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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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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수호천사'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2.07.23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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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길에 익사 위기 3세 남아 구출

 "천사가 등을 밀었나 봐요(웃음)."


 전치6주 발뒤꿈치 골절상을 입고 오류1동 덕산병원 입원실 침상에 기대앉은 이광호(58, 오류1동) 씨는 그 날의 무용담을 들려주다 껄껄 웃음보를 터트렸다.


 1년에 두 번 갈까 말까싶은 산악회 회동에, 그것도 뜬금없이 낚싯대를 지참하고 나선 산행 길에 그는 계곡에 빠져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이제 겨우 21개월 된 남자아이를 순간의 기지로 구해냈다.


 오류1동 새마을금고 회원인 이광호 씨는 지난 7일(토) 아는 회원의 권유로 평소 즐겨하지 않던 산행에 동참하게 됐다. 이날 오류1동 새마을금고 산악회 정기 산행지는 깊고 청정한 쌍곡계곡으로 유명한 충북 괴산의 칠보산. 평소 낚시를 즐겨하던 그는 너른 계곡을 끼고 있다는 말에 등산장비로는 다소 엉뚱하다싶은 낚시가방을 챙겨 길을 나섰다.


 이날 오후 2시경 하산 길에 마주한 쌍곡계곡의 풍광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침 버스 출발시각이 2시간 가까이 남은 터라 주차장으로 향하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계곡 옆 너럭바위 위에서 낚시가방을 풀었다.
 자세를 바로잡고 낚싯대를 막 드리울 찰나 굴곡 심한 급류에 뭔가 이상한 물체가 떠내려 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물체가 사람임을 직감한 그는 이미 계곡 한가운데로 몸을 던졌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가까스로 건져서 안아 보니 어린아이였다. 숨을 안 쉰다 싶어 아이를 들쳐 안고 등을 두드리니 왈칵하며 물을 쏟아냈다.


 이제 살렸구나싶어 물에서 빠져 나오는데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애써 움직여보자 순간 다리 힘이 풀리며 계곡 바닥에 푹 주저앉았다. 계곡에 뛰어내리다 다리에 큰 무리가 간 것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바닥을 겨우 기어서 아이와 함께 계곡을 빠져나온 그를 주변사람들이 119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물이 깊은지 아닌지 판단할 겨를도 없었어요. 그냥 무의식중에 몸을 날렸죠. 나중에 보니 계곡 바닥에 형성된 판석 위에 뛰어내렸더군요. 충격에 발뒤꿈치가 금이 갔죠. 소싯적 부산 광안리서 배운 수영솜씨를 발휘할 수 있었는데 아, 아쉬워요(웃음)."


 오류1동서 나고 자라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이번 부상으로 꼼짝없이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 침상에 하루 종일 누워있으면 좀이 쑤시고 답답한데 아이 얼굴만 떠올리면 싱글벙글한다.


 지난 10일에는 충북 사는 아이엄마가 아이와 함께 그를 병문안했다. 아이 이름이 장승민이고, 이제 21개월 된 어린아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이날 아이엄마는 "우리 막둥이 살려준 은인인데 많이 다치셔서 죄송하고 고맙고 은혜를 어찌 갚을지 죄송하고 감사하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동네 지인들이 병문안을 와서 "어찌된 일이냐"고 물으면, 그는 "몰라, 천사가 바위 위에서 내 등을 밀었나봐"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인 양 너스레를 떨곤 한다.


 기브스를 앞두고 붓기를 빼기 위해 오른쪽 발뒤꿈치에 붕대를 감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만일 훗날 같은 상황에 맞닥뜨리면 또 뛰어내릴 거냐고. 그는 껄껄 웃으며 답한다.


 "당연히 그래야죠. 단, 깊이를 살핀 뒤 조심해서 뛰어내릴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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