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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12] 고척근린공원 새벽에어로빅 운영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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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212] 고척근린공원 새벽에어로빅 운영모임
  • 송지현 기자
  • 승인 2010.10.19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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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빅으로 이웃사촌 꽃 피워

 푸른 달빛이 아직은 어두운 길을 비춰주는 새벽 6시. 많은 사람들이 꿈나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이지만, 밝고 경쾌한 음악소리 그리고 이웃들과 함께 하루를 여는 사람들이 있다. 고척근린공원 운동장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열리는 무료 에어로빅 강좌로 향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구청에서 7년째 실시하고 있는 주민 대상 무료 건강강좌로 공원이 있는 고척동은 물론 개봉동, 오류동 주민들까지 채 가시지 않은 어둠을 헤치고 찾게 만드는 인기 강좌다.

 매일 100여명을 훌쩍 넘는 주민들이 모이고, 누가 오든 신경 쓰지도 않을 것 같은, 아니 솔직히 누가 오는지도 모를 것 같은 이 무료 강좌에 주민들 스스로 만든 운영모임이 있다.

 "시작하기 전에 차렷! 인사도 하고, 끝나면 '수고하셨습니다' 하면서 서로 눈도장을 찍는답니다. 금요일에는 에어로빅이 끝난 뒤 같이 차도 마시는 걸요". 모임의 살림꾼 문수남(39, 고척2동) 총무는 모임 자랑에 시동을 건다.

 새벽에 나와 운동만 하고 갈 수도 있지만, 자주 얼굴을 마주치면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기 시작하면서 이웃사촌, 아니 에어로빅 사촌이 됐고 자연스럽게 운영모임도 갖추게 됐다고.

 이정아(37, 고척2동) 부회장은 "트랙을 돌다가 관심 있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 같아요. 복장도 자유롭고, 달리다가 내키면 신나게 한 판 춤추고 가는 분들도 많아요.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이잖아요"라며 열린 모임이라 더 좋다고 맞장구를 친다.

 개봉동에서 새벽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윤종은(47, 개봉2동) 씨는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10여명의 남자 중 한 명이다.

 "평소 축구도 좋아하지만, 에어로빅은 음악이 있어 좋아요. 나이 들면서 몸이 굳는데 유연성도 좋아지잖아요. 여기서 하는 에어로빅은 힘이 넘치는 쪽보다는 스트레칭을 주로 하거든요. 여자들이 많아서 남자들끼리 하는 축구보다 분위기가 부드러운 것도 마음에 들어요. 하하."

 개인 건강을 위해 오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생활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 50~60대가 대부분이지만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고 있고 특히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오랫동안 안 보이는 어르신이 있으면 걱정이 앞선다고.

 "무료인데다 어르신들이 건강을 위해 꼬박 나오세요. 그런데 언젠가 할머니 한 분이 안 나오시는 거에요. 맨 앞에 서서 열심히 하시던 분인데. 연락처가 있어서 연락했더니 큰 수술을 하셨더라고요. 우연히 맺은 인연이지만 챙겨드릴 수 있어서 저희도 다행이다 싶었죠"라며 박기일(41, 고척2동) 씨는 환하게 웃는다.

 이들에게는 요즘 하나의 바람이 생겼다. 이 에어로빅 강좌가 동절기인 11월부터 3월까지는 열리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도 에어로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 단지 운동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이웃의 정을 나누고 어려움을 챙기는 사이가 되어버린 이들에게는 잠시 이별일 뿐인 겨울이 너무나 길게만 느껴진다고.

 매년 아쉬움만 가졌던 이들이 운영모임을 중심으로 올해는 해결해보자는 의지를 가지고 나섰다. 그래서 얼마 전 겨울동안만이라도 자치회관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으로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동장님도 만났는데, 다른 강좌도 있고 새벽이라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예상돼 어려울 것 같다고 하네요. 학교나 다른 실내공간을 찾아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라며 김은숙(41, 고척2동) 씨는 아쉬움에 말끝을 흐렸다.

 옆집 이웃도 잘 모르고 지내는 요즘 세태에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사는 진한 이웃의 정을 키워가는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은 벌써 겨울을 넘어 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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