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1 10:05 (수)
‘이름 없는’ 녹용상자속 2700만원
상태바
‘이름 없는’ 녹용상자속 2700만원
  • 연승우
  • 승인 2005.02.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노종자의 집 김해성목사앞 익명으로 보내와
익명으로 2,700만원이 녹용상자 속에 담겨 외국인노동자의 집(대표 김해성목사, 가리봉동 소재)으로 배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추운 한파를 녹이는 따뜻한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의 집 김해성목사 앞으로 녹용상자가 퀵서비스로 배달된 것은 지난 연말.
당시 김해성목사는 “평소에도 동포들이나 외국인노동자들이 고맙다고 물건을 가져다 놓는 일이 있고 여러 가지 한약재나 몸에 좋다는 보약재도 가끔 가져오기 때문에 그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만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 1월 3일 동남아지역의 지진 해일 참사현장 지원을 위해 스리랑카를 십 여일 방문하고 돌아 온 후, 사무실을 정리하다가 다시 녹용상자를 발견했다. 녹용상자에는 보낸 사람의 이름은 없고 사무실약도, 전화번호 그리고 수취인으로 김해성목사의 이름만 적혀있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녹용상자가 유리테이프로 철통같이 정교하게 밀봉되어 있어 김해성목사는 번뜩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 예전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앙심을 품은 사람들이 김목사 집 앞에 백색가루를 뿌려놓는 등의 테러위협이 있었기 때문에 보낸 사람이 불분명한 녹용상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혹시 폭발물 내지는 독극물이라도 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뜯어나 보자는 마음에 조심스레 녹용상자를 열어보니, 녹용상자에 녹용은 없고 신문지로 둘둘 말아놓은 세 개의 뭉치만이 있어 의심이 한층 깊어졌다고. 도대체 누가 이런 것을 보낸 것일까 하는 궁금증에 신문지를 풀어 봤을 때 김해성목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신문지 뭉치를 풀어 보니 그 안에는 “고생 많으십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좋은 일에 써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쪽지와 함께 1만원권으로 2,700만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던 것.

김 목사는 외국인노동자의 집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도움을 주려고 익명으로 보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큰 도움을 받은 것에 무척 감사드린다”고 말한 김 목사는 “도움을 주신 분이 영수증이나 기부금확인서가 필요하시면 발행해 드릴 수 있으니 연락 주시면 고맙겠다”는 말로 익명의 독지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녹용상자속에 보내온 현금2700만원은 외국인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집 장소 임대비용으로 사용하는 한편,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이 더 많은 수술과 진료를 할수 있는 수술실 등을 위한 산소, 질소 등의 파이프라인 시설 설치와 사망한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냉동실를 10기 정도 설치하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김해성 목사는 밝혔다.

김 목사는 현재 ‘외국인노동자의 집’ 대표로 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들을 위해 외국인노동자병원을 개설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난 연말 뉴스위크지에서 선정한 '뉴스위크 선정 2005를 빛낼 인물들'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연승우 기자>dust8864@kurotime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