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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9] 아빠와 씨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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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9] 아빠와 씨름하기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2.27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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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집에서 아빠랑 노는 걸 참 좋아합니다. "아빠, 집에 가면 레슬링하자. 알았지?"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아이가 한 얘기입니다. 씨름이라고 알려줬는데도 자꾸 레슬링이라고 합니다.


 "아빠 밥 차리는 동안 잠깐 책 보고 있어. 밥 먹고 나면 씨름하자." 당근, 버섯, 양파, 브로콜리를 볶아서 볶음밥을 하는 동안 미루는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보더니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합니다. 가만히 보니까 씨름 연습입니다. 팔로 뭔가를 안아서 옆으로 내팽개치는 동작을 반복합니다. 베개를 가지고 하다가, 얼마 전에 사줬는데 이제는 바람이 거의 다 빠져버린 공룡 풍선을 가지고 하다가 그럽니다.


 밥을 차려서 다 먹었습니다. 미루는 계속 급합니다. "아빠, 밥 다 먹었으니까 이제 레슬링하자." "미루야, 일단 소화 좀 시킨 다음에 하면 안 될까? 그리고 씨름이라니까."


 사실 우리 집에서 한참 씨름이 유행하기 전에는 베개 싸움을 한동안 했었습니다. 안방에서 미루는 침대 위에 올라가고 아빠는 침대 밑에서 서로 베개를 던지고 피하고 그랬습니다. 집에 있는 베개란 베개는 죄다 꺼내놓고 하는데 미루는 아빠가 던진 베개에 얼굴도 맞고 몸도 맞아서 넘어지면서도 또 일어나고 또 일어납니다. 베개를 아빠한테 던지면서 반격을 하지만 사실 제대로 날아오는 건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늘 신나했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베개 싸움이 피곤했지만 어차피 바빠서 운동도 못하는데 이게 운동시간이려니 생각하니까 저도 할 만 해졌습니다. 그렇게 며칠 정도가 아니라 몇 달을 틈틈이 베개 싸움을 하다 최근에 종목이 씨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으차으차!" 키 차이 때문에 아빠는 무릎을 굽히고 씨름을 하는데 미루는 정말 온 힘을 다해 아빠를 넘어뜨리려 합니다. 힘도 꽤 셉니다. "윽, 졌다." 몇 번은 넘어져 주고, 늘 지기만 하면 미루가 의심할까봐 몇 번은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습니다. 미루는 얼굴이 벌개져서 "한 번만 더 하자"를 외칩니다.


 엄마랑 노는 날 미루는 엄마와 함께 앉아서 책도 읽고, 종이도 접고, 그림도 그립니다. 아빠한테는 뭐 그런 요구는 별로 하지 않고 늘 몸으로 부딪히는 걸 요구합니다. 이렇게 역할 분담이 되니까 미루가 엄마와 함께 있는 날과 아빠와 함께 있는 날의 서로 다른 재미를 즐깁니다. 아빠 입장에서는 몸으로 부대끼면서 아이와 놀아주면 운동이 돼서 좋기도 하고, 아이의 힘이 나날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좋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아이 힘이 버거워질 때가 오겠지만 어쨌거나 그때까지 몸으로 놀아주는 아빠의 역할은 아이가 잘 자라는 데 큰 힘이 된다고 합니다. 계속 열심히 놀아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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