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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99]빨간조끼 엄마들 학교를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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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99]빨간조끼 엄마들 학교를 품다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11.26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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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고등학교 학부모회 학생지킴이

 등교시간엔 녹색어머니, 방과 후엔 자율방범대가 등하굣길을 지킨다면, 점심시간엔 빨간 조끼의 학생지킴이가 교내를 지킨다.


 경인고등학교(고척동 소재, 교장 정회태)에는 일주일에 한 번, 느닷없이 빨간 조끼 입은 어머니들이 나타난다.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학생지킴이'는 경인고등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학부모 지킴이들이다.


 "딱 2시간이에요.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시부터 2시까지죠. 주로 화장실, 복도, 후미진 곳, 소공원 등을 다닙니다. 점심 먹고 쉬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학교폭력이나 흡연 등을 예방하자는 차원이에요." 1학년 딸을 둔 이옥순 씨(46)는 가끔 친구들끼리 행동이 조금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싶으면 곧 바로 달려가 그 옆에 가 서있는다. 그럼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들이 스르르 사라진다.


 임현옥 씨(48)는 학생지킴이 활동에 반대했던 학부모였다. "의미가 없을거라 생각했죠. 아이들이 저희를 보면 누군가 싶어 쳐다보고 다녔고, 아르바이트하냐는 소리도 들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더군요. 소공원에 모여 흡연하던 아이들도 처음엔 도망다니더니 이젠 공원에 나타나지 않아요." 그 효과를 눈으로 본 임현옥 씨는 더욱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올 5월에 시작한 학생지킴이는 처음엔 10명으로 시작해 이제는 20명이 넘는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 2명씩 활동하던 지킴이는 4명으로 2인1조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특별히 요일은 정하지 않아요. 정해놓고 활동하면 아이들이 다 알잖아요." 최선옥 씨(44)는 선생님들도 함께 참여해 주셔서 더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직장을 다니는 장영란 씨(47)는 직장도 가깝고, 1달에 1번이니 동참하자는 마음으로 흔쾌히 참여했다. "활동 전엔 소공원에 담배꽁초가 떨어져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일단 저희가 다니면서 눈에 띄지 않는다는거죠. 화장실에서도 간혹 담배연기가 났었는데 이젠 아예 냄새가 나지 않아요. 아이들도 저희를 인식하고 있는 거 같아요."


 고연순 씨(47)는 "음지문화가 차단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고, 박정자 씨(47)는 "학생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 좋을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박미순 씨(46)는 후미진 곳에서 걸어오던 학생이 보자마자 "어머니, 저 담배 안 피웠어요"하면서 입을 크게 벌리며 자진신고를 하더라며 웃는다.


 홍정식 생활지도부장(50)은 "이 모두 어머님들이 수고하신 결과다. 화장이나 흡연, 폭력 문제 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어머님들이 다니시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효과가 크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교학생이 1600여 명이에요. 그 많은 인원이 1시간 점심시간에 급식을 하면서도 다툼이나 사고 한 번 없고, 기물파손하는 경우 없고요. 알고보면 아이들 심성이 참 착해요."


 유정아 회장(45)은 "학교에 와보면 아이들의 생활이나 요즘 아이들의 성향도 알게 되고 대화할 때도 공감대가 생긴다. 더 많은 어머님들이 관심과 참여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내년엔 학생 상담까지 활동범위를 넓혔으면 해요. 학부모 중에 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분도 계시거든요." 이제 남자화장실 들어가는 것도 그리 민망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지만 여건이 되는 아버님의 참여도 환영하다고 유정아 회장은 밝혔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신청은 경인고등학교 생활지도부로 연락하면 된다.

 ■ 학부모 

한계선 박정자 박보련 최현주 강    현
오금옥 고연순 이옥순 박인선 경미경
김미동 박정자 유정아 김순환 안기남
김미란 성계숙 이성임 김봉선 김연희
안봉희 임현옥 최선옥 장영란 최선희
황조원 이은정 함봉금 허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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