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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번 마을버스 기사 김은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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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번 마을버스 기사 김은석씨
  • 김윤영
  • 승인 2006.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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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창]얼어붙은 손님마음 사로잡는 비법
“뒷 차가 있는데도 꼭 내 차를 타려고 해요. 내가 예뻐서 그러나?”

마을버스 09번(서북교통, 신도림 동아1차아파트~구로디지털단지역) 운행 기사인 김은석(52, 구로5동)씨의 익살 섞인 말 한마디에 차를 기다리느라 오랜 시간 추위에 떨던 승객들의 굳은 얼굴에 엷은 웃음이 퍼졌다.

지난 12월22일 오후 6시10분경 구로구청 정류장 앞. 구로역으로 향하는 많은 손님들이 15분 넘게 매서운 바람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대편 정류장엔 같은 09번 버스 3대가 지나가는 동안 한대도 오지 않은 것. 추위 속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린 데다 간신히 탈 수 있을 정도의 비좁은 공간으로 손님들의 항의 목소리가 들릴 만도 한데 이날 오히려 버스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기사 김씨가 앞차에 사고가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한 뒤 사과를 하면서 농담으로 짜증날 만한 상황을 오히려 즐거운 상황으로 바꿔버린 것. “앞차 사고로 내차 손님에 사고차량 손님까지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입장 바꿔서 내가 그 사람들이어도 짜증났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회고하던 김씨는 “어차피 하루 와서 하는 일 기왕이면 웃으면서 일하면 좋지 않겠냐는 마음에 웃음으로 손님을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3년전 개인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마을버스 운전을 시작했다는 김씨는 “월급도 적고 근무환경도 열악하지만 손님에게 친절하면 그만큼 많은 손님들이 우리 마을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고, 결국 회사의 이득이 기사에게 돌아오게 돼있다”며 직업인으로서의 나름대로 확고한 신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친절기사’ 김씨도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기사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로 대해줬으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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