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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을 달리는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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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을 달리는 이웃들
  • 최대현
  • 승인 2004.0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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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작은 시작, 큰 결심 금연// 구로청년회에서 상근자로 활동하는 김용현(30)씨는 새해 들어 금연을 시작했다. 대학교 2학년 때 담배를 처음 피우기 시작한 이후, 하루 한 갑 정도를 피우던 그로서는 대단한 결정이었다. “큰 계기는 없었어요. 몸이 안 좋아서 예전에 한 번 끊었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고 해서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우연찮게 올해부터 금연하게 됐어요”

담배를 끊은 후, 1주일이 고비였다. 다행히도 금연의 적이라는 술자리와 흡연자들의 유혹이 상대적으로 적어 무사히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하지만 두달여가 지난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담배가 주위에 있으면 큰 유혹을 받는다고 한다.

김씨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껌이나 사탕, 물을 마시지만 아직 꿈에서까지 금연으로부터 벗어나지는 못했다”며 웃는다. 후회는 없단다. 몸이 좋아진 걸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침이 상쾌하고, 산에 오르면 체력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담배갑을 만지작거리던 김씨는 “어떤 일을 시작하는데 큰 결심이 필요하지만, 꼭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이라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것도 좋다”며 “자신과 결심하고 지키면 된다”고 말했다.



# 둘 | 두려움 반 설레임 반, 창업 첫발



“ 청소 주문 많아야 할텐데, 파이팅 !”

지난 10일 오후3시30분 구로구청 뒤편 한 골목. 김경희(48·오류1동)씨는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랴, 음식 대접하랴 정신이 없었다. 이 날은 그동안 준비해 온 환경관리·유지서비스 ‘깔끄미 청소대행’ 사업 사무실의 문을 여는 ‘역사적인 날’이다.

김씨는 “너무 기분 좋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응원해 줘서 이런 날이 있을 수 있었다"며 감격해 했다. 사업을 하다가 몸이 아파 잠시 쉬던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구로삶터자활후견기관을 통해 만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주부 2명과 함께 창업을 준비해 왔다.

그동안 온라인(www.lifeclean.com

)을 통해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고객들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정작 사무실 공간 마련 때문에 어려움을 겪다가 사회연대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비로소 정식 사무실을 갖게 된 것이다.

“깔끄미 청소대행은 고품격 시설관리 전문업체로, 바닥청소와 왁스광택, 입주전 준공청소, 이사청소, 쇼파·카페트·화장실청소를 뛰어난 기술로 유지, 관리합니다”라며 회사를 설명하는 김씨의 모습에서 프로정신이 배어나온다.

“경제,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끼리 이제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보겠다고 첫발을 내딛었어요. 두려움은 없습니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공동체로 운영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자신있습니다”

고사(告祀) 지내는 돼지에 돈을 놓으며 ‘일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빌었다는 김씨. 김씨는 “구로 건물의 청소는 맡겨달라”고 환하게 웃으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었다.





셋| ‘60대 학생’의 힘찬 출발



“배우는 즐거움 말로 표현못해”

구로노인종합복지관 노인대학 국어학과·수학학과 04학번 김귀임(64)씨.

온수동에 사는 김씨는 올해 시립 구로노인종합사회복지관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하면서 이같은 직함(?)을 같게 되었다. 지난 10일 김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9시30분에 시작하는 ‘한글기초’ 수강을 위해 오전7시50분경에 지하철을 탔다.

너무 일찍 나온다는 말에 “모르는 말 말어. 어찌나 배울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 지 자리가 없어. 좋은 자리 맡으려면 일찍 와야 돼야”라며 김씨는 정색을 한다. 일주일에 세 차례(화, 목, 금) 한글과 수학을 배우기 위해 부지런을 떤다.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집에 있을 때는 나이 먹어서 공부하는 게 창피하기도 했는데,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고 한자한자 배워간다는 게 용기가 나요. 정말 기뻐요”

전라북도 순창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던 1950년 여름방학, 6.25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공부를 멈추게 됐다. 하지만 전쟁상황과 결혼 후 자녀농사에 힘 쓰느라 시간이 나지 않았다고. 지난해 말 마침 주위에서 제공해 준 정보로 단숨에 달려와 접수했다고 한다.

“더하고 빼는 산수는 그럭저럭 하겠는 데, 국어는 어려워 죽겠어. 글자가 너무 어려워”라고 푸념하면서도 이전에는 읽기만 했던 한글을 쓸 수 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새로 시작하는 게 힘들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라는 김씨는 “노래는 못 부르지만 노래도 배우고 싶다”며 노래교실도 수강할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구로타임즈 jul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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