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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73] '공감'을 위한 아빠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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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73] '공감'을 위한 아빠의 역할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4.05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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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식사를 하다가 아이 얘기가 나왔습니다. 동료 중 한 사람이 아이가 3살 됐답니다.
 "제가 해보니까 하여튼 공감하는 게 제일 중요하더라구요." 3살 아이의 아빠가 "그래요?" 하면서 눈을 크게 뜹니다. "그럼요. 아이가 울 때 '울지 마!'라고 하거나 '뚝 그쳐!!'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잘 안 그쳐요. 그보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게 중요하죠." "그렇구나. 집에 가서 애 엄마한테 얘기해야지. 근데 애 엄마가 힘들다고 매일 짜증내는 데 그건 왜 그래요?" 바보 같은 질문입니다.


 "진짜 힘들어서 그러는 거예요. 근데 그렇게 힘들면 공감을 해줄 수가 없어요. 자기도 힘든데 아이를 어떻게 챙겨요." "그럼 어떻게 하죠?" "공감을 하려면 일단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를 잘 관찰해야 하는데요, 그러려면 아이를 보는 사람이 힘이 좀 덜 들어야 해요. 그러니까 결국 육아를 잘 분담하지 않으면 안 돼요." 3살짜리 아이 아빠가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자기가 분담하긴 싫은 모양입니다.


 옆에 있던 6살짜리 아이 엄마가 이야기를 받습니다. "우리 애 아빠는 육아 분담을 잘 해요." 자랑 시작입니다. "근데 애를 되게 엄격하게 키워요." 엄격하게 키운다는 말에 사람들이 다들 그 엄마를 쳐다봅니다. 얘기는 이랬습니다. 아이 아빠는 어릴 때 자기도 그렇게 컸다면서 아이한테도 똑같이 시키는데 예를 들면 아주 어릴 때부터 밥 먹을 때는 무조건 식탁에 앉아서 먹게 하고 절대 다른 데 못 돌아다니게 했답니다. 또 밥을 다 먹을 때까지는 당연히 식탁에서 못 내려오게 했답니다. '그렇구나' 생각했습니다. 장난감도 놀고 나서는 반드시 자기 손으로 치우게 했답니다. 좋은 얘깁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좀 심각했습니다. "애가 밥 먹다 흘리잖아? 그럼 호되게 뭐라고 해서 다음부터 절대 못 흘리게 했어요." 이건 좀 심각합니다. 밥 흘리는 게 잘못은 아니기 때문에 꾸중으로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또 아이가 왼손으로 밥을 먹는데 자꾸 왼손 쓰면 사회생활하기 불편하다고 오른손 쓰라고 했답니다.


 음, 이건 좀 문제입니다. 아이를 있는 대로 인정하지 않고 자기 기준에 꿰맞추는 겁니다. 문득 그 아이 엄마한테 묻고 싶은 말이 생각났습니다. "애가 잘 뛰어 놀아요? 말도 잘 하고?" 그랬더니 엄마 얼굴이 약간 심각해지면서 이럽니다. "말을 좀 더듬어요."


 아이가 말을 더듬는 건 대부분이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스트레스가 많은데 아이들이 그걸 어떻게 풀지를 모르기 때문에 말 더듬는 걸로 이어지는 겁니다. "말 더듬는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아빠가 말 똑바로 하라고 하죠." 그렇게 아이를 다그치면 말을 더 더듬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마도 아빠의 엄격한 훈육이 문제 같습니다. 아이와 공감하지 않고 자기가 만든 틀에 끼워 넣으려고 하면 없는 스트레스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육아 분담을 하는 아빠는 훌륭한 아빠지만 분담한다면서 서당 훈장님이 아이 가르치듯이 하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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