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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뜰]기쁨 주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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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뜰]기쁨 주는 인연
  • 김광자(71, 고척동 한마을아파트 중앙경로당 총무)
  • 승인 2012.07.23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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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랏빛 수레 국화들이 토분 가득 피고 여름의 태양은 숲속에 들어가 나무에게 말을 건네주며 거리는 백색으로 투명하고 짙어진 베고니아의 붉은 꽃이 푸르고 힘센 이파리 끝에 핏방울처럼 매달려 있다.


 7층에 살고 계시는, 언니같이 생각하고 있는 할머니의 권유로 지난 봄에 경로당에 입회 원서를 내고 보니 많은 회원들 중에 끝에서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놀라서 이십에는 약관이요, 서른에는 입지요, 마흔에는 불혹이고 쉰이면 지천명, 예순에는 이순이요, 칠십에는 고희, 팔십에는 희수, 아흔살에는 백수라 불리어 지는 어설픈 산수 공부도 했다.


 몇몇 겹겹이 감은 나이테의 수를 감은 왕 형님 아흔두해를 살아오신 모습이 아직도 한참은 더 멀리 걸으셔도 될 것 같이 보였다.


 젊은 살림꾼으로 전후의 척박한 삶을 살았고 열심히 자식을 키워 결혼 시켰으며 손자 손녀들을 보면서 최종의 희락을 즐겨야할 나이에 진정한 삶을 그리워 하는 자들로 추락하고 있었다.


 어느날부터 무너진 대가족제도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핵가족으로 변하면서 자식들의 눈치를 보며 냉대 받는 사회로 같은 색끼리 색칠하고 인내하면서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깊은 속내를 꺼내지 않으려고 하였다.
 이제 나이를 먹어도 홀로서기 연습을 하여 매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에 익숙해져야 되고 허우적대고 살아온 허무한 지난 시간들을 이겨낸 자존심을 가져야 할 때가 온 것같다.


 몸처럼 마음이 풍요롭고 수더분한 회장님을 비롯해서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여 주시는 부회장님,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선풍기 한 대의 바람으로 일주일에 사흘씩이나 점심 식사를 챙겨주시는 여러분들의 그 고마운 마음이 초가집 지붕위에 피어있는 하얀 박꽃 같이 아름답고 고상하게 보였다.


 구청 청소년과에서 보내주는 운영비로 알뜰하게 살림을 하면서, 오순도순 서로 간의 정을 나누고 시간을 내어 Go.Stop.도 하면서 여가선용도 하고,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고, 아프면 병문안을 하여 우정을 쌓고 있다. 복지관에서 강사를 파견하여 일주일에 한번씩 신나는 노래가락에 맞추어 덩더쿵 춤을 추면서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민요교실 가요교실 장수체조를 하면서 웃음 꽃이 피어나고 즐거운 시간이 끝나고 난 다음의 수박파티는 빼놓을 수 없는 한 장면 이기도 하다.


 노인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인연인듯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마음을 읽고 있기에 슬픔을 주는 인연보다 기쁨을 주는 서로가 되어 처음의 만남이 가볍듯이 끝의 헤어짐도 평행이 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나뭇잎 포근한 봄날과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수분이 풍요한 죽음을 서서히 준비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공통분모가 되어 세월 앞에 미련을 버리고 있는 모습에 거울을 들어 자기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는 여유를 가져야 되겠다.


 밀레의 '저녁종'에서 퍼지는 평화스런 삶속에 무지개가 뜨고 그 모든 것들이 자연에 의해 지혜를 알게될 때 마음은 황혼의 잠자리가 만져주고 희망을 보는 마음의 눈을 열어서 상쾌한 바람에 얼굴을 대고 박하향 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발맞추어 '내일이 있는 희망을 향하여' 손잡고 나갑시다. '한마을 아파트 중앙 경로당 파이팅 만세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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