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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연립 ‘지킴이’들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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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연립 ‘지킴이’들의 울분
  • 송희정
  • 승인 2006.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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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소리]
“이주하기 전에 무상지분과 분담금에 대해 먼저 알려달라는 게 왜 잘못입니까?”
최근 재건축 사업승인이 떨어진 온수연립주택지 안에서 일명 ‘지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현재 착공을 앞두고 기존 건물을 철거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는 온수연립주택. 남들은 재건축 사업의 큰 고비를 넘겼기에 주민 모두 축배를 나눌 일이라 여기지만 이들 ‘지킴이’들은 사업승인을 받는 날 오히려 답답함과 울분에 속이 타들어갔다고 말한다.

이들이 다른 주민들과 함께 웃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킴이 “비민주적 조합운영이 문제”
-조합측 “적법 절차 따른 것. 소수의 반발”
-구청측 “이주 관련법 없어. 자체 해결해야

온수연립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해 10월 30일 A고교 체육관에서 제3차 조합원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상정된 주요 안건은 조합정관개정안과 대의원 인준안, 조합원 이주시기 동의안 등 세 가지로, 조합은 이날 조합원 투표를 통해 상정된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지킴이가 조합 측에 반기를 들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지킴이에 따르면 조합측은 총회 당시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인 무상지분과 분담금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 없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일방적 거수투표로 관련 안건들을 통과시켰다는 것. 특히 조합원 이주기간(2005.12.1~2006.3.31)을 못 박을 때는 반발한 주민 절반 이상이 퇴장한 상황이었는데도 남은 사람들끼리 거수투표를 진행하는 등 관련 절차가 민주적이지 못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여기서 무상지분이란 조합원에게 떨어지는 아파트 무상평수를 말하는 것이고, 분담금이란 무상지분이 줄어들거나 무상지분보다 큰 평수대의 아파트를 원할 경우 조합원이 추가 부담해야하는 돈의 액수를 말한다.

이곳 지킴이는 조합측이 무상지분과 분담금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2002년 조합장 선출 때 내걸었던 무상지분 30여평이 사업지연에 따른 사업비 증가로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돼버리자 훗날 조합원 반발을 무마하기위한 술책이라고 보고 있다. 철거 훨씬 전에 조합원 이주를 강행하는 이유 또한 신탁등기(조합원이 조합에게 재산권을 이전하는 절차)를 통한 조합원 발목잡기의 일환이라는 게 지킴이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지킴이 활동 중인 한 주민은 “우리 주장은 재건축을 말자는 것도 아니고, 당초 무상지분을 똑같이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한 뒤 “현재 주민 추정으로는 무상지분이 20평도 채 안되는데 그러면 조합원이 부담해야하는 분담금이 1억원을 훨씬 넘게 돼 그 돈을 못 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집 빼앗기고 길바닥에 나앉게 되는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또 절차적으로 무상지분과 분담금을 먼저 알아야 이주를 할 건지 안 할 건지 결정할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한 조합측 입장은 상반된다.

조합은 문제의 총회 당시 모든 절차를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는 것. 또한 재건축 관련 정부 규제가 강해지는 시점에서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선이주의 필요성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주민들이 이주를 위해 대출받은 이주비 5000여만원에 대한 이자보다는 사업 지연으로 인한 조합 관리비의 지출이 더 클 것이기에 두 가지 모두 조합원 호주머니서 빠져나가는 점에서 본다면 사업 추진을 앞당기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는 게 조합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조합 이갑섭 총무이사는 “현재 분양가도 결정 안됐고, 시공사와 협의도 안 된 상태에선 무상지분에 대해 뭐라 말 할 수 없다”고 밝힌 뒤 “과거 지킴이 대표를 지냈던 사람마저 집을 팔고 이주한 상태인데다 지킴이 활동을 했던 사람 중 입장철회 서명을 한 이가 50여명에 이른다”며 “지킴이는 사업구역에 포함이 안 된 상가주인들이 주축이 된 반대파들로 사업추진을 더디게 해 다수 조합원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는 건 바로 이들”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킴이로부터 여러 차례 민원을 접수한 구로구청은 조합측이 적법한 절차를 이행하는 이상 이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건축팀 민흥기 팀장은 “현행 재건축 관련법에는 이주시기에 대해 명시한 규정이 없다”며 “조합 총회를 거쳐 결정한 사항인 만큼 조합 자체에서 해결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온수연립주택 단지 안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집 헐고 30평 아파트 지어준다니까 주민들이 뭣도 모르고 재건축에 도장 찍어주고 밀어주고 했는데 얼마 전부터 이웃집 창틀도 뜯고 보일러도 뜯고 하더니 이제는 나보고 집 비우라고 무슨 소장까지 들이밀고 한다”며 “그냥 그대로 둬도 될 것을 후회가 막심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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