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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 6] 참새의상실 최하나(28,오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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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 6] 참새의상실 최하나(28,오류동)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3.01.28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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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의 소통을 꿈꾸다

"7년 전 태어나서 자란 여수를 떠나왔어요. 서울로 바로 올라오지 못하고 지하철 1호선을 따라 인천, 송내, 부천, 역곡… 그리고 겨우 서울에 진입했는데 오류동이었어요. 하하."

최하나 씨(28)는 처음엔 구로에 산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당시엔 입고, 신고, 타고, 사는 곳과 학벌, 집안 등이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그런 열등감이 어느 날 저를 방 안으로 들어가게 했어요. 반지하방에서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지 모르는 숱한 시간을 보내면서 점점 밖으로 나갈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최하나 씨는 '유자살롱'이라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터뷰를 읽었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무중력한 상태에 있는 '히키코모리'라는 청소년의 사회화를 돕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때 방안으로 들어온 것이 내 선택인 것처럼 방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제가 방 안에 처박혀 혼자 지낼 때 누구라도 나를 궁금해하는 이웃이 있었더라면, 하다못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웃이라도 있었더라면… 그러고보니 이웃은 서로의 안부를 물어주는 안전한 사이더라고요."

용기를 내어 밖으로 나왔고, 나와서 보니 서울이라는 도시가 거대해서 숨어버리기도 사라져버리기도 쉬운 곳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 나를 필요로 하는 곳과 사람은 누구인지 고민하면서 다니던 출판사를 과감히 그만두고 필요를 찾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바지런한 손은 굶지 않는다"라는 혼자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농사도 배우고, 우쿨렐레도 배우고, 간판 그리는 방법도 배우고, 그때 재봉틀도 배웠다. 재봉틀을 배우다가 <참새의상실> 사업아이디어를 구상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제출해 선정되었다. 그렇게 소셜벤처로 등록되어 지원을 받는 <참새의상실>은 우연이지만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저처럼 아직 방안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 자리가 되어주는 공간으로 참새의상실을 만들었어요. 나눔 재봉틀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참새 의상실'은 참새의 의상실, 또는 '참새의 상실'로도 표현할 수 있어요. 재봉틀을 매개로 소통의 단절로 사라진 이웃과 연대, 공동체를 되살리는 공간이지요." 재봉틀은 윗실과 밑실이 만나야 재봉을 완성할 수 있는 구조인 것처럼 서로의 필요를 채우는 무형의 유대와 유형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즉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특히 커뮤니티 아트)를 통해 사람과 사람 그리고 마을을 잇는다.

"창피하지만 7년을 구로에 살면서 한 번도 우리 동네라 생각한 적 없고 늘 이사 갈 동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참새의상실을 통해 마을살이와 이웃, 그리고 마을공동체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찾게 되더라고요. 참새의상실은 마을 사람들에게 다양한 일거리를 제공하고, 소통을 바탕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거리와 활동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동네 부동산 주인의 도움으로 2층집으로 이사한 최하나 씨는 크리스마스에 이웃집 문에 손수 만든 인형을 붙이는 등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년이 마을에서 일을 할 수 있을 때에만, 이웃과 공동체와 마을경제가 다 산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참새의상실 작업실을 구로에 만들고 싶어요."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지원이 올 2월 중으로 끝나기에 자립과 지속에 대한 고민에 빠진 최하나 씨.

지금까지 200여 분이 씨실과 날실로 참새의상실에서 인연을 맺었고, 그렇게 찾아온 분들과 사진을 찍는데 사진을 보면 어떤 스토리로 만난 누군지 기억이 모두 난단다. 사이즈를 재고 원하는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어 주는 일반 의상실이 아닌 소통이 있고, 교류가 있는 의상실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하나 씨는 참새의상실에 대한 비전을 다음과 같이 또박또박 밝혔다.

"참새의상실이 마을공동체와 마을경제를 살리는 마을기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업의 이익이 지역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그 지역이 내가 사는 곳이자 일터이며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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