을 위해 관리실을 3층으로 올리고, 도서관을 2층으로 내려 리모델링을 했어요." 아이들이 2층 도서관을 자주 드나들면서 북적거리다보면 아무래도 1층 경로당을 사용하는 어르신들에게 죄송해 경로당 역시 리모델링을 해드렸다. 그렇게 어르신들 마음까지 헤아리는 등 작은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니 주민들이 그를 더 신뢰할 수 밖에.

 

도서관 리모델링을 하기 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구로도서관에 가서 3백권 씩 책을 빌려왔다. 말이 3백권이지 싣고 나르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게 일년을 해왔으나 헌 책이라는 선입견으로 찾는 주민이 많지 않았고 게다가 책 대여를 해오던 중 차사고까지 나서 기운이 빠져있던 차에 커뮤니티 사업을 알게 되었으니 두 번 생각도 않고 뛰어든 것이다.

도서는 최신간 과학동화. 위인전, 전래동화, 창작동화부터 다양한 월간잡지 등 2천5백권을 비치했고, 쾌적하면서도 아늑한 공간으로 주민들과 힘모아 예쁘게 꾸몄다.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의 사랑방,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되었고, 그러다보니 주민들이 소통하고 단합하는 힘이 커졌다.

"인터넷 검색도 하고 다른 도서관도 찾아다니며 봤어요. 자원봉사자도 모집해 처음 했던 수업이 영어동화수업이었죠."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작년에는 20여 개의 다양한 문화강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고, 특히 '명화 속 숨은 이야기' 강좌는 부모와 어린이들을 모두 감동 시킨 프로그램이었다. 올해 부모를 위한 힐링프로그램이 꾸준히 진행 중이고 하반기에는 아이들을 위한 역사프로그램과 영어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와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는 그는 도서관 사업 이후 또 한 번 일을 벌였다. "빌라 담벼락에는 늘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와 집기들로 가득해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았어요. 그 쓰레기를 모두 처리하고 거기에 텃밭상자를 비치했지요. 신청하는 세대에 하나씩 상자를 제공했고, 흙과 모종은 주민들이 사서 심었고요." 230여 개의 텃밭상자에 세대마다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등을 심어 주민들은 채소가 자라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리고 그렇게 마주치는 주민들은 텃밭상자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게 됐다.

내년에는 주부들을 위해 바리스타교육까지 추진 중이라는 소인영 씨의 빌라 주민들을 향한 사랑은 그칠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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