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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54] 꽃다지, 노래만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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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54] 꽃다지, 노래만큼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0.08.10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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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노래 담은 20여년 … 바위처럼, 반격, 불나비 등 유

 저 홀로 풍경이 되는 세상이면 참으로 좋으련만, 고달프고 팍팍한 세상살이에서는 홀로 찬란하고 아름답기가 쉽지 않다. 옆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 힘이 되고 희망이 되는 요즘이다.


 우리나라 들녘 양지바른 곳에 피어나는 꽃다지 역시 그렇다. 꽃 한 송이 비록 작고 볼 품 없지만 무리지어 만나면 봄볕을 뒤흔드는 노란색 물결이 된다. 더불어 아름다운 꽃, 더불어 살맛나는 세상.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노동가요그룹 '꽃다지'의 염원이다.

 "꽃다지의 노래가 투쟁가요라…. 저흰 생각이 좀 달라요. 집회와 파업현장에서 함께하는 노래이지만 투쟁가요보다는 삶의 노래, 희망의 노래가 더 적절해요. 사회 부조리와 싸워내는 힘은 결국 일상의 삶에서 나오니까요. 그 일상을 토닥여주고 위로해 줘 더불어 희망의 길을 찾도록 힘을 북돋아주는 일, 저희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랍니다."

 지난 7월 26일 월요일 오후 7시 구로지역 결식아동 돕기 거리공연을 위해 구로역광장을 찾은 민정연 대표의 말이다.

 꽃다지의 노래는 여타의 노동가요처럼 구호와 결의로만 차 있지 않다.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 때 내게 전화를 하라고 내 손에 꼭 쥐어준 너의 전화카드 한 장을…(전화카드 한 장)',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바위처럼)'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민들레처럼)'.

 누구나 살면서 힘들어하고 때로는 흔들리지만 이웃의 삶과 어우러져 위로 받고 힘을 얻는 우리네 모습을 노래에 진솔하게 담아내고, 또 그런 우리를 위해 노래로 따스하게 위로해 준다. 한국사회의 진보와 희망을 위해 두 발로 뛰는 이들이 20년 가까이 이들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이유다.

 "꽃다지의 노래가 세상과 교감하는 통로이길 바래요. 내 꿈이 무엇인지, 내가 살고픈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사람들과 삶의 얘기를 나누고 그들의 얘기를 담고 싶어요. 남과 경쟁해서 남을 짓밟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픈 개인의 욕망이 아닌, 세상의 외롭고 낮은 이들과 교감하고 나누는 모두의 희망이 되고 싶은 게 노래에 담긴 꽃다지의 마음입니다."

 이들이 바쁜 지방공연 일정에도 올해 4월부터 매월 둘째·넷째 주 월요일 저녁 구로역광장에서 거리공연을 펼치는 까닭도 구로지역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민들과 교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래공연을 통해 구로지역 결식아동들의 떳떳하게 밥 먹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얘기하고, 작으나마 함께 실천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게 이 공연의 취지다.

 "구로지역 지역아동센터인 푸른교실에서 자원봉사를 한 일이 있는데 구청에서 제공하는 식권을 통해 끼니를 해결하는 결식아동들을 보며 이 아이들의 자존심을 어떻게 지켜줘야 할까 고민하게 됐어요. 밥의 문제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문제가 아닌 인권의 문제입니다. 공연을 통한 모금활동을 계속하면서 동시에 이 문제에 대해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지금은 우리 혼자이지만 뜻을 함께하는 뮤지션들이 있다면 공연의 판을 키워볼 생각입니다."

 이들은 오는 8월 13일 오후 8시 홍대 앞 KT&G상상마당에서 꽃다지 여름 콘서트를 갖는다. 콘서트를 마치면 싱글앨범 '반격(2001년)' 이후 제작비 문제로 보류해온 6번째 정규 앨범 제작에 들어간다.

 20여년 가까이 한국사회의 눈물과 아픔, 한숨이 있는 곳에 함께하며 노래로 위로하고 지지하고 격려해온 희망의 노래 꽃다지. 올여름엔 이들의 노래를 징검다리 삼아 우리 사는 세상과 좀 더 내밀하게 소통해보면 어떨까. 소통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다보면 어느새 내 마음이 노래와 닮아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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