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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숙자들로 몸살앓는 가리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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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숙자들로 몸살앓는 가리봉동
  • 김철관
  • 승인 2002.07.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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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고 고성방가·금품요구 ... 주민과 갈등 잇따라 // 구로구 가리봉동은 많은 변화를 겪고있다. 조선족들의 보금자리로 서서히 자리를 넓혀가고 있고 술집도 많이 늘었다. 특히 가리봉1동은 노숙자들의 노숙지로 자리 매김 해 가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노숙자들과 이웃들의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가리봉1동에 사는 이아무개(57) 씨는 "노숙자들이 매일밤 술을 먹고 시끄럽게 해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노숙자들을 격리시킬 정부나 지방정부의 대책이 있어야한다"고 말한다.

김아무개(60)씨는 "술 냄새와 악취 때문에 문을 열고 잘 수가 없다"며 "조만간 우리가 세를 내놓고 이사를 가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증언자 김아무개(54)씨는 "아침에 일어나 보면 마당 한가운데 똥을 싸놓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이곳이 노숙자들에 의해 무법천지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리봉1동에 있는 가리봉 교회 관계자들의 호소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노숙자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행패, 금품요구 등 도를 넘은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어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며 "이 때문에 노숙자들과 이웃들의 싸움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노숙자들의 변명도 만만치 않다. 이곳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전아무개(47)씨는 "갈 때가 없어 노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이웃의 사랑을 베풀어주지 않고 노숙자들을 사람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자신들이 번 돈 1%라도 나눠 우리에게 주면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일이 자신들의 은신처와 자는 곳을 보여 주며, "우리가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며 "노숙자로 살아가는 우리의 처지를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그는 "우리를 술주정뱅이로, 악취 등 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매도한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우리에게 취직자리를 한번이라도 알선해 주고 그런 말을 했으면 한다"며 "구청, 경찰, 주민들이 한패가 돼 사회의 최하층 국민을 탄압하고 심한 고통을 주고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 국민이면 어디에서나 걸어다니고 잠잘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주거를 침입한 것도 아니고 공공의 재산인 길거리에서 자는 것까지 탄압을 하면 노숙자들은 다 죽으라는 말이냐"고 항변했다.

또 다른 노숙자는 "우리가 자는 유일한 곳이 '가리봉 마을마당 공원'인데 구청에서 울타리를 막아 잘 수가 없다"며 "비싼 돈을 주고 꾸며 놓은 마을 공원이 지역 주민들의 민원으로 폐허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 김아무개(50)씨는 "저녁 늦게까지 잠을 잘 수가 없어 지역주민들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공원이 폐쇄된 것은 사실"이라며 "공원이 폐허가 돼 가는 것은 아쉽지만 노숙자들이 술 먹고 떠드는 것보다 훨씬 났다"고 말했다.

가리봉교회를 중심으로 가리봉1동 경로당, 주차장, 보영목욕탕 등에서 노숙자와 이웃 간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청은 주민과 노숙자들의 각각의 민원에 시달리고 있고 구로경찰서도 주민과 노숙자에 싸움에 쉴 틈 없이 출동해 노숙자들과 심한 갈등을 빚고있다. 과연 이곳 갈등의 해결책은 진정 없는 것일까. 김철관 기자 33566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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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숙자 전아무개(47) 씨



"우리처지 이해해주었으면"



가리봉동 주변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전광수(47)씨는 돈 없고 힘없는 사람의 노숙은 인정돼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노숙을 하고 있지만 막일을 해 가끔 일당을 챙겨온 노숙자다. 최근 인근에서 월세를 살다 돈을 못내 노숙자가 됐다. 물론 노숙자들을 자주 데리고가 냄새가 난다고 주인이 방을 빼라는 요구도 한몫 작용했다. 가끔 막일을 해 일당을 벌어온 돈으로 일을 하지 못한 노숙자들에게 끼니와 술을 산다고 자랑했다.

그는 "갈 곳이 없어 노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웃들이 따뜻한 사랑을 베풀기는커녕 노숙자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너무 우리를 천덕꾸러기로 안다. 우리를 위해 그들이 무엇을 해줬는데 이렇게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다. 매일 지역주민들이 민원을 넣어 경찰과 구청, 동사무소 직원들이 안나올 때가 없다. 군사정권에서도 이런 탄압은 하지 않았다. 우리도 국민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일일이 자신들의 은신처와 자는 곳을 보여 주기도 했다. 대체로 가리봉동 시장 주변이었다. "우리는 거지보다 더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 과거 거지는 동냥을 오면 이웃들이 밥이라도 줬다. 그런데 지금은 눈도 떠보지 않는다. 죽으라는 말이다. 이것이 사람의 세상이냐. 짐승도 이렇게는 못할 거다. 노숙자를 사회에서 받아 줘야 한다. 우리의 처지를 이해해 달라."

또 그는 "지역주민들이 우리를 술주정뱅이로, 악취 등 냄새가 난 사람으로, 취급하고 매도하고 있다.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우리에게 취직자리를 한번이라도 알선해 주고 그런 말을 했으면 한다. 구청, 경찰, 주민들이 한패가 돼 사회의 최하층 국민을 탄압하고 심한 고통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어디에서나 걸어다니고 잠잘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주거를 침입한 것도 아니고 공공의 재산인 길거리에서 자는 것까지 탄압을 하면 노숙자들은 다 죽으라는 말이냐"라고 항변했다. 33566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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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주민 허만준 장로



"정부나 시차원의 대책 나와야"



몇 년 전까지 건축업을 하다 그 일을 그만두고 가리봉교회에서 교회일만 맡아 하고있는 허만준(47) 장로는 노숙자들의 입장도 이해 하지만 너무 과격하고 심하다는 것이다. 그는 바로 공원 옆이 집이고 교회 장로인 까닭으로 노숙자들과 친분도 제법 있다.

그는 "노숙자들이 교회에 와서까지 행패를 부리고, 밥을 줘도 적게 준다고 난리를 피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최근에 경비집사 얼굴을 때려 다치게도 했다. 주말에 교회에 결혼식이 있는데 결혼식 하객들에게 돈을 요구하고 욕설을 해 난감할 때가 많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회에 와 조용히 밥만 먹고 가면 되는데 식당 아줌마에게 반찬이 없다고 투정을 부리고, 난리를 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시끄러워 파출소 신고한 주민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다. 아무데나 막걸리통, 술병 등 오물을 버리니 누가 좋아하겠냐. 주민들이 다 세금내 그것을 치운다. 하루에 0.5톤 정도의 쓰레기가 나올 때도 있다. 아무리 노숙자라 하지만 사소한 질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 장로는 그들에게 정부나 서울시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으면 어떡합니까. 정부나 서울시에서 지원책이 나와야 합니다. 주민은 주민대로 괴롭고, 노숙자들은 노숙자들대로 자신들의 고민이 있고, 이제 정부나 시차원에서 해결책을 내 놓아야 한다."

그는 언제부터 노숙자들이 이곳에 오게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3년전 '가리봉 마을마당공원'이 생긴 뒤로부터 노숙자들이 몰려왔다. 그 이전에는 노숙자들이 없었다. 깨끗한 공원이 생겨 그곳에서 이불을 펴고 잠을 잤다. 저녁 늦게까지 술을 먹으며 고성방가를 해 지역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공원이 폐쇄됐다. 공원폐쇄로 다른 곳에 사는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구민의 세금으로 지역주민을 위한다는 공원이 아무 쓸모 없는 공간으로 방치돼 아쉽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뜻인데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는 "이웃도 주민이고 노숙자도 주민인데,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지역사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뜻을 함께 모아보면 어떨까"하는 아쉬운 한마디를 남겼다.

33566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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