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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구의원후보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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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구의원후보의 탄식
  • 김경숙
  • 승인 2002.05.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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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가려면 가지 않는게 낫죠. 그 사람들이 우리가 예뻐서 부르겠어요. 다 뭐라도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죠. 가정의 달인 5월이라 행사가 많을 때이기도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곳곳서 너무 많이 부르네요"

구로구의회 임시회가 끝나갈 무렵 다른 문제로 인터뷰를 하던 구의원은 6.13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로서 겪는 고충을 하염없이 털어놓았다. 고민의 핵심은 이것이다. 지역 유권자들이 바라는 후원금, 바로 '돈봉투'.

친한 사람이 보내오는 초청장이나 초대는 그래도 서로 정으로 주고 받는 '상부상조'란 차원에서 즐겁기라도 하지만, 구의원이고 출마 후보자라는 이유로 '봉'으로 보는 것이 기가막힌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대화 도중 모 구 의원이 보여준 4, 5월달 지역행사 스케줄은 "구의원 본연의 업무보다, 동네행사와 애경사 챙기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을만큼 흰 종이 두장에 빽빽히 채워져 있다시피했다. 이 곳에는 아파트부녀회의 간담회나 야유회행사는 물론 경로당 잔치, 각종 직능단체 단합대회, 향우회 야유회, 장애인 바겐행사 등에 이르기까지 동네모임 행사 모듬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모 구의원의 이같은 고충은 비단 그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다른 구의원들은 물론, 지방선거를 치룬 정치인이나, 선거를 치룰 후보들에게 던지면 터져나오는 한결같은 고민거리들.

"구의원으로서 지역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간에 몇시에 어디에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더 신경을 쏟는 실정입니다. 이건 아닌데..." 이번 선거에 처음으로 출마하게 되는 한 구의원 후보의 얘기다.

우리가 선출하는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 시장은 결코 작은 지방직이 아니다. 주민인 우리 생활과 가장 직결된 정책을 실제로 집행, 심의, 의결, 견제하는 역할을 맡아야 할 대표들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 유권자들이 제대로 뽑아야 되는 이유가 있다.

당장의 술 한잔, 밥 한그릇이 아직은 즐거울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돈을 잘 쓰는 사람보다 주민의 애로를 정확히 파악해 문제를 잘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가진 대표들은 중장기적으로 더 큰이익을 우리 유권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것이다. 전 유권자의 마인드가 바르게 서면, 풀뿌리 지역정치 나아가 한국정치가 바로 설수 있다.

일부 출마자들의 불법선거행위만큼이나 돈봉투를 기대하는 일부 유권자들의 행태 또한 안타까움으로 다가서는 요즘이다. shopn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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