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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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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64]
  • 구로타임즈
  • 승인 2011.01.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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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 살구색?

 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요새 부쩍 그림 그리는 실력이 늘었는데, 색깔로 이것저것 잘 섞어서 예쁘게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가 쓰는 크레파스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데 '살색'이라고 적혀 있는 크레파스가 있습니다. 아이는 그걸 들고 얼굴, 팔 같은 곳의 색깔을 칠합니다.


 "미루야 이 크레파스 색깔은 뭐라고 불러?"
 "응? 이거? 살색."
 아이도 살색 크레파스를 살색이라고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아이와 얘기 중에 아프리카 사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빠, 근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얼굴이 검은 색이야. 그거 알고 있었어?"
 "응, 알고 있었어."
 "그럼 미국 사람들은 무슨 색이야?"
 "음, 하얀색인가?"
 "그럼 사람마다 얼굴 색깔이 달라?"
 "응, 근데 얼굴 색깔만 다르고 나머지는 거의 다 똑같아."


 아이는 신기한 듯이 저와의 대화에 열중했습니다. 이야기하는 중에 문득 며칠 전 크레파스에서 봤던 '살색'이 생각났습니다.


 "미루야, 너 있잖아. 지난번에 크레파스에 살색이라고 있었잖아. 근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살이 무슨 색이야?" "검은색이라고 방금 했잖아." "맞아, 그럼 아프리카 사람들한테 크레파스 보여주고 살색 골라보라고 하면 무슨 색 고를 것 같애?"
 "검은색......앗! 살색이 검은색이네?"


 갑자기 미루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이리 저리 막 돌아갑니다. 무슨 엄청난 진리를 발견한 것처럼 이 생각 저 생각하더니 "그럼 아프리카 사람들 크레파스는 검은색에 살색이라고 적혀 있어?"


 "아니, 그건 모르겠고. 사람들마다 살색이 다 다르니까, 미루 니꺼 크레파스에 적혀 있는 살색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뭐라고 불러?"
 "살구색" "살구색?" "응"
 아이는 이렇게 자기가 평소에 부르던 살색이 다른 사람한테는 살색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고 엄청 놀라워하고, 또 한참 무슨 생각인가를 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한테 이야기를 한 모양입니다.
 "아빠, 내가 찬빈이한테 아프리카 사람들은 검은색이 살색이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뭐래?"
 이 물음에 미루는 대답은 안 하고, 그냥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아래로 크게 척 벌리고 목을 앞으로 빼면서 놀라는 표정을 합니다. 미루 얘기를 들은 친구가 그렇게 했다는 것 같습니다.


 "놀랐나 보네? 그러니까 미루야 세상에는 되게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는 거야."
 "그렇구나."
 "응, 사람은 그래서 다 똑같기도 하고 다 다르기도 해."
 "알았어."


 아이가 제 말을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미루의 머릿속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조금은 늘어났지 않았을까 싶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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