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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일기71]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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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일기71] 눈물이 난다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3.21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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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가는 길. 해는 거의 지고, 어둑어둑해진 시간.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옵니다.


 "맹렬한 기세로 해안가 마을을 덮친 쓰나미. 집과 비닐하우스 등 보이는 것들은 모조리 삼켜갔고......"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 있던 미루가 물어봅니다.
 "아빠. 일본 얘기야?"
 "응"


 참혹한 현장 모습,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 위험 속에서도 계속되는 구조 활동 등의 소식이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뉴스 하나가 귀에 꽂힙니다.


 "한편 게센누마에서는 고립됐던 67명의 아이들이 극적으로 구출됐고......"
 건물에 갇혀 있던 67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이틀 만에 구조됐답니다. 아, 너무 다행입니다.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67명 아이들 생각이 맴돕니다. 갓난아이부터 6살까지의 아이들이었다고 합니다. 가만, 그런데 게센누마는 쓰나미가 휩쓸고 간 다음에 유조선에서 샌 기름에 불이 옮겨 붙어 밤새도록 마을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는 곳입니다.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살았을지 죽었을지 몰라 발을 동동 굴렀을 부모들은 이틀 동안 얼마나 괴로웠을까, 다시 아이를 볼 수 있는 기적 같은 일에 또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구출된 아이들 가운데는 찾으러 올 부모가 아무도 없는 아이들도 있을 거라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릅니다. 신호등이 다시 파란불로 바뀌었습니다.


 앞서 좌회전하는 차의 빨간 후미등이 뿌옇습니다. 엄마 혼자 살아남은 아이도 있을테고, 아빠 혼자서 아이를 찾으러 온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이틀 만에 찾은 아이를 안자마자 젖을 물려야 했을 엄마도 있었을 것이고, 스트레스에 젖이 안 나와 안절부절했을 엄마도 있었을 겁니다.


 쓰나미가 밀어닥치는 순간 아이가 있는 어린이집을 향해 무조건, 그래요 무조건 뛰었을 부모들의 절망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부모가 장애인이었다면, 만약 부모가 어린이집 쪽을 바라볼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물살에 휩쓸렸다면 아이의 얼굴이 눈에 밟혀 속수무책으로 파도에 당하는 자신의 몸이 한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쓰나미에 휩쓸렸지만 겨우 살아남았던 어떤 이들 중에는 느닷없이 퍼진 화마에 속절없이 목숨을 빼앗긴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아마 그 사람들은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도 아이들을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67명의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겐 그 아이들의 아빠와 그 아이들의 엄마와 그 아이들의 가족이 그동안 함께 하면서 쌓아놨던 추억이 산더미 같을 텐데 그 가운데 많은 부모들이 그 추억을 수습하지도 못하고 떠났습니다.


 살아남은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살아남은 엄마와 아빠들이 힘을 내길 바랍니다. 오른쪽 방향등을 켰습니다.


 너무 울어서 정신이 없다가 문득 미루는 왜 이렇게 조용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 뒤를 봤습니다. 미루는 의자에 앉아 잠이 들어있었습니다. 제 아이는 아까부터 지금까지 저와 같이 있었습니다.  다시 눈물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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