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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1]생존과 공존을 위한 낯선 '출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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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1]생존과 공존을 위한 낯선 '출발선'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2.10.29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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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역의 이해, 논의, 고민, 협력 더 깊어져야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
 '사회'면 사회고 '경제'면 경제이지, 우리에게 '사회적 경제'란 말은 낯설다.
 실상 우리에게 뿌리박힌 '경제'란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가정 아래 끊임없이 경쟁해서 최대의 효율성을 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사회적'이란 말이 수식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혼자만 잘 살기 위해 내달리지 말고, 협동하고 연대해서 함께 행복하게 잘 살자는 인간의 모습을 한 경제가 그려진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풀이하면 1%를 위한 경제가 아니라 99%를 위한 경제가 사회적 경제인 셈이다.
 '사회적경제'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사회적경제란 화두가 크게 회자된 건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낸 박원순 서울시장의 등장에서 기인하지만 사실 우리 안에 사회적경제는 이미 맹아가 싹 터 있었다.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지역자활센터, 생활협동조합 등 이미 다종·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지역에 존재하고 있다. 다만 서로 섞이고 묶이지 않았을 뿐이다.


 구로타임즈는 창간12주년 특집기획 '마을공동체'에 이어 연말기획으로 '사회적경제'를 소개한다.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는 별다른 영역이지만 본질은 서로 닿아있다. 생활영역과 경제영역의 '불안'과 '결핍'을 나 혼자가 아닌 모두의 힘으로 함께 해결하자는 점에선 일맥상통한다.


 이 두 쌍두마차가 이끌 구로구의 내일을 상상해본다. 혼자 꾸면 꿈이지만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구로에서 출발한다.  [편집자 주]

 협동과 연대의 즐거운 상상
사회적 경제   글싣는 순서
 
① 우리 안의 시도들_
 구로의 고민과 희망
 
②우리 밖의 시도들Ⅰ
 평택과 부산을 가다

③우리 밖의 시도들Ⅱ
 청주를 가다

④나라 밖의 사례들Ⅰ
 스웨덴 쿰파니언

⑤나라 밖의 사례들Ⅱ
 스웨덴 협동조합
 
⑥나라 밖의 사례들Ⅲ
 핀란드 사회적 경제 

 '구로'라는 한 지붕아래 각자 존재해왔던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한데 묶이기 시작한 건 올해 들어서부터다.   서울시는 지난 4월 6일 '서울시 사회적 경제 종합지원계획' 발표를 통해 사회적기업과 마을공동체기업, 협동조합 등 주민 주도의 협력과 호혜를 바탕으로 공동체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경제 지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서 지역사회 지원계획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사회적경제 지역생태계 개발프로젝트다. 기존의 개별기업 인건비 지원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방식을 전환한 서울시는 지난 6월 '사회적경제 지역특화사업'이란 이름으로 25개 자치구 대상의 공모사업을 진행해 신청한 20개 지역특화사업단 가운데 5개 사업단을 선정했다.


 지원 대상에 선정된 지역은 △성북구 사회적경제지원단(성북구 사회적기업협의회) △금천구 협동경제구축사업(함께일하는재단) △은평 사회적경제생태계 조성 및 전략사업 육성(은평 사회적경제특화사업단) △관악구 사회적 지역특화사업(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 △도봉 산내음 뿌리일터프로젝트(산내음사업단) 등이다.


 시는 이들 사업단에게 1년간 3억원 이내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추진성과에 따라 2년 추가지원을 약속했다.


 구로지역 연대 모색 '첫발'
 당시 구로구도 공모사업에 신청서를 냈다.
 아이쿱구로생협과 구로시민생협, 구로지역자활센터, 구로지역삶터자활센터 등 4개 단체는 지난 4월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기념강좌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구로사회적경제조직네트워크(준)를 띄웠다. 정식 연대 기구는 아니지만 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지역자활센터가 한 테이블에 머리를 맞대고 연대를 모색한 것은 구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지난 5월 2일 구로구청과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 공동주최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민·관·학 합동집담회를 개최했다.


 최태영 구로시민생협 이사는 "서울시내 다른 자치구와는 다르게 구로지역은 관 주도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필요에 의해 사회적경제 조직 간 연대가 모색됐다"며 "아직 연대의 수준은 미약하지만 구로의 자원바탕이 워낙 좋기에 촘촘히 엮이고 확장된다면 어느 지역보다 희망이 크다"고 말했다.

 조직생존 '급급'…연대 '먼 길' 
 구로사회적경제조직네트워크(준)는 지난 6월 성공회대산학협력단과 구로구청 등과 함께 서울시 사회적경제 지역특화사업에 공모했지만 목표했던 성과는 얻지 못했다.


 하지만 연대의 단초가 됐던 세계협동조합의 해 기념강좌를 5월 24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린강좌(2회)와 협동조합학교(5강) 형태로 진행하면서 지역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일반주민 대상의 구로지역 첫 협동조합교육이자 구로시민센터와 한살림서울서부지부가 공동주최하고, 성공회대 사회적기업연구센터와 구로타임즈 신문사, 서울시가 후원하는 등 구로안팎의 여러 자원들이 함께 일궈낸 일이다.


 기념강좌사업 이후 네트워크 활동은 잠시 휴면기에 들었다. 당면한 공통의 과제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각자의 사업 유지와 확장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이미연 아이쿱구로생협 이사장은 "각 단위가 자기 생존과 활동범위 확대에 여전히 급급한 상황에서 연대와 협력을 통해 구로 지역사회에 무엇을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제대로 공론화 되지 못한 것 같다"며 "네트워크(준)로 묶인 4개 단체들도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는 물론 연대를 위한 시간 할애와 별도의 역량 배치 등을 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타자치구 행보 '눈길'
 관 주도이긴 하지만 서울시와 타 자치구의 행보는 도드라졌다.
 서울시는 지난 7월 '서울 사회적경제 정책기획단(단장 송경용 성북구 사회적기업육성위원회 위원장)'을 구성하고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추진전략 및 정책과제 수립에 나섰다.


 서울시의회에서 한 차례 부결됐던 사회적기업개발센터 민간위탁 동의안이 10월 12일 본회의에서 통과함에 따라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광역단위 네트워크 허브 기능을 수행하게 될 중간지원체계 구축에도 일단 시동이 걸렸다. 센터 개소는 내년 2월경이 될 전망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움직임도 재빨랐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금천구 사회적기업지원센터와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성북구 사회적기업허브센터 등에 이어 지난달 16일에는 도봉구 사회적경제허브센터가 문을 열었다.

 "말은 통하지 않겠느냐…"
 성북구와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가 결성한 '동북4구 발전협의회'는 지난 6월 정례회 때 채택됐던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이라는 의제를 놓고 지난 9월 24일 성북구에서 자치구 공동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지역의 한 인사는 "서울시와 성북구 등의 앞선 행보가 과연 높은 수준의 합의나 또렷한 비전을 갖고 진행되는 것인가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아래로부터의 요구나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소위 '말은 통하겠다'는 점에서 구로구보다는 나은 상황"이라며 "사회적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를 지역사회문제 해결에 접목하려는 시도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목적보다 정부지원 
 이런 와중에 지난 9월 25일 구로구에서는 관내 28개 (예비)사회적기업과 7개 마을기업을 묶는 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의회(회장 김숙현 (사)한국장애인문화인쇄협회 대표)가 출범했다. 구로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마포구(48개)와 종로구(42개), 영등포·강남구(각 35개)에 이어 다섯 번째로 (예비)사회적기업이 많은 자치구다. 총 근로자 수만 494명(인건비지원 177명)에 이른다. 마을기업은 서울시에서 가장 많다. 이들이 '가치'와 '사업'으로 함께 묶였을 때 개별기업에게는 물론 지역사회에 미칠 시너지효과는 크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우선한 당면한 과제는 개별기업의 생존인 것이 현실이다.


 구로관내 모 사회적기업 관계자는 "사회적기업가들이 모임과 연대에 솔깃해하는 이유는 판로개척과 정부지원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다"며 "워낙에 영세한 기업이다 보니 우리끼리 뭉쳐서 생존해보자는 것이지 사회적 목적이나 지역사회 기여 등 사회적기업의 본래 취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은 낮은 수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로사회적경제조직네트워크(준)와 구로구 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의회는 최근 성공회대와 컨소시엄을 이뤄 서울시 제2차 사회적경제 지역특화사업 공모에 프로젝트를 냈다. 이번 공모에는 서울시내 12개 지역이 신청서를 접수했다. 선정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새로운 그릇, 협동조합?
 이런 가운데 경제활동을 하는 사업체이자 사회운동의 결사체인 협동조합은 또 다른 '새로운 그릇'으로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 5인 이상만 모이면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한데다 충성도 높은 조합원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고 복지, 일자리 등 지역현안을 풀 수 있다는 '매력' 덕에 사회적기업을 넘어선 새로운 대안으로 지역사회에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구로지역에서는 일부 사회적기업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협동조합 설립에 관한 논의의 물꼬를 틔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지역의 한 현장 활동가는 사견임을 전제로 "협동조합은 외부 지원 없이 조합원 출자로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부 단위들에서는 이것이 대세로 흐르게 되면 정부나 지자체 지원이 생길 수도 있다는 기대치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며 "결사체로서의 협동조합보다는 고용의 안전성과 내부거래의 가능성 등 사업체로서의 매력에 더 끌리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미연 아이쿱구로생협 이사장은 "협동조합이 최적의 대안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협동조합을 해본 사람들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얼마나 고생하고 헌신해야 가능한 일인지 알고 있다"며 "시장경제체제에서 사업체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체제가 뒷받침 되지 않는 이상 협동조합기본법이 실행된다 해도 협동조합설립이 활성화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돈벌이 경제에서 연대의 경제로
 사회적기업도 어렵고, 협동조합도 쉽지 않은 구로지역 상황에서 어쩌면 더 크고 복잡한 틀인 '사회적경제'가 필요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이것이 '연대의 경제'이기 때문이다. "구로에 왜 굳이 사회적경제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이미연 아이쿱구로생협 이사장은 이렇게 답한다.


 "사회적경제는 일하고픈 사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는 물론 노동의 주인으로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장애인, 노인 등 일자리에서 소외된 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구로구에서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사회적기업과 지역자활센터, 생협 등이 1차적으로 서로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내부거래를 통해 서로 신뢰가 쌓여 연대할 수 있는 안정적 구조가 마련되면 2단계로 주민조직 등에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단계별로 확장되면 현재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처한 생존의 과제는 물론 지역사회 문제 해결은 가능한 일로 보인다."


 이해와 넘나듦과 연대
 구로구는 이제 막 사회적경제 논의가 시작됐다.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도 이제 시작이고, 서로 다른 개별 조직 간 혹은 업종 간 넘나드는 일도 이제 시작이다. 이해와 넘나듦과 연대가 동시에 모색되고 진행되는 상황이다. 물론 사회적경제가 최적의 대안은 아닐 수 있다. 이미연 이사장의 말마따나 사회적경제는 구로구에서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 뿐이다. 지역사회에 새롭게 싹을 틔워 틀을 짜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조직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섞이고 묶여져 틀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변화들에 더 쉽게 다가서는 지름길 아닐까?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말이다.


 

사회적경제란?
 사회적경제란 '반사회적경제'와 대조하면 오히려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반사회적경제는 무엇일까? 대기업 매출은 껑충 뛰었다는데 우리 동네 청년 백수들은 좀체 줄어들지 않고, 마을 곳곳에 고층아파트가 쑥쑥 올라가는데 정작 내 가족이 들어가 살 집은 구하기 힘들다면 이는 반사회적인 것이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사회적경제에 대해 "이윤보다는 공익을 위한 목적(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시민집단의 민주적 의사결정(사회적 소유)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자원의 통합(사회적 자본)을 통해 운영되는 경제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장원봉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가 국가와 시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도 환상이지만, 사회적경제를 통해 국가와 시장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시민사회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절실함도 분명하다"며 "이는 현실적으로 힘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관계의 형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공동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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