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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74] 왜 인사를 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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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74] 왜 인사를 안할까?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4.1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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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먹을 거야?" 어린이집에서 나와 바로 앞 가게에 들렀습니다. 가끔씩 우유도 사 먹고 과자도 사 먹는 곳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우유를 사 들고 나오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미루가 인사를 안 합니다. "미루야 인사해." 아빠 말을 듣고도 미루는 인사를 안 하고 그냥 가게 문을 열고 나갑니다.


 "미루야, 너 왜 인사 안 해?" "응......그냥."


 다음날 또 그 가게에 들렀습니다. 역시 우유를 사가지고 나오는데 미루가 또 인사를 안 하고 나가 버렸습니다. "미루! 너 왜 인사 안 해?!" 좀 화가 났습니다. "가게에 가서 물건 사고 나오면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해야지 너 왜 안 해!"


 미루 얼굴이 빨개지더니 금세 눈물이 맺힙니다. "너 인사 똑바로 할 거야 안 할 거야." 1초도 안 돼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인사 잘 할게" 합니다.


 '얘가 인제 6살이 되더니 인사도 안 하고 자기 마음대로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어린이집에 늦었습니다. 10시 지나면 어린이집 현관에서 아이를 인계합니다. 벨 소리를 듣고 조리사선생님이 내려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건 제가 인사한 소리입니다.


 그런데 미루가 조리사선생님을 멀뚱멀뚱 쳐다봅니다. "미루야, 인사해야지." 인사대신 생뚱맞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우리 선생님 아니잖아." "너, 그게 무슨 소리야? 인사해 어서." "우리 선생님 아니야." 아빠와 아이 사이에 심각한 분위기를 눈치 챈 조리사 선생님께서 "아니, 괜찮아요. 어서 일 보러 가세요" 합니다. 더 화가 났습니다. 얘가 벌써부터 사람 차별해서 인사하나 싶은 생각에 열이 확 오릅니다. "미루!! 인사해!"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버님, 그러지 마세요. 이러면 아이가 하루 종일 힘들어 할 수도 있어요." 내 이 녀석을 집에서 가만 안 둬야 겠다 생각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파트를 내려가는 데 엘리베이터가 2층에서 멈추더니 할머니 한 분과 두 아이가 탑니다. 할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층 아래 1층에서 내리시면서 "죄송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지하 3층에 도착했습니다. 미루가 문득 말을 꺼냅니다. "아빠, 할머니가 왜 '죄송합니다'라고 한 거야?" "응, 왜 그러냐면 2층에 살면 그냥 계단으로 가도 되는데 굳이 엘리베이터를 탄 거잖아. 그래서 우리가 그 만큼 시간이 늦어진 셈이니까 그래서 좀 미안하다고 생각하셨나봐." 설명 끝에 문득 든 생각이 있어서 이 말을 덧붙였습니다. "근데, 할머니가 참 예의바르고 멋지시다."


 이 말을 들은 미루, 갑자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나 있잖아. 할머니 때문에 용기를 얻었어." "무슨 용기?" "내가 사실 사람들한테 인사 안 하는 게 부끄러워서 그런 거였거든? 근데 할머니 인사하는 게 멋지고 예의 바르게 보여서 나도 인제 인사할려고."


 인사 안 한다고 혼내지 말고 진즉에 인사 잘하는 사람을 미루 듣는데서 칭찬할 걸 그랬습니다. 아이 키우면서 이런 방법이 늘 효과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항상 잊어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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