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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19] 그늘진 마음 한기 보듬는 사람들, 소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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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19] 그늘진 마음 한기 보듬는 사람들, 소사모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3.05.06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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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시작된 '소사모'는 '소중한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준말로 구로종합사회복지관(구로3동)에서 주관하는 가사지원이 필요한 독거어르신 대상의 봉사동아리다.


인근 디지털단지 기업봉사단의 사회공헌 참여 욕구와 가리봉 쪽방촌 독거어르신들을 위한 도움이 필요해지면서 더욱 활성화되었다. 2011년부터는 독거노인 뿐 아니라 한부모 가정, 장애가정 등 수혜 대상층이 확대되면서, 봉사팀 역시 기업위주의 참여에서 좀 더 확대되어 가족이나, 형제, 친구 팀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소사모' 봉사의 특징은 봉사자와 수혜자의 1:1 매칭을 통한 정서지원에 있다. 현재 소사모의 수혜가정은 17가정으로, 정부 지원을 받는 기초수급자를 제외한 복지사각지대 독거노인이나 노부부세대이다. 참여봉사팀은 인근 기업팀과 조손팀, 남매팀, 회사원 친구팀, 친목동호회팀, 연구포럼팀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있다.
 
 # 직장인들의 '행복 힐링' 하나
신영증권 본사 리서치센터팀(여의도동)은 4년간 조용준 센터장(49)을 비롯해 전 직원이 돌아가면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전에는 남산에 있는 보육원에 봉사를 다녔어요. 직원들이 어르신 봉사를 좀 해보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가까이 있는 복지관을 찾게 된 거예요. 저희는 법적 보호대상자는 아니어서 정부 손길이 덜 가는 실질적 보호대상자 3가정을 찾아가요. 대부분 자식은 있으나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는다든지, 법적인 이혼은 아니지만 실제 이혼상태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에요."

젊은 직원들은 독거어르신의 말벗이 되어 드리고, 조용준 전무는 이불털기나 창틀닦이, 구석구석 손이 잘 안 가는 곳 청소 등을 맡고 있다. 직원들은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늘 쌀과 필요한 생활용품을 사들고 간다.

"초창기엔 저희들을 보면서 아들이 생각 나셨는지 막 우시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 좀 더 친해지니 이젠 편하게 대해주셔요."

조용준 센터장은 "경쟁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저희 스스로 정서적 치유가 되고 마음이 편해져요. 사실 그래서 특별히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신영증권팀은 곧 어르신들을 모시고 야외 나들이를 다녀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이해의 깊이가 더해졌어요"
박영준 군(30, 시흥동), 박민정(18), 김현희 양(18, 독산동)은 친남매와 친구로 결성된 팀이다.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나갈 때 쯤 '시각장애인 체험, 헌 책 기부 등 단순히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한 봉사가 아닌 진짜 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주변 기관들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오빠가 소사모에서 같이 봉사활동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어왔죠. 가족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별로 본 적이 없어 어색하게 생각했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어요."

박민정 양은 의미 있는 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막상 학교 주변, 집 주변만을 찾아다녔다. 봉사에는 범위의 제한이 없는데 너무 당연하게 혼자 선을 긋고, 가까운 곳의 봉사만 찾아다녔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집 근처에 금빛공원과 은행나무 놀이터가 있어요. 그곳엔 항상 꾀죄죄한 아저씨들, 할아버지들이 장기를 두고 계세요. 그곳을 지나다니면서 '왜 저렇게 시간을 무의미 하게 보내지?' 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소사모활동을 통해 만난 할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던 것 뿐,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대단하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공원에서 만난 분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죠."

대학 때부터 틈틈이 봉사활동을 해왔던 박영준 군은 전공이 영어교육쪽이다보니 전공을 살려 초등학생 대상 교육 봉사를 주로 했었다. 그러다 이제는 학생 대상이 아닌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어르신대상 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독거노인대상 정서지원 봉사활동을 하는 소사모를 알게 되었다. 어르신을 정기적으로 자주 뵙게 되니까 더 가까워 질 수 있고,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인생을 사는 지혜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어르신을 찾아뵙고 어떻게 지내셨는지 여쭙고, 어르신의 건강이나, 생활하시는데 불편한 점 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지낸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것도 필수. 그 뒤 간단히 청소를 하고 이불을 털어드리고, 필요할 땐 대청소도 한다. 생소해하시는 핸드폰 사용방법을 알려드리고,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일 년 간의 토정비결을 봐 드리는 등 할아버지를 찾아온 손자손녀노릇을 톡톡히 한다.

"방문하는 할아버지 옆집에 중국 동포분이 사셨는데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의 구조상 텔레비전 볼륨을 조금만 올려도 옆집까지 울려 할아버지와 그 중국동포의 벽은 조용할 틈이 없었대요.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학교 친구들과 만나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드라마 얘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어요."

박민정 양은 점점 봉사범위를 넓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다른 나라 봉사활동도 다녀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봉사란 '나누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나눔은 정서적인 것이 될 수도, 특정한 활동이 될 수도 있고, 금전적인 기부가 될 수도 있겠죠. 어떤 형태의 봉사든 서로 눈높이를 맞추고, 공감할 수 있고, 가진 것을 나누는 거요."

교육행정직 공무원을 준비 중인 박영준 군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을 반성하고, 남을 위하는 마음을 배우고 있다고. 앞으로는 새터민을 위한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할머니와 손녀의 '찰떡 봉사'
강순희(56, 구로2동), 이랑(11) 조손팀은 가리봉동에 사는 87세 독거할머니의 정서지원을 돕는다. 월1회 기준이지만 이들은 일주일에도 몇 번씩 찾아간다. "복지관에서는 랑이가 초등학생이라 안 된다고 했었는데 복지사님이 직접 만나보고는 잘 할 것 같다고 해주셔서 함께 다녀요. 할머니 품에 커서 버릇없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 손녀딸에게 봉사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어요."

젊어서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는 독거할머니는 랑이 양에게 "막내야!"라고 부르며 이뻐해 주신다. "어지럽다는 말씀을 자주 하셔서 갈 때마다 두유를 데워 가지고 가요. 랑이가 수요일은 학교에서 일찍 끝나서 수요일에는 꼭 찾아가고, 다른 요일은 시간 될 때마다 가지요." 할머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압을 해드리고, 집 정리도 해드린다. 부엌 딸린 방에 살면서도 컨디션 좋을 때는 손수 청소를 하시는 어르신을 보면서 미래의 내모습이라는 생각에 시간 여유있을 때 다니는 거라고 강순희 씨는 말한다.

이랑 양도 "증조할머니 같아서 좋다"며 매 번 따라나선다. 이처럼 복지사각지대의 어르신들을 찾아가 마음을 함께 나누는 이들은 '소중한 이웃을 사랑하는'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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