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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추천릴레이 231]영화같은 결혼, 영화같은 마을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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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추천릴레이 231]영화같은 결혼, 영화같은 마을살이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3.04.09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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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씨 (천왕동)

우윳빛 피부에 긴 생머리가 매력적인 이소라(29) 씨는 겉보기에 영락없는 20대 아가씨다.
그런 그녀가 아홉 살, 여덟 살, 세 살 삼남매의 엄마라는 사실은 누가 일부러 일러주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렵다.

아이들 보살피는 일도 벅찰 것인데 그녀는 최근 큰일을 벌였다. 취미로 배운 가야금으로 서울시 재능나눔무대에 서곤 했던 그녀가 천왕이펜하우스 내 '천왕 사물놀이패(천사패)'를 결성하고, 모임을 이끄는 단장 직을 맡은 것이다. 천사패는 최근 구로구청 주말동아리사업에 선정됐다. 그녀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순께 마련할 천사패 창단식 준비에 눈코 뜰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을 아이들이 취미 하나씩은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했어요. 장구, 꽹과리 등을 치며 공부스트레스도 풀고 어른이 돼서도 한국인의 신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돈이 턱 없이 부족해 악기구입이 늦어지고 있는데 혹시 구로지역 풍물패 아는 곳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악기는 함께 나눠 쓰는 방법도 있지 않겠어요?"

천왕이펜하우스 3단지에 살고 있는 그녀는 재작년 10월 21일 이곳으로 이사했다. 성동구에서 나고 자라, 결혼하고 아이 셋을 낳기까지 성동구를 벗어난 적 없던 그녀는 생애 처음 발 딛은 구로라는 마을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고 한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천왕동의 마을지형이 성동구 응봉동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타지에 살다가 시프트(장기전세임대)에 당첨돼 한 아파트단지에 들어온 이웃들도 남 같지가 않다.

"20년 장기전세라 집 걱정도 없고요, 주변 이웃들도 앞으로 20년 이웃사촌이 될 분들이다 보니 서로서로 배려도 잘 하고 단합도 잘 돼요."

그녀의 결혼스토리는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특별하다. 15살 차이 나는 남편 임문태(44) 씨가 첫사랑이다. 그것도 중학교 때부터 키워온 사랑이다.

남편은 친정어머니가 운영하는 음식점의 단골손님이었다. 훤칠한 키에 미남형에다 성격도 호방한 35살 청년에게 홀딱 반한 그녀는 오빠동생 하던 그와 대학 입학식 때 상견례를 치르고 대학 2학년 때 결혼식을 올렸다.

현수(9), 려원(8) 연년생에다 막내 은수(3)까지 지금은 다섯 식구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남편이 천왕090깔끔이봉사단 단장이에요. 부부가 모두 단장이죠(웃음). 토요일 오전 깔끔이 봉사에 나서는데 참 재미있어요. 운동도 하고, 청소도 하고, 간식도 나눠 먹고… 그래서인가 매주 회원이 늘어요. 아파트살이는 팍팍하다는데 이곳은 특별해요.진짜'마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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