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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66]옥상에서 감자전 부쳐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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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66]옥상에서 감자전 부쳐먹고…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2.02.17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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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강원향우회, 타향 외로움달래고 어려울때 의지하는 '형제들'

 구로구강원향우회(이하 향우회) 회원 강호숙 씨(51)가 운영하는 시골집(구로4동)에 향우회 식구들이 모였다. 정기모임 및 김종기 회장 취임, 임원 선출 등을 위해 회원들은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초창기멤버인 김종기 2대 회장(57)은 30여 년 전, 구로구에서 여러 가지 업종에 종사하며 고생한 결과 어엿한 인쇄업 사장님이 됐다. "강원도 사람은 인정이 많고 순수해요. 술 마시고 주정하거나 싸우는 사람이 없어요. 타향에서 외로움을 달래고, 고향소식도 듣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돕는 거죠. 여기 있으면 사투리가 절로 나와요. 하하."


 초창기 모임은 최승철 전 회장(61) 집에서 자주 가졌다. 상은 합판에 받침대를 못 박아 즉석에서 만들고, 시장에서 장을 봐서 옥상에 옹기종기 모여 구워먹고, 삶아 먹으며 회포를 풀고 웃고 울었다.


 김창수 씨(55)는 갈비집을 경영했는데 당시 고향 손님이 알려줘 모임에 합류했다. 그 뒤로 회원들이 모이면 열일을 마다하고 달려갔다. "옥상에 모여 국수도 삶아 먹고, 감자전도 부쳐 먹었어요. 고향 얘기, 어린 시절 얘기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이야기를 하던 중, 김창수 씨는 한영식 씨의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 나갔다. 내용인즉 버스를 탔는데 5천 원짜리 밖에 없다, 천원을 가지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달라는 것. 그렇게 30분을 기다린 끝에 차비를 내 준 김창수 씨에게 한영식 씨(60)는 오천 원짜리 지폐를 내민다. "어차피 오천 원 냈으면 못 거슬러 받았다"며 웃음을 주고받는 두 회원에게서 강원향우회 우애의 정도를 엿볼 수 있었다.


 최승철 명예회장은 스키선수 출신이다. 그는 설경 위에 서면 사람이 맑아지면서 마음이 사로잡혀 스키를 시작했다. 70학번인 그는 단국대 최초로 스키부를 창단했고, 3년 우승을 거머쥐고 졸업을 했다. 2010년 밴쿠버겨울올림픽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던 그는 선수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향우회에서는 10여 년간 회원 간에 끈끈한 정을 쌓아 모임을 활성화한 일등공신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저희가 회원 경조사는 꼬박 챙기거든요. 그러다보니 회비가 모자라 쩔쩔 맬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모임을 해도 비싼 음식점 못 가고 그랬죠.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어려움은 없을 정도니 그 것만으로도 보람이죠."


 조미현 씨(44)는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회원들이 큰 힘과 위로가 되었다. "내 일처럼 도와주어 감동을 받았죠. 그러다보니 애향심도 더 깊어졌어요. 향우회는 제 버팀목이고, 회원들은 형제나 다름없어요."


 박영목 씨(50)는 6년간 향우회 감사로 활동했고, 올해 역시 연임을 하게 됐다. 워낙 꼼꼼하고, 성실한 그의 성격 덕분이다. 경찰공무원인 그는 만나는 사람들의 말씨에서 묻어나는 고향의 느낌을 금세 알아차린다. 이런 촉이 발달해 회원영입에 있어 단연 그를 따라올 자가 없다.


 "제 고향이요? 강원도 강릉이래요!" 시원시원한 목소리의 김진철 씨(61)는 "향우회엔 시기질투하거나 무게 잡는 사람이 없어요. 아무리 무한경쟁 사회에 살고 있지만 여기선 그럴 일이 없으니까요."


 방태정 총무(47)는 3년 전,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향우회 카페를 발견한 뒤 가입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르고 살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향수가 깊어지더라고요." 회원들끼리 쌓은 정을 이제는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는 방태정 총무는 강원도가 고향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 회  원  
최승철 윤용근 임종삼 한영식 이정례
박영목 김종기 이홍훈 경영순 고재섭
권삼용 김교경 김남석 김복순 김창수
안재길 엄진영 윤승구 이규은 이영희
조원호 최명식 박경우 함동영 김남식
최성규 윤대영 박옥순  조미현 김재춘
김진철 김논수 박달용 이인철 강정구
정성일 고철희 김명기 이현철 최정현
홍윤표 황정일 방경일 방태정 김상익
김홍기 조광현 김진준 권혁열 신인선
이동윤 최석순 이병우 서정식 이강일
송원배 안경모 서용복 김상옥 강호숙
박문원 정왕교 전수일 김미화 지강옥
김경화 원승희 조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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