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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바이러스 꽃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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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바이러스 꽃 아세요"
  • 최대현
  • 승인 2004.01.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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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봉사대 ‘안다미로’// 크리스마스 추리와 캐롤송이 한창이던 지난달 23일 오후 5시. 오류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정, 김정은, 조은진, 김진아 양등 4명의 여고생은 방과 후 온수역으로 향했다. 얘기중에도 웃음꽃을 피우며 한껏 들떠 있었다.

"기말고사 때문에 한 달 가량 찾아뵙 지 못했어요. 오랜만에 가서 얼마나 좋아하실런지, 할머니 빨리 보고 싶어요"

궁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청소년 봉사대 '안다미로(가득 차서 넘친다)'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한달에 두번씩 홀로 살고 계시는 할머니 집을 찾는다. 할머니 집을 찾지 않는 주에는 복지관에서 저소득층 학생들을 가르친다.

"ㄱ, ㄴ... 도 모르는 학생들이 가나다라 를 쓰는 걸 보면 뿌듯해요. 제가 다 가르쳤잖아요! 못 알아듣고 그러면 '집 안 보내준다'고 협박도 하면서 아이들 가르쳐요“(웃음)

가장 먼저 봉사를 시작한 진아 양이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면서 나머지 세 명에게 봉사바이러스가 퍼졌다. 마지막에 합류한 민정양은 "친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할머니를 찾아 뵙고 이야기하면 부럽기도 하고, 함께 하려고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온수역 인근에 살고계시는 한 할머니(88)집에 도착했지만, 문 밖으로 열쇠가 채워져 있다. 네 명은 걱정이 앞선다. "할머니, 어디가셨나? 아프신 건 아니겠지?" 조금 뒤, 옆 집으로 마실 갔다 온 할머니와 재회했다.

할머니는 "그동안 왜 안 왔어? 너무 오랜만에 왔어"라며 서운함을 내비친다. 정은양과 은진양의 재치있는 말로, 아이들은 할머니와 오랜만에 만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멈춘 시계 고치고, 전화기 단축 다이얼 입력하느라 분주하다.

할머니는 연방 "너무 예쁘다, 왜 이제 왔냐, 자주 와라, 너희들 시집가는 거 보고 죽어야 할 텐데, 손녀같이 생각해서 너무 예쁘다"는 말로 학생들에 대한 사랑을 보였다.

"그냥 우리 할머니 같애요. 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반가워하시고, 가려고 일어나면 벌써 가냐고 서운해 하세요. 그냥 찾아 뵙고 같이 있어드리고, 옛날 얘기하고, 저희들 얘기하면서 웃고 오는 데도, 굉장히 좋아하세요"라며 할머니 손을 꼭 잡았다. jul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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