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던 구로 민심
'한번 더 기회를'… '한번 바꿔봐'
구청장 시의원 모두 민주당으로 4년 전과 정반대
의혹제기 속 3선구청장 견제, 청렴 리더쉽 심리발동
꽁꽁 숨겨져 있던 밑바닥 민심이 6월 2일 구로지역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한나라당의 우세가 예상됐던 이번 지방선거는 개표 결과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막판 자극이 결집 효과 가져와
■ 4대강 사업 등 정부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반대 표출에도 소통되지 않는 MB정부에 대한 잠재된 불신에다 촛불 세대 자극,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등이 선거 막판에 오히려 젊은 층과 촛불 시민들을 결집시키는 역풍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지역적으로는 높은 추진력만큼이나 '오만과 독선'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아온 양 구청장의 행정스타일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높아진데다 3선은 안된다는 견제심리도 상당부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기에는 수년전 불거져 지역사회 안팎으로 이슈가 됐던 구로구시설관리공단 인사비리의혹과 선거를 앞두고 쟁점화된 구청장 측근 공무원의 인사비리, 친동생이 운영하는 고척동 골프장 특혜 논란, 재산증식 의혹 제기 등이 3선 구청장에 대한 견제심리와 능력이전에 청렴한 리더쉽에 대한 욕구에 불을 지폈던 것으로 보인다.
6월 2일 개표 결과 민주당은 구로구청장을 비롯해 시의원 4석을 모두 휩쓸었다. 중선거구제인 구의원직에서는 한나라당 8석, 민주당 7석, 진보신당 1석으로 고르게 나눠 가져, 5대 구의회에서 4석에 불과했던 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 의석수는 대폭 늘어났다.
이번 선거 구로지역 투표율은 55.42%로, 1995년 처음 치러졌던 제1회 지방선거 이후 최고의 투표율을 나타냈다. 4년 전인 2006년에 비하면 5.3%p 높아진 수치이며, 전국(54.5%)과 서울 지역 투표율(53.8%)에 비해서도 약간 높았다. 동별로는 아파트가 밀집된 신흥아파트단지인 신도림동이 61.49%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개발을 앞둔 가리봉동이 45.21%로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이성 후보, 14개동서 앞서
■ 선거 직전부터 초접전분위기 속에 초미의 관심사였던 구로구청장 선거에서 지역유권자들은 새롭게 도전한 전 구로구부구청장 출신 민주당 이성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직 구청장으로서의 프리미엄에다 지난 8년간 다져 온 조직을 기반으로 우세승을 거둘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졌던 한나라당 양대웅 후보는 결국 3선 고지를 넘지 못했다.
오후 6시경부터 우신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시작돼 밤새 진행된 개표 결과 민주당 이성 후보는 54.21%인 10만 484표를 득표, 43.23%인 8만 129표를 얻은 양대웅 후보와 10.98%p에 이르는 격차를 벌리면서 비교적 여유있게 민선5기 새 구로구청장으로 당선됐다.
4년 전 2006년 지방선거때 당시 열린우리당 남승우 후보를 상대로 2선에 도전했던 양대웅 후보가 65.11%(105,469표)에 이르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2만 5천표 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 개표가 가장 먼저 시작된 수궁동과 가리봉동 투표함에서부터 이성 후보는 승기를 잡았다. 상대적인 열세지역으로 분류했던 두 지역은 물론 뒤이어 뚜껑을 연 신도림동에서도 이성 후보가 앞서나가면서 밤9시경 이성 후보의 승리는 거의 기정사실화 돼어가는 분위기였다.
구로구 15개동 가운데 이성 후보는 고척1동을 제외한 구로구 14개 동에서 양대웅 후보를 앞질렀다. 미약하긴 하지만 유일하게 양대웅 후보가 득표율에서 앞선 고척1동은 그동안 양 후보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영등포교정시설 이적지, 고척동 돔구장 부지와 맞닿아 있어 향후 개발 이익을 기대할만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구로갑(고척동, 개봉동, 오류동, 수궁동)과 구로을(구로동, 신도림동, 가리봉동)의 격차는 큰 차이를 보였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한나라당 텃밭이라고도 꼽히는 구로(갑)에서 이성 후보가 양대웅 후보를 5.55% 앞섰으며, 구로(을)에서는 무려 17.25% 앞서 3배 이상 격차를 보이며 멀찌감치 달아났다.
한편, 서울시장 후보의 대결도 구로지역에서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44.86%를,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49.58%를 얻어 한 후보가 4.7%p 다소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구청장 대결에서는 이성 후보가 10.98% 차이로 양대웅 후보를 제쳐 인물에 대한 체감 차이를 드러냈다.
양대웅 후보 거주지인 신도림동에서 오세훈 후보는 한명숙 후보를 390표 가량 이긴 데 비해, 양대웅 후보는 오히려 800표(4.68%) 가량 뒤져 눈길을 끌었다. 또 한나라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양 후보 연설원으로 나선 정달호 전 구로구의장의 지역구라고 할 수 있는 구로1동에서도 이성 후보가 60%대의 득표율을, 양대웅 후보가 평균보다 낮은 37.44%를 얻어 2,383표 뒤지는 결과를 나타내, 민심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시의원 민주당에 올인
■ 시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전석을 휩쓸었다. 구로3·4동, 가리봉동 지역인 제1선거구와 구로1·2·5동, 신도림동 지역인 제2선거구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와 18~19%의 큰 격차를 벌리며 당선됐다.
특히 비례대표에서 선출직으로 재선 도전장을 냈던 제2선거구 민주당 조규영 후보는 구로구청장 선거를 제외한 선거에서 최다득표(33,685명), 최고득표율(59.86%)을 기록, 눈길을 끌었다.
제3선거구(개봉동, 고척동)에서도 민주당 김종욱 후보가 고척2동 투표함이 열리고 2천 표 이상을 앞서나가면서 승기를 잡았고, 제4선거구(오류동, 수궁동)에서도 수궁동 투표함이 열리면서 전 시의원 출신인 김명수 후보가 더 높은 득표를 해 현 시의원인 이우진 후보와 전현직 시의원간의 희비가 교차됐다.
1%에 담긴 반전 드라마
■ 구의원 선거에서는 같은 당내에서 복수추천으로 가번을 받은 후보들의 강세가 여전히 이어졌다. 전 선거구에서 가번을 받은 후보들이 당선되면서 1-가, 2-가번의 위력을 다시 한번 검증받았다.
이번 개표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한 곳은 구의원 3명을 뽑는 라선거구(고척동, 개봉1동)와 바선거구(오류동, 수궁동).
라선거구에서 황규복(1-가, 한나라당) 후보와 윤수찬(2-가, 민주당) 후보가 일찌감치 30% 안팎의 높은 득표율을 높이며 1, 2위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3~5위간의 표차가 모두 1%도 안될 정도로 극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3위의 득표로 구의회 입성의 행운을 거머쥔 홍준호(7, 진보신당 ) 후보는 김영곤(2-나, 민주당) 후보와 0.58%(229표) 차이였고, 5위인 박상민(1-나, 한나라당) 후보는 김영곤 후보와 0.72%(281표) 뒤졌을 뿐이었다.
역시 3명의 구의원을 선출하는 바선거구도 새벽까지 3위 쟁탈전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현 구의원인 김남광 후보가 텃밭인 수궁동에서 예상보다 낮은 득표율을 얻자, 현 구의원인 김창범 후보와 진보신당 김희서 후보가 추격에 나선 것.
그러나 오류2동에서 3위 경쟁을 펼친 김남광, 김창범 현직 구의원을 김희서 후보가 모두 제쳐 이변을 연출하는 듯 했지만, 결국 김남광 후보가 3위로 다시 구의회에 입성하게 됐다. 바 선거구 역시 3~5위간 득표율차이는 2%내외였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득표 역시 기초의원비례대표(구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54.95%의 득표로 과반수를 얻었고, 한나라당이 39.24%, 자유선진당이 5.81%를 얻었다.
광역의원비례대표(시의원)에서도 민주당 43.99%, 한나라당 38.35%를 나타냈고 국민참여당 4.27%, 민주노동당 4.26%, 자유선진당 3.78%, 진보신당 3.69%의 순으로 나타났다.
◈ 이 기사는 2010년 6월 7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5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