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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호박꽃내음 넘치는 웃음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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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호박꽃내음 넘치는 웃음속에서
  • 김광자 (한마을아파트 중앙경로당 총무)
  • 승인 2015.07.17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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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등에 지고 서 있는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황혼녘을 바라보는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살아온 세월이 더 길고, 살아가야 할 시간이 짧아 촉살 같이 지나온 젊음의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개봉1동 한마을 중앙경로당'.

한마을 아파트가 생긴 1998년 회원 다섯명으로 시작해 열여덟개의 나이테를 감아오는 동안, 세상과 멀리한 노인들, 자식따라 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이 교차로를 이루어 흘러가는 물처럼 유유히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4대 배을순 회장님과 김광자 총무를 비롯하여 드나듦이 있었지만, 사십여명이 못되는 회원으로 구청에서 주는 운영비와 아파트입주자회에서 주는 십시일반의 적은 금액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인강령을 준수하여, 가정이나 사회에서 존경받는 경로효친과 윤리관을 정립하여 전통적 가족제도를 유지발전시키며 청소년을 선도하고 젊은 세대에 봉사하며 사회구현에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경로당 자체적으로 실천하는 사회의 모범이 되고, 의식을 개혁하고 자선실천에 중점을 두고 개인이 갖고 있는 가치관과 협동심 그리고 자존감을 가지고 조개껍데기의 아픔이 탄생한 진주처럼 각자 개인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믿어주며 아껴주면서 희노애락과 동고동락을 하는 자매가 되어 화사하게 웃어대는 웃음 속에서 내딜 또 내일을 위해 보람 있고 가득한 현재(지금)를 살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질좋은 생활을 위하여 월요일은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화요일과 토요일은 회원간의 친목과 건강을 위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구로어르신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인들의 건강프로그램 장수체조 및 덩더쿵 체조로 심신을 단련시키고, 하루 남은 금요일에는 쓰레기 분리수거 및 경로당 근처의 청소 미화에 힘쓰고, 재능나눔을 통해 독거노인을 찾아가 말벗이 되기도 하고, 전기 및 가스밸브의 안전을 보살펴 주기도 합니다. 생일달에는 자기의 나이에 맞게 예쁜 촛불과 케익을 놓고 Happy Birthday 노래에 맞추어 손뼉치며 세상에 태어난 날을 축하해 드리기도 합니다.

풀은 천리 잇달아 푸르고, 달은 고향이든 타향이든 밝은 원리와 이치를 깨닫고, 아무리 미련해도 세월은 가서, 아이는 어른이 되고 그 어른은 무엇인가를 터득하는 늙은이가 된 것에 자부심을 갖고 호박꽃이 풍기는 달콤한 내음에 어울리게 노인들이 갖고 있는 질그릇의 크기만큼 흘러 넘치게 물을 부어,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여생을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오늘 그리고 내일, 모레까지 깨알만큼 아주 작디작은 꿈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열매를 맺는 호박꽃 이기에 지나간 고통을 되새기는 시간들이 소 여물 곱씹어 반추작용을 하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화시키는 영혼의 목소리가 들리는 중앙경로당에 자양분을 주고 물도 주고 찬란한 햇빛아래서 숨을 쉬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한마을 중앙경로당 어르신 여러분들, 손에 손잡고 발 맞추어 나갑시다. 푸른 창공을 바라보면서. 경로당 어르신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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