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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추천릴레이 235]우리동네 '떡볶이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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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추천릴레이 235]우리동네 '떡볶이 아저씨'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3.05.20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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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한씨(43, 구로1동)

포근한 인상에 사람 좋아 보이는 넉넉한 웃음을 지닌 고장한(43, 구로1동) 씨.

10년을 한결같이 구로1동 주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낙원떡볶이집(구로주공A 114동 뒤편)' 주방장 겸 사장되신다.

은행전산장비 관리업체와 공기업에서 10년을 근무하고 서른네 살이던 2004년 11월 누님이 거주하는 구로1동에 깃들어 대로변 안쪽에 분식집을 오픈했다.

가게를 신촌 등 번화가로 옮겨보라는 누님의 권유에도 10년을 내리 한 자리에서 분식 외길을 걷고 있다. 만두, 어묵, 김밥, 순대, 떡볶이 등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메뉴도 동일하다. 40년 역사의 방앗간에서 직접 주문해 가운데를 잘라서 조리하는 그의 떡볶이 맛은 이 일대에서는 유명하다.

"10원 벌면 10원어치 먹고 살자, 대박 욕심 부리지 말고 분수대로 살자는 것이 제 철학이에요. 처음 가게 터를 잡을 때 시내 번화가가 아닌 주택가 가까운 곳, 일부러 대로변 안쪽을 택한 것도 분에 넘치는 일은 하지 말자싶어서예요. 일이 익숙하지 않은데 손님이 많이 들면 안 되잖아요. 요즘은 일이 몸에 붙어 제법 빨라졌지만 초기에는 거북이 같다고 손님들이 답답해했어요(웃음)."

급히 과욕을 부리기보다 천천히 길게 가는 쪽을 택한 그의 소신답게 낙원떡볶이집은 그에게나 손님들에게나 사랑방과 놀이터 같은 존재다. '낙떡아저씨'라는 별칭을 부르던 꼬맹이들이 대학을 가고, 단골 청년들이 시집장가를 가도 옛 간판, 옛 메뉴, 옛 맛 그대로 이곳을 지켰다.

"제게 가게는 일터이자 놀이터에요. 취미로 찍은 인물사진을 걸어두고, 취미로 즐기는 음악 감상을 함께하고, 직접 볶아서 내린 커피를 나눠요. 삶도 일도 즐겨야 행복하죠. 행복이란 나 스스로의 욕심에 대한 항복이 아닐까하고 생각해요."

삶도 일도 취미도 소신 있게 꾸려가는 그를 구로타임즈 신규독자로 추천해준 이는 바로 구로1동 배꼽빠지는도서관의 조하연 관장이다.

오며가며 눈인사 나누던 두 사람은 서로의 닮은 구석을 알아보고는 절친 이웃으로 지내고 있다.

"장사하는 다른 친구들 보면 일에 너무 치여서 살더라고요. 철도와 서부간선도로 등에 둘러싸인 구로1동은 고립된 섬이긴 하지만 여유롭게 즐기며 살기에는 이만한 동네도 없을 거예요. 한낮에도 주민들의 담소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마치 공원처럼 녹음이 우거져 있어요. 이 정도면 제2의 성미산마을이라 부를만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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