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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70] 아이의 잘난 체는 맞장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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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70] 아이의 잘난 체는 맞장구로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3.14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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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가 요즘 잘난 체를 많이 합니다. 어느 날, 날씨가 좋아져서 밖에 나가서 놀기로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뜬금없이 이럽니다. "아빠 나 이쁘지." 미운 얼굴은 아니지만 갑자기 그렇게 물어보는 데 선뜻 대답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1초쯤 머뭇거리다가 "그럼, 이쁘지" 하고 대답했습니다.


 근처의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탔습니다. 미루는 분홍색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으면서 앞으로 나갑니다. 한두 번쯤 운동장을 왔다 갔다 하더니 "아빠! 나 되게 잘 타지?" 합니다. "그럼, 정말 잘 타네."


 이번엔 달리기입니다. 미루가 앞으로 달려 나갑니다. 저도 따라 달립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특별히 잘 달리는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열심히 앞으로 달립니다. 뛰는 중에 또 이럽니다. "아빠. 나 잘 뛰지?" "응, 정말 잘 뛰네." "아빠보다 훨씬 잘 뛰지?" 괜히 지치는 얼굴을 하면서 미루 보다 좀 뒤에서 말했습니다. "그러게. 아빠보다 훨씬 잘 뛰네."


 운동장 옆 놀이터로 옮겼습니다. 아이들이 북적대는 놀이터에서 미루는 미끄럼틀을 좀 타더니 이번엔 미끄럼틀과 연결된 봉을 잡고 내려오려 합니다. 그런데 이건 좀 위험해 보입니다. 미루 얼굴도 좀 불안해 보입니다. 봉 쪽으로 몸을 옮기려다 말고 "아빠 좀 잡아줘"라고 합니다. 잡아줬습니다. "이제 됐어." 팔과 다리로 봉을 있는 대로 감아 잡더니 주루룩 내려옵니다. "어때! 나 잘하지?"


 이번엔 그네입니다. 미루는 겁이 많아서 그네를 잘 타진 못하지만 그래도 꼭 탑니다. 그네 위에 앉아서 "아빠 좀 밀어줘" 합니다. 한번 세게 밀어주니까 그네는 앞뒤로 움직입니다. 몸에 살짝 살짝 반동을 주면서 미루는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합니다. "더 밀어줄까?" "아니, 됐어." 다른 아이들 움직이는 만큼의 반도 안 되는 폭으로 몇 번 움직이더니 "인제 내려갈래" 하면서 내려옵니다. 그래놓고 이럽니다. "나 그네 잘 타지?" "응, 그래."


 놀이터에서 노는 내내 미루는 잘난 체를 했습니다. 저는 계속 그 잘난 체에 호응해줬습니다. 미루처럼 5~6살 정도 되는 아이들은 잘난 체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럴 때 옆에서 같이 맞장구를 쳐주면 아이의 자존감이 쑥쑥 커집니다.


 이럴 때 "네가 뭐가 예쁘냐?"라든가 "다른 아이들도 자전거 그 정도는 다 타", "위험하게 왜 봉에 매달리고 그러니", "다른 애들이 그네 훨씬 더 잘 타잖아" 같은 말을 하면 아이의 자존감은 높아질 수 없습니다. 아이가 너무 잘난 체 하는 것보다는 겸손한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겸손한 건 좀 나중에 배워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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