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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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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63]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12.3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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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 학습발표회하다

 어린이집 학습발표회를 했습니다. 미루는 한참 전부터 "아빠, 열 밤만 자면 나 무대 선다." 고 하더니 그날 아침에는 잠에서 깨자마자 이럽니다. "으악~아빠, 나 떨려, 떨려!"


 학습발표회가 6시여서 직장 일을 좀 빨리 마치고 발표장으로 갔습니다. 발표장엔 부모님들이 가득하고 벌써 열기로 들떠있습니다. 드디어 학습발표회 시작!


 반별로 아이들이 나와서 그 동안 연습했던 율동도 하고 노래도 합니다. 저 꼬마 아이들이 어쩜 그렇게 율동을 다 외워서 음악에 맞추나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합니다.


 처음 무대에 오른 아이들 하나하나는 객석에 있는 자기 부모를 찾으려고 눈을 이리 저리 굴리고 고개를 이쪽으로 저쪽으로 돌렸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무대로 올라오면 아이 이름을 크게 불러서 부모님 위치를 확인시켜주시라고 부탁합니다.


 음악이 흐르고 율동을 하는 아이들은 모습이 다 제각각입니다. 음악에 딱딱 맞춰서 열심히 율동하는 아이들도 있고, 어떤 아이들은 음악이랑 별 상관없이 율동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아이는 음악이 시작되자 무대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엄마에게 뛰어내려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음악이 울리건 말건 그냥 가만히 서 있습니다.


 전체가 하나처럼 딱딱 맞아떨어지게 움직이는 건 혹시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아이들한테 어울리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 마다 다 제각각인 표정과 행동, 그런 게 모여서 하나의 예쁜 그림이 되는 게 아이들답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나눠준 안내장에는 '우리아이와 다른 아이를 비교하지 마세요.'라는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아이들은 다 그 자체로서 예쁨 받으면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춤을 잘 춘다느니, 우리 아이는 숫기가 없어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느니 하는 얘기 같은 걸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자기 아이가 나오면 무대 앞으로 가서 열심히 동영상을 찍던 엄마 아빠들, 누구도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열심히 자기 아이에게 몰두했습니다. 보기 좋았습니다. 예전에 어린이집 연합 체육대회 때 어떤 어린이집 아이들이 단체로 정말 잘 훈련된 모습을 보이며 노래와 율동을 선보였었는데, 그 보다는 우리 아이들 모습이 훨씬 좋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건 부모들한테 보여주기 위해 하는 학습발표회가 혹시 아이들이 피곤해 하는 일이면 어떡하나 싶은 것이었는데,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니 그런 걱정스러운 마음도 어느 정도는 가셨습니다.


 아마 실제로 그렇게 됐겠지만, 학습발표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아이들이 즐기게 되고 그 자연스러운 결과로 발표회가 진행된다면 학습발표회는 부모에게도 꽤 즐거운 축제가 될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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