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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22]구로구 공동주택 커뮤니티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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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22]구로구 공동주택 커뮤니티 플래너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3.05.27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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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 녹여 웃음꽃 피워내는 사람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도시인구가 전체의 80%이상이라지만 정작 이웃 얼굴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히려 층간 소음 등으로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아지는 요즘, 시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공동주택 커뮤니티 활성화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해왔다. 이에 발맞춰 투입된 '공동주택 커뮤니티 플래너(이하 플래너)'는 아파트 공동체 현장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기획하고 맥을 짚어주며 나아가 주민들 스스로 행복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들이다.

구로구에는 세 명의 아름다운 플래너가 있는데 강미애(47), 김형미(51), 조선미(52) 씨 등이다. 양천구에서 플래너로 활동하면서 서울시장상까지 받았던 조선미 씨는 "아파트마다 연령층이나 환경 등이 달라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두 번 방문해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자주 찾아가고, 여러모로 리서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캠프 상담가, 캠프장을 역임하고, 환경순찰 디카모니터, 여행포럼 위원, 통장, 동대표 등 지역 봉사를 활발히 했던 터라 플래너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 일을 통해 지역주민은 물론 다양한 인물을 만나고 알게 된 것이 자산이다.

강미애 씨는 조선미 씨가 활동하던 시범단지 아파트 주민이자 공동주택활성화단체 총무였다. "조선미 씨가 활동하는 모습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어떻게 플래너가 될 수 있는 지 물어보았죠."

마침 작년 인원 충원시 플래너 양성교육을 받고 시험과 면접을 통과해 3대1의 경쟁을 뚫고 공동주택 커뮤니티 플래너가 되었다.

하지만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 사업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아파트에 가면 잡상인 취급을 받거나 냉대받기 일쑤였어요. 그런데 오류동 서울가든빌라에 홍보를 하러갔더니 관리소장님께서 무척 반가워하시더라고요. 그동안 구청 교육지원과에서 책을 200권씩 손수 빌려가 주민들이 볼 수 있게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시급한 18평 남짓의 유명무실한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 지원을 받았어요."

고치고, 칠하고, 책과 책상 등 집기도 사고, 예쁘게 꾸며 놓으니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주민소통의 거점이 되다보니 녹색장터, 마을봉사단까지 결성되는 등 지역에도 크게 알려져 좋은 모델이 되었다. 요즘은 '힐링아파트'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웃음치료·한방·발마사지·미술치료 등 다양한 힐링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아파트에서는 아버지 주민을 위한 족구대회를 했는데 반응이 참 좋았어요. 옆 아파트에서는 담벼락에 붙어 구경을 하면서 부러워했고요. 더 이상 가정의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아버지를 위한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됐으면 해요."

'주민소통·화합'만을 생각하고 이 일에 뛰어든 김형미 씨는 막상 현장에 가보니 이론과는 다른 현실에 맞닥뜨리게 됐다. "주민들은 소통보다 실질적 행사를 더 원하더라고요. 서로 꾸준히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절충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하나의 씨앗을 정성껏 심고 가꾸니 여러 개의 열매가 열리더라고요."

한 아파트에 당구장과 탁구장을 설치하고 강습을 하다보니 다양한 연령이 모이고, 차츰 가족형태로 확대되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생기는 등 자생프로그램이 생겼다. 그러면서 재능기부자도 나오고, 그렇게 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세 명의 플래너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렇게 입을 모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저희 플래너의 역할이 그런 거예요. 옛날 두레나 품앗이처럼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주민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도록 돕는 일이요. 그래서 잘 먹고 잘 사는 동네를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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