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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율어린이집 자원봉사 구자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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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율어린이집 자원봉사 구자옥씨
  • 구로타임즈
  • 승인 2005.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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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눈높이로 맞추면 같아요"
<더불어살아가는 사람들 86> 발달장애아동에게 있어 외출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특히 단체로 이동해야 할 경우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일대일 지도가 필수적이다.

구자옥(25)씨는 지난 2000년부터 아나율어린이집(구로종합사회복지관내)의 현장학습이나 소풍 캠프 등 발달장애아동 야외수업을 도와왔다.

“대학에 입학해서 ‘호우회’라는 동아리에 가입했었어요. 친구 선배가 밥 사준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가보니 봉사동아리였던거죠. 그 때 아나율어린이집 소풍에 몇몇 봉사자가 따라가기로 했는데 한 친구가 펑크를 내는 바람에 얼떨결에 쫓아갔다가 어린이집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구 씨는 대공원, 수족관, 동물원 등 아이들의 야외활동이 있는 날엔 열 일을 제쳐두고 따라나섰다. 그는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고서야 발달장애아동이 비장애 아동과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 년 여름 아이들과 캠프를 떠났을 때의 일이다. 한 아이가 캠프장에 도착해서부터 이유도 없이 하루종일 울어댔다. 도대체 원인을 몰라 답답하기만 했는데 아이가 숙소 밖으로 나가려고만 했다.

처음엔 만류하다가 ‘어디로 가는지 따라 가보자’는 마음에 아이를 뒤쫓아갔다. 매점 쪽으로 향했을 때는 과자가 먹고 싶나보다 했다. 그러나 매점을 지나 주차장으로 가서 처음 타고 온 버스를 찾아다녔다. 그 버스를 타고 집에 가고 싶었던 것이다. 부모와 멀리 떨어지기는 처음이었다니 그럴 만도 했다.

구 씨가 ‘지금은 밤이고 늦어서 버스가 안 간다’고 타이르니 그때서야 스스로 숙소로 들어와 자리에 누웠다. 내가 말해도 안 들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눈높이 대화를 한다면 그들과 통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엔 단순히 봉사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제가 도움을 준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아요. 한 번씩 아이들이랑 신나게 놀고 선생님들 뵙고 오면 그냥 기분이 좋아져요. 동아리 활동하면서 재활원 봉사도 나갔었는데 국회의원이 수행원 우르르 데리고 와서 기자들과 사진 몇 번 찍더니 가더라고요. 그건 순수한 봉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용하는 거지요.”

오랜만에 만나도 알아보고 반겨주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과 교감을 느낄 때는 가슴까지 벅차 오른다. 숭실대학교 미디어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구 자옥씨는 디자인 기획 분야에 관심이 있어 공모전도 준비중인 꿈 많은 여느 대학생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한 겨울 동장군도 피해갈 만큼 가슴엔 뜨거운 사랑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공지애 기자> homekong@kur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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